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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계엄령 문건 작성의 최고 책임자를 반드시 처벌하라

2016년 촛불집회 당시 계엄령을 검토한 혐의로 고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수사가 핵심 관계자를 아무도 처벌하지 못한 채 잠정 중단됐다. 계엄령 검토 문건도 확인됐고, 계엄령 문건 검토를 지시한 사람으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지목됐다. 그러나 조 전 사령관은 지난 해 12월 미국으로 나간 이후 잠적함으로써 실질적인 조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핵심관계자 단 1명도 처벌하지 못한 채 수사가 중단된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평화시에 계엄령을 검토하는 것은 내란 예비·음모와 직결될 수 있지만 ‘구체적인 합의’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조 전 기무사령관의 체포와 수사는 필수적이다. 조 전 사령관은 국정농단 규탄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6년 11월부터 2017년 5월 대선 전까지 수차례 청와대를 오간 것이 이미 확인됐다. 그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나흘 전인 12월 5일에도 청와대를 방문했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에도 두 차례 더 청와대를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촛불집회가 최고조에 이르고 ‘박근혜 퇴진’ 구호가 전국을 휩쓸던 시기에 계엄문건이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기무사령관이었던 조현천은 왜, 그 시기에 청와대를 비정상적 루트로 수차례 방문했는가. 그는 왜 국민들에게 총칼을 들이대는 계엄문건 작성을 지시했는가.

지난 7월 말 출범한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군·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은 넉 달 동안 관련자 204명을 조사하고 기무사 등 90곳을 압수 수색했다. 그러나 정작 핵심 피의자인 조 전 기무사령관은 조사하지 못하고 계엄 문건을 실제 작성한 실무자만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중간 수사를 마무리했다. 불구속 기소된 기무사 장교 3명은 계엄 검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위장TF를 만들어 허위 연구계획서를 작성하고, 계엄문건이 ‘키 리졸브 군사훈련 비밀 등재’ 공문인 것처럼 허위 작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연인원 1700만 명이 참가한 평화로운 집회에 군을 동원한 무력 진압을 계획한 것도 충격이지만,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군사훈련 문건을 허위로 작성케 한 것 또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에게 군은 오로지 정권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사병’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일이다.

이 모든 과정에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전 권한대행까지 연결되어 있으리라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의심이다. 군 무력을 동원하는 계엄 문건 작성과 이를 은폐하기 위해 군사훈련 문건을 허위로 작성한 것은 국민을 상대로 정권이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이런 엄청난 일을 기무사령관 개인이 할 수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을 체포하기 위해 여권 무효화, 인터폴 수배를 요청한다고 한다. 여권 없는 타국생활은 은닉장소 제공이나 도피자금 지원 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부와 수사당국은 반드시 조 전 사령관을 체포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그 윗선까지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 비무장 국민을 상대로 군을 동원하고 무력진압을 기도한 자들이다. 이들을 엄벌하지 못한다면 ‘죽은 자는 있지만 발포 명령자는 없다’는 5.18 광주 학살의 데자뷰가 될 것이다. 실로 소름 끼치는 일이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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