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사설] 정부미 방출 철회 없는 문재인 정부의 농정개혁은 사기

11월 첫날, 막바지 가을걷이로 바쁜 농민들이 허겁지겁 청와대앞으로 모여 들었다. 설마했던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자 분개한 농민들은 집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정부서울청사앞에서 비닐 한 장을 덮고 노숙농성을 이어갔다. 지난 2일 정부는 '제11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개최하여 쌀값 안정화를 위해 비축미를 연내 방출하는 계획을 확정한 것이다. 햅쌀이 유통되는 시기에 구곡을 방출하는 것은 농민들의 말처럼 박근혜 정부도 생각 못한 몰상식한 조치이다. 봄부터 땀흘려 가을에서야 돈맛을 보는 것이 쌀농사인데 이때 구곡을 밀어 넣으면 농가소득 감소에 직격탄이기 때문이다. 농민 뿐 아니라 농협 등 농업계에 미칠 파장은 예상외로 클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구곡 방출 이유를 쌀값 안정화에 두고 있다. 물가관리를 목적으로 농산물 가격을 잡는 것은 역대 독재권력의 전형적 정책이었다. 장바구니 여론놀음이 권력 운용에 수월하기 때문이었는데, 문재인 정부도 이번 조치를 경제정책의 타개책으로 함께 발표한 것이라 황당할 따름이다. 더구나 현재 쌀값은 폭등이 아니라 정상화의 길로 가고 있다. 밥 한 공기 쌀값이 300원도 되지 않는 현실에서 인상분은 국민들이 충분히 수용 가능한 범위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농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것은 농민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포용국가에 농민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직불금 개편을 중심으로 하는 농정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수확기에 구곡을 방출하면서 농정개혁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정치쇼에 불과하다. 농민의 목소리를 소중히 여기고 농업을 정당하게 대접하지 않으면서 농정개혁이 실현될 수 없다. 그저 생색내기 자기 만족적인 농정개혁의 포장만 남는 것이다.

정부의 구곡 방출 계획을 정치권이 막아야 한다. 민중당은 농민들과 한뎃잠을 같이 자면서 반대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고, 민주평화당도 당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코미디같지만 자유한국당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제 민주당이 말해야 한다. 자신들이 말하는 농정개혁에 진정성이 있다면 정부미 방출을 중단 시켜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에 끌려 갈 것이 아니라 당당히 농민들의 편에 서야 한다. 농정개혁의 진정성은 개혁 설계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적폐농정을 걷어내는 실천에서 검증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민중의소리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