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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회사에 2개의 정규직, 절반은 자회사행?” 신종차별에 시달리는 설치노동자들

#1."회사는 정규직 전환이라는 커다란 희망을 제시하고는, 수 년간 근무한 엔지니어들을 자회사 '신입사원'으로 입사시켰다. 더구나 시용계약서라는 것을 작성해 3개월, 6개월, 1년이 지난 후 정직원으로 전환시켜 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관리직 직원들은 청호나이스에 근무한 경력, 직급, 호봉 등을 인정해주는 것 뿐만 아니라 시용기간 없이 바로 근무를 하고 있다. 같은 회사인데 2개의 정규직이 존재하는 새로운 차별, 갑질이 만들어지고 있다"(이도천 청호나이스노조 위원장)

가전·통신 서비스 노동자들이 모여 자신들의 겪고 있는 불합리한 노동 현실과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장시간 노동, 위험한 노동 환경, 불안정 고용에 시달리는 이들은 자신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자회사 정규직 전환'이 아닌 '원청 직접 고용'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여내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는 8일 오전 국회의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가전·통신서비스 노동자 노동권 보호를 위한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여내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는 8일 오전 국회의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가전·통신서비스 노동자 노동권 보호를 위한 증언대회'를 개최했다.ⓒ민중의소리

전기전자와 영상통신산업 분야에서 관리직, 생산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정규직이다. 하지만 설치·수리·판매 노동자들은 대다수가 비정규직으로, 이들의 숫자는 19~20만 명에 이른다.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 원장은 "영상통신과 전기전자 사업에서 설치수리서비스 노동자들은 그룹 내 먹이사슬의 맨 아래 위치하여 협력업체, 무기계약직, 특수고용직 등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부스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 노조는 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가전·통신서비스 노동자 노동권 보호를 위한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도천 청호나이스노조 위원장은 이날 대회에서 청호나이스가 엔지니어들을 '제2의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수 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일했던 청호나이스 엔지니어들은 관리직 신입사원보다 못한 처우를 받고 있다"며 "우리가 원하는 정규직 전환은, 모든 사원이 동일하고 동등하게 전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사측은 끊임없이 고용불안을 야기시켰다. 이 위원장은 "회사는 아직도 판매 및 A/S를 담당하는 MS 엔지니어와 재택 엔지니어(특수고용노동자 신분)를 채용하고 있다"며 "인원이 부족하다면서도 정규직은 뽑지 않고 사업처장을 동원해 특수고용노동자만 매월 30여명씩 채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사업처장을 앞세운 사측의 갑질 중단을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전국 31개 사업처에 '사업처장'이란 명목상 관리자를 두어, 엔지니어들과 상의도 없이 근무 지역을 변경하고 직급을 내리고, 공정성 없는 평가서를 만들어 해고 위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청호나이스노동조합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계약직 직원 직접고용을 위한 노사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2018.09.20.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청호나이스노동조합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계약직 직원 직접고용을 위한 노사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2018.09.20.ⓒ뉴시스

청호나이스 엔지니어들은 기술직을 겸한 방문영업직 노동자들이다. 엔지니어들이 판매한 금액의 일정 퍼센트를 매니저가 가져가고, 또 그 위에 사업처장들이 가져가는 다단계 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위원장은 "특수고용노동자 시절에 실시했던 것"이라며 "자회사 전환 이후에도 이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사업처장이 자신의 몫을 늘리기 위해 엔지니어들이 매출 올리도록 독촉하며 '갑질'이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사측이 엔지니어들이 고객에게 렌탈(Rental) 판매를 한 건에 대해, 고객의 사정으로 비용 연체가 발생하면 이 금액을 모두 엔지니어에게 부담을 시킨다고 설명했다. 제품 하자가 발생하여 반품이나 위약금이 발생하는 경우도, 제품을 판매한 엔지니어에게 부담을 물리고 있다. 계약 이후 추후 관리 책임은 회사에 있지만, 모든 책임을 엔지니어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의 갑질과 횡포에 맞서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청호나이스 노조'를 설립했다. 노조는 사측에 교섭에 임할 것을 여러 차례 공문을 통해 요청했다. 그러나 청호나이스는 '나이스엔지니어링'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모든 엔지니어는 자회사 소속이므로 '나이스 엔지니어링'과 교섭을 진행하라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교섭에 나오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회사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일한만큼의 몫을 분배해 주기를 원한다. 우리가 당당하게 일할 수 있어야, 고객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회사도 성장할 수 있다. 우리 엔지니어들은 필요할 때 쓰고, 필요 없을 때 버리는 일회용 소모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연대팀장 인천계양지회 장연의 조합원(왼쪽)과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조직부장 서광주지회 강세웅 조합원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광고탑에 올라가 원청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연대팀장 인천계양지회 장연의 조합원(왼쪽)과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조직부장 서광주지회 강세웅 조합원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광고탑에 올라가 원청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에 들어갔다.ⓒ김철수 기자

#2. "지난 9월 LG가 비정규직 고용에 대해 '자회사 전환' 의사를 밝혔다. 그것도 대한민국 고용 형태에서 단 한 군데도 없는 '부분자회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총 2600명 인원 중, 2020년까지 800명을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하고 2021년에 500명을 순차적으로 전환 하겠다는 것이다. 그럼 '나머지 1300명은 어떻게 되는 거냐?' 물었더니 '계획없다, 모르겠다'라고 답한다. 한 마디로 정권이나 노조에 밀려 '자회사 직고용'을 내민 것이다." (제유곤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장)

제유곤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장은 "LG유플러스가 제시한 자회사는 '절반만' 자회사"리며 "그간 현장에서 벌어진 수많은 문제점들의 근본 원인인 간접고용 구조를 유지한 채로, 노조의 투쟁과 사회적 지탄이라는 소나기만을 일단 피해가기 위한 면피성 처방"이라고 질타했다.

그동안 원청인 LG유플러스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관련해 하청업체를 내세우며"협력업체 노사가 풀어야 할 문제"라며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해 왔다.

이에 맞서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는 "현장에서 LG유플러스를 대표해 고객을 만나고 서비스를 가능하도록 하는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노동자이니 당연히 LG유플러스가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노조는 "직접고용만이 중간착취를 없애고, 현장을 안전하게 만들수 있고, 노동자와 고객 모두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홈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은 LG유플러스 인터넷, IPTV, loT, AI 서비스 및 디바이스를 개통하고 AS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하청업체들은 이들 노동자들의 영업실적이 목표에 미달하면 자재비를 월급에서 차감한다. 또 4대 보험료 회사 부담분도 이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심지어 퇴직금도 월급에서 공제해 간다.

제유곤 위원장은 "60개의 하도급 업체와 70개의 서비스센터 중에 매년 30% 이상을 교체한다"며 "LG 정책 자체가 30%씩 매년 업체 교체를 해서 겁을 주고 영업을 많이 하게끔 유도하는 방식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눈 "30%에 해당되는 노동자들은 매년 짤리고 다시 입사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하청 사장들은 퇴직금과 12월의 월급을 들고 튀고, 겨우 살아남은 노동자도 다시 새 사장을 만나면, 매년 근속과 연차가 0이 되는 현상이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하청 업체) 사장들이 나와봐야 아바타고, 실질적인 결정을 못한다. 그래서 원청과의 비공개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다 알고 있는데, (이것이) 노사관계 측면에서는 드러나고 있지 않다"며 "근로계약을 누구와 체결하고 있는지 형식에 대한 검토보다는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에게 노사관계 측면, 즉 단체교섭에서 노조의 교섭 상대방으로서의 의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정부를 향해서는 "현재 있는 불법적 고용형태를 바로잡는, 불법적 관행을 현장 근로감독 강화를 통해 바로 잡는 것이 노동조건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는 8일 오전 국회의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가전·통신서비스 노동자 노동권 보호를 위한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는 8일 오전 국회의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가전·통신서비스 노동자 노동권 보호를 위한 증언대회'를 개최했다.ⓒ민중의소리

이들이 고용 구조를 전환하려는 목적은, 비정규직 설치·수리 서비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차별을 철폐하기 위함이다. 가전 서비스·설치 노동자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위험에 노출된 환경에서 작업하고 있다.

이현철 SK매직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증언대회에서 설치·수리 서비스 노동자들이 작업 중 겪게 되는 건강상의 문제를 짚었다.

SK매직서비스는 SK매직의 가전 A/S와 물류설치를 담당하는 회사로, SK매직의 자회사다. SK매직서비스노조는 정규직(종합직), 비정규직(A/S전문직), 특수고용직(설치마스터) 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

회사가 정한 1인당 목표건수 9.6건(1일)을 달성하기 위해, A/S 출동 엔지니어들은 연장근로하는 것이 일상화 돼 있다. 특히 특수고용직으로 구성된 물류 지부의 경우, 일정 급여가 정해지지 않고 일한 만큼 수수료를 받는 체계다. 이런 시스템은 주6일 근무와 장시간 노동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설치 건수가 수익과 직결되는 임금 구조상 다쳐도 쉴 수 없고, 많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급하게 움직이다보니 교통사고 위험 등에도 노출돼 있다.

정수기 물을 공급하기 위한 배관 작업 시 천정으로 급수호스를 지나가게 설치할 때 석면이 함유된 천정 마감 재료인 석면텍스를 분리한 후 작업을 하게 된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장갑 외엔 아무런 보호구 없이 석면가루를 흡입하며 작업하고 있다. 또한 사다리를 이용한 고공작업 시 2인1조로 일해야 하지만, 비용 및 경제적인 이유로 한 명이 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안전장비 없이 올라가 낙상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가전서비스 설치 노동자 중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모든 안전장비를 개인이 구매해 사용해야 한다. 이들은 보호 장비 없이 작업을 하고 있고, 정기적인 산업안전교육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현철 위원장은 "자본의 논리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 회사는 이들의 고용형태를 개인사업자로 분류했다"며 "법령개정을 통한 산재보험 가입과 산업안전교육의 의무화가 시급하고, 회사가 이를 위반 했을 때 사용자의 처벌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방문을 하는 설치·수리기사들은 감정노동자로 고객의 폭언과 폭력에도 노출돼 있다. 회사는 제품설치 및 서비스에 대한 불만들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현장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로 인해 고객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폭언과 폭행을 당하고 있다.

이현철 위원장은 "감정노동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지난 10월 18일부로 시행되고 감정노동자 보호조치를 하라고 하는 노조의 공식 공문도 보냈지만, 이에 따른 보호조치를 시행해야 하는 회사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실질적인 현장교육과 고객과의 문제 상황 발생 시 대응조치, 대처방법 등을 포함한 고객 응대메뉴얼도 갖추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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