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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를 둘러싼 각계 입장과 진통

이번 주 중으로 ‘광주형 일자리’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와 광주시민단체총연합 등은 광주에 ‘현대자동차 완성차 위탁 조립 공장’ 유치를 위해 현대자동차 노조 설득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를 ‘제2의 한전부지 사태’로 규정하면서 총파업을 불사해서라도 막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7일 광주광역시 관계자에 따르면, 광주시는 국회 일정 등을 감안해 이번 주 내로 현대차와 협상을 어떻게든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광주시가 마련한 안과 현대차안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이견이 2~3건 정도 있어 이를 조율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견 지점에 대해서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업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주고 노동자를 고용하는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복지 등을 통해 임금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높은 임금’을 이유로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안으로 제시된 모델이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있는 공장 유지조차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자동차 연구개발투자가 아닌 공장을 늘리는 방식으론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본사ⓒ제공 : 뉴시스

■ 위기에 봉착한 현대자동차?

최근 현대자동차는 위기에 봉착했다.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1% 오른 24조4337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 이익은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76% 하락한 사상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신흥국 통화 약세와 에어백 등의 문제로 미국에서 있었던 대량 리콜이 주원인으로 꼽혔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주력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성장이 둔화되자,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국을 공략했다. 올해 3분기 글로벌 생산물량에서 신흥국 비중이 30%를 넘어설 정도였다. 하지만 신흥국의 실물 경제 악화 등으로 환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현대차 영업 손실액은 1900억 원에 이르렀다.

게다가 대대적인 리콜이 발생하면서 실적 악화는 더해졌다. 2016년 미국 소비자들이 소나타차량에서 소음이 발생하고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발견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현대차는 고객 88만 명에게 3조원 대의 수리비를 보상하는 등 리콜에 나섰다. 또 최근엔 에어백 제어기의 결함이 발견돼 대규모 리콜이 진행됐다.

주력 시장에서 트렌드를 점유하지 못한 것 또한 이익 감소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미국 시장에선 SUV와 픽업트럭이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현대자동차는 세단을 주력모델로 내세웠다. 여기에 일본의 엔저 정책까지 더해져, 일본차와의 가격경쟁에서도 밀렸다.

현대자동차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1.2%에 불과했다. 100원어치를 팔았다고 가정하면 1원을 번 셈이다.

6일 오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관계자들이 울산시 북구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형 일자리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11.06.
6일 오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관계자들이 울산시 북구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형 일자리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11.06.ⓒ뉴시스

■ 현대자동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까닭

이 같은 위기 속에서 현대자동차 노사는 단체교섭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파업 없이 한 해를 넘길 예정이었다. 그런데 ‘광주형 일자리’가 추진되며 상황이 돌변했다. 노조는 총파업을 통해서라도 이를 막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하부영 지부장은 지난 5일 긴급성명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를 총파업을 통해서라도 저지하는 게 회사도 살리고, 노동자도 사는 길”이라고 밝혔다. 하 지부장은 ‘광주형 일자리’를 두고 “선동정치”라고 주장했다. ‘광주형 일자리’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추진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김영삼 정권 때, 부산에 삼성자동차를 건설했다가 망해 르노에 매각됐다. 정몽준은 대통령 출마의 꿈을 꾸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를 지었다가 폐쇄되고 세계 1등 현대중공업은 망했다. 수만 명의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의 고통 속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은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으로 경제파탄에 빠졌는데, 현대차마저 위기에 빠지면 울산 경제는 재앙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미래자동차 연구개발 투자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2014년 9월 한전부지 고가매입으로 10조5500억을 쏟아 부었다. 그 뒤로 현대차 주가는 반토막 됐고, 성장 날개는 꺾여 추락하며 오늘의 위기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전 부지 입찰 하루 전 정몽구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독대했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시가에 3배나 되는 돈을 주고, 한전 부지를 살 때부터 정치권의 강압이 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 지부장은 “이번 ‘광주형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하기 싫어도 정부가 강제로 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현대차는 신설 공장 투자가 아니라, 있는 공장이라도 잘 지키며 미래자동차 연구개발투자에 집중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자동차 산업에서 자동차 생산은 55만대 감소했고, 현대차는 25만대나 생산이 감소하며 설비가 남아돌아 기존 공장도 구조조정 위기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광주형 일자리’가 ‘나쁜 일자리’란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연봉) 3천500만원으로 광주에서 시작하면 군산, 울산, 창원, 강원도 등 지역마다 3천, 2천만원에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며 기업유치 경쟁을 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지역별 임금차별이라는 새로운 반 헌법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호소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호소했다.ⓒ이용섭 광주시장 페이스북

■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호소하는 광주시와 광주시민단체

반면, 광주시와 광주시민사회는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호소하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6일 성명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우리는 역사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 노조에 “일자리가 없어 고통 받고 있는 우리 청년들의 간절한 염원을 헤아려 대승적 결단을 내려달라”며 “현대자동차 역시 어려움이 있더라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이 시장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제조업의 위기, 대기업의 해외 공장이전, 취업자 급감,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들을 그 누구도 외면해선 안 된다”며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광주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여 경제체질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노사상생과 사회대통합의 혁신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광주시민단체총연합도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광주에서 시도되는 노사 상생의 새 패러다임 성공을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현재 정치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초당적 지원을 하겠다고 합의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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