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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탄력근로제 확대, 집권 세력의 독선적 국정 운영이 우려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열린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탄력근로제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해준다는 이유다. 정의당이 반대했다지만 자유한국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그동안 탄력근로제 확대를 주장해왔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정무수석이 조율했다고 하니 문재인 대통령의 뜻도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내놓은 설명에 따르면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도 단위 기간 2주의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주당 노동시간이 최대 60시간으로 늘어난다. 단위 기간을 현행대로 3개월로 해도 최대 64시간으로 증가한다. 단위기간을 6개월이나 12개월로 늘리면 주당 최대노동시간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업적으로 내세운 노동시간 단축이 무력화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해당사자들이 오랜 논의를 거쳐 결단해 어렵게 성사된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상설협의체 때문에 크게 퇴색했다.

노동시간 단축 논의 당시 재계와 일부 야당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1년으로 넓히자고 주장했고 노동계는 반대했다. 재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그 대신 여야는 노동시간 단축 시행 유예 기간이 끝나는 2022년 12월까지 결론을 내자고 합의했다. 탄력근로제 확대 여부를 재논의하자고 약속한 기간이 한참 남았고, 많은 사업장은 아직 노동시간 단축조차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상설협의체의 결론은 약속 위반인 셈이다. 왜 이 같은 ‘변칙’마저 썼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공들인다는 ‘사회적 대화’를 건너뛰고 국회에서 처리하려는 것도 문제다. 특히 홍영표 원내대표의 말은 크게 우려된다. 그는 “노사정위원회에서 1~2년 기다릴 사항은 아니다. 사회적 대화가 장시간 소요될 경우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해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견 해소에 시간을 쓸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찬반이 엇갈리는 사안을 무조건 다수결로 밀어붙인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집권세력의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현 정부가 강조해온 민주적 의사수렴은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일이다. 더구나 이번 합의는 민주노총을 빼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한 결정과 거의 함께 이뤄졌다. 앞으로의 국정 운영도 이렇게 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재계의 요구를 수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 열린 자세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 정부 인사들은 노동 등 일부 영역에 대해서는 ‘내가 더 잘 알고 모두를 아우르는 위치에 있으니 따르라’는 식의 태도를 종종 보인다. 이게 바로 정권에 늘 문제가 돼왔던 ‘독선'이다. 이런 일이 잦아졌다는 비판이 많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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