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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값검사 실명 공개한 노회찬 처벌한 법원, 판결문 본 시민들 판단은 달랐다

사법 감시를 위해 시민들이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10월 16일부터 총 5차례 걸쳐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내 생애 첫 사법 감시-판결문 함께 읽기’ 강좌를 진행한다. 강좌를 통해 시민들은 한국 사회 주요 판결문을 시민의 눈으로 직접 읽고 판사의 전문가 주의를 벗겨냄으로써 사법부를 감시하고자 한다. 또 판결문 공개제도를 통해 실제 판결문을 청구하는 실습도 참여한다.

이 모습을 총 5회에 걸쳐 기사로 연재한다.

1. ‘방탄판사단’ 압박 위해 판결문을 파헤치자
2. “쌍용차 정리해고 정당했다”는 대법원 판결, 시민들이 뒤집어 봤다
3. '명박산성을 넘어 청와대 앞까지' 집회의 자유를 찾아 떠난 시민들의 여정
4. 노회찬 떡값 검사 실명 공개 ‘굳이’ 해야 했냐는 법원에 시민들의 반응

2005년 12월27일 오전 국회헌정기념관에서 갖은 'X파일의 진실, 이대로 묻히나' 토론회에서 민노당 노회찬의원(삼성불법정치자금 및 안기부 불법도청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4일 검찰의 X파일 사건 관련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관련자 모두와 정치인, 떡값검사들에 대해 공소권 없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05년 12월27일 오전 국회헌정기념관에서 갖은 'X파일의 진실, 이대로 묻히나' 토론회에서 민노당 노회찬의원(삼성불법정치자금 및 안기부 불법도청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4일 검찰의 X파일 사건 관련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관련자 모두와 정치인, 떡값검사들에 대해 공소권 없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뉴시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나라는 국민을 주인으로 대접하는 나라다. 왕은 백성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 백성은 왕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1789년 선포된 프랑스 인권 선언 제15조는 ‘사회는 모든 공직자에게 그 행정 업무에 관한 보고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좁은 의미에서 정보 공개 청구권을 명시한 셈이다. 넓게 보면 국민이 정보를 토대로 공직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리까지 보장한다고 할 수 있다.

알아야 비판할 수 있다. 알 권리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견제’를 가능케 한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진행된 ‘내 생애 첫 사법 감시-판결문 함께 읽기’ 세 번째 시간에선 ‘노회찬 의원의 떡값 검사 실명 공개 사건’ 판결문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법원의 시선을 살펴봤다.

떡값 검사 이름? 니들이 알아서 뭐하게

그 이름이 알고 싶다. 최경원·김두희 전 법무장관, 김진환 전 서울지검장, 안강민 전 대검 중수부장, 한부환 전 법무차관, 김상희 전 법무차관, 홍석조 전 광주고검장. 2005년 여름,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삼성 X 파일’에 등장하는 ‘떡값 검사’ 7인의 실명을 공개하는 순간 국민들은 잠시 무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1997년 9월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비밀 도청팀 ‘미림팀’은 당시 삼성그룹 이학수 회장비서실장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나눈 대화 내용을 불법 도청했다. 이른바 ‘삼성 X 파일’로 불린 이 녹취록에는 삼성그룹이 명절마다 떡값이라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제공해 검찰을 관리하고 있다는 정황이 담겨있었다. 풍문으로만 떠돌던 ‘관리의 삼성’의 실체가 드러나는 결정적 증거였다.

처음 녹취록을 입수한 MBC는 ‘삼성 X 파일’의 존재를 폭로했지만 떡값 검사 7인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5년 8월 18일 노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서 이를 공개했다. 그의 고교 동창인 황교안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삼성 로비 의혹 관련자들 대신 노 의원을 명예훼손·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겼다.

대법원에서 쟁점이 된 것은 노 의원이 인터넷에 실명 공개한 행위가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에 해당하는지, ‘정당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형법 제 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당시 노 의원 측은 국민들에게 권력층의 부패를 알리고 수사를 촉구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직무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노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녹취록이 8년 전의 일이라며 ‘과거의 일을 공개하지 않아 공익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고 엄청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미 언론매체를 통해 전모가 공개된 데다가 국회의원이라는 지위에 기해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의 촉구 등을 통해 그 취지를 전달함에 어려움이 없었음에도 ‘굳이’ 전파성 강한 인터넷 매체를 이용해” 공개한 행위는 방법의 상당성을 결여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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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알 권리 보장은 민주주의의 기본

이에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완전히 무시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재판부는) 이미 알려진 일인데, 시급한 사항도 아닌데 굳이 인터넷에 올려서 알릴 이유가 있었냐고 묻고 있다”며 “검찰 수사 촉구 역시 의원 자격으로 의원장에서만 하면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알 권리를 국회의원이 충족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국회의원의 권한을 국회 안으로 국한해 국민들에게 고민하게 만들어야 할 의무를 정면에서 거부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당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에 대해 한 교수는 “어떤 범죄를 저질렀나도 중요하지만 누가 범죄를 저질렀나도 중요하다”며 “특히 검찰은 국가권력을 가지고 있다. 검사 그 자체로 독립된 사법기관을 의미한다. 어떤 검사가 떡값 검사냐 하는 것은 그 검사의 수사를 받는 피고인이라면 중요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범법행위일수록 개별성, 구체성이 있어야 국민적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 (재판부가) 정보 가치를 맘대로 폄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발언과 연관돼 있는 한 국회의원의 면책 범위를 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5년의 여름을 살았던 시민들로서는 ‘굳이’ 실명을 공개해야 했냐는 법원의 물음에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떡값 검사 이름이 밝혀지지 않아 답답했는데 (노 의원의 공개 행위가) 완전 ‘사이다’였다”며 “그 해 전 국민적 관심사였는데 법원만 딴 세상에 살았던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B씨는 “노 의원이 이 사건으로 인해 의원직 상실만 안 했어도 무리한 일은 안 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C씨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이렇게 좁게 해석된다면 어느 의원이 나서서 부정부패를 폭로하겠느냐”고 걱정했다. D씨는 “최근 사립 유치원 비리를 폭로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걱정된다”고 하기도 했다. E씨는 “공익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들은 지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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