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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노동자 집회 방해 위한 ‘알박기 집회’는 집회 아냐”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들이 4일 오후 노조활동으로 사측의 탄압에 맞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성기업 故 한광호 열사의 영결식이 예정된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차 본사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노조파괴를 진행한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은 지난달 17일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들이 4일 오후 노조활동으로 사측의 탄압에 맞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성기업 故 한광호 열사의 영결식이 예정된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차 본사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노조파괴를 진행한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은 지난달 17일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정의철 기자

노동자 집회 방해를 위한 기업의 ‘위장 집회(알박기 집회)’는 법이 보장해야 할 집회가 아니므로 이를 방해해도 집회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현대차 직원들이 연 집회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성기업 범시민대책위(이하 범대위) 회원 고모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범대위는 2016년 5월 17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현대차가 유성기업 노조파괴를 주도했다며 ‘현대차 집중 투쟁 선포 기자회견’ 집회를 했다. 이 과정에서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기업·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숙한 집회문화 만들기’ 집회를 진행하던 현대차 직원 등과 충돌했다.

현대차 직원 등이 연 집회는 대기업이 자사에 대한 항의성 집회를 막기 위해 직원과 아르바이트생 등을 동원해 집회 장소를 선점할 목적으로 열린 이른바 ‘알박기 집회’였다.

검찰은 현대차 집회를 방해하고 서초경찰서의 해산명령에 불응했다는 등의 이유로 범대위 회원 고 씨 등을 기소했다.

1심은 기업의 ‘알박기 집회’에 대해 헌법이 보장할 가치가 있는 집회라고 볼 수 없어 집회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집회의 자유를 강조하면서도 “(알박기 집회는) 헌법과 집시법이 최대한 보장하려고 하는 집회라기보다 현대차 경비업무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장소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면서까지 보장할 가치가 있는 집회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알박기 집회로 인해 “현대차와 관련 있는 집회를 주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집회할 수 없게 됐다”며 집회의 목적·내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집회 장소를 자유롭게 결정할 때 집회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또 재판부는 “현대차가 범대위 기자회견 집회에 이르게 된 원인 제공자기 때문에 다소의 불이익 내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며, 경찰이 해산 명령을 내릴 정도로 범대위 회원들이 현대차에 끼친 불편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2심과 대법원 역시 1심의 판단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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