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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주간 휴일없이 매일 15시간씩 일해”…노동자가 경고한 탄력근로제 확대의 위험성

“우리나라, 장시간 노동시간으로 유명하지 않나요? 그래서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높이겠다고 주52시간제 도입한 것 아닌가요? 그런데 그걸 도입하자마자,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로 전보다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니. 노동시간 줄였다고 생색 다 내놓고선 무슨 경우인가요. 앞에선 웃고 뒤에선 뺨때리는 짓이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곽형수 씨)

8일 여·야 3당(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들은 회동을 가지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관련 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노동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열린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노동법 개악저지 기자회견’에서도 노동자들은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확대될 경우 장시간 노동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강하게 내비쳤다.

특히 삼성 에어컨과 냉장고, 세탁기 등을 수리하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인 곽형수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석부지회장은 “노동환경이 점점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너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20일 수도권 도심 외각지역에서 에어컨을 수리하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 김진모(가명, 40대)씨를 만나 작업현장을 동행했다.
20일 수도권 도심 외각지역에서 에어컨을 수리하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 김진모(가명, 40대)씨를 만나 작업현장을 동행했다.ⓒ민중의소리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가 노동개악인 이유
“성수기에 매일 15시간씩 일하던 때로 돌아가라고?”

탄력적 근로시간제(이하 탄력근로제)란, 일이 몰리는 성수기엔 장시간 노동을 하고, 일이 적은 비수기엔 노동 시간을 줄이는 등 업무 시간을 조절하는 제도다. 2주 단위로 탄력근로제를 시행한다고 한다면, 일이 많은 첫 주엔 58시간 일하고, 상대적으로 일이 적은 다음 주엔 46시간을 일해 2주 평균 주52시간을 맞추는 방법이다.

탄력근로제가 도입될 경우, 사용자는 일의 양이 많고 적음에 따라 적절히 노동자를 사용하면 되므로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는 출퇴근시간이 일정치 않게 되고, 성수기 기간에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시간 외 수당을 받지 못해 임금이 감소하게 돼 불리한 요소가 많다.

여야는 이같은 제도를 더욱 확대하기로 합의한 셈이다. 여당은 현행법 상 최대 3개월로 잡혀있는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최대 6개월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추진중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최대 1년까지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장시간 노동 문제를 바로잡겠다며, 주52시간제를 도입한 여당이 자유한국당과 합작해 노동시간을 늘리는 법안을 추진 중인 것이다.

탄력근로제에 대한 노동자의 우려는 현실이다. 삼성전자서비스의 경우, 현재까진 탄력근로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여름 성수기만 3개월(6·7·8월 또는 7·8·9월)이기에, 탄력근로제를 적용하려면 노동시간을 단축할 3개월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대로 탄력근로제 기간이 6개월 또는 1년까지 확대되면 곧장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 직종인 것이다. 이에 곽 부지회장은 다음과 같이 우려를 밝혔다.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무작위로 일을 시켰습니다. 2012년 여름 11주 동안 저는, 매일 아침 9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했어요. 단 하루도 안 쉬고. 그렇게 11주를 했습니다. 그런데 합법적으로 탄력근로제를 열어주면? 당연히 회사는 과거처럼 하려고 할 것 아닙니까.”

여름철 에어컨을 수리하는 서비스 노동자들은 옥상과 베란다서 용접을 많이 한다. 보통 하루 평균 7~8번, 많게는 10번까지 한다. 그러다보면 온몸이 비온 듯 젖고 미끌거린다. 집중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공작업을 하다가 추락하는 서비스 노동자들의 사고는 매년 여름철 성수기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는 “탄력근로제 기간확대가 시행되면, 장시간노동 속에서 그나마 받았던 시간외 수당도 받지 못할 수 있다”며 “이런 정부여당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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