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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재판부 위헌’ 주장하려 헌법까지 왜곡한 김명수 대법원
눈 감은 김명수 대법원장.
눈 감은 김명수 대법원장.ⓒ김슬찬 기자

예로부터 법원이 수세에 몰릴 때마다 들이미는 논리가 있다. 바로 ‘사법독립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사법독립’, ‘삼권분립’이라는 신성한 헌법적 가치는 언제나 법원의 효과적인 방어카드였다. 사법농단의 주범 양승태가 줄기차게 외쳐댔던 말이기도 하다.

선거든 수사기관에 의해서든 수시로 견제·사정받는 행정권과 입법권과 달리 법원이 부여받은 사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전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법원이 정상적(?)으로 유지·작동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래도 법원은 공정하고 중립적일 것’이라는 국민들의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사법농단 사태로 인해 그 믿음은 일거에 무너졌다.

지금 김명수 대법원장 이하 상당수 법원 구성원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사상 초유의 사법불신을 초래한 사법농단 사태의 주체는 양승태와 그 일당들이었고, 자기 조직은 원래 그렇지 않았다’는 식의 착각이다. 그 착각 때문에 여전히 법원 스스로 주체적으로 이 사태를 정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일선에서 재판업무에 매진하는 판사들도 일부를 제외하곤 그 착각에선 자유로울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법원 내부가 이렇게 조용할 수 없다.

사법농단 사태는 양승태 같은 어떤 개인들의 일탈적 범죄 행위가 아닌 제왕적 대법원장과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법원행정처를 필두로 한 법원 조직의 구조적 모순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구조적 모순이 해소되지 않은 법원이 ‘스스로’ 그 모순을 해소하는 재판을 한다는 건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다.

이는 아주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의문인데, 오로지 법원만이 그 의문을 애써 기피하려 한다. 법원 구성원들의 어긋난 현실 인식은 대법원의 특별재판부 위헌론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거짓의 한계

대법원이 최근에 국회에 낸 특별재판부 도입 법안에 대한 A4 용지 열 쪽 분량의 의견서를 꼼꼼하게 보면, 대법원이 헌법적 가치를 얼마나 교묘하게 비틀어서 위헌론을 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대법원은 이 의견서에서 특별재판부법이 헌법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 제1항) 침해 소지가 있다는 점 ▲사법행정권의 핵심인 사건배당 및 사무분담에 개입해 사법권 독립 침해 문제가 제기된다는 점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이 이뤄지면 오히려 해당 형사재판에 대한 공정성, 신뢰도가 저하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밖에 국민참여재판 의무 조항,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대법관이나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법관을 특별재판부 판사가 될 수 없도록 하는 등 다섯 가지 제척 조건을 둔 부분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이는 헌법에 대한 매우 지엽적인 해석에 근거한 왜곡에 불과하다.

특히 외부인사가 포함된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법관으로 재판부를 구성하도록 한 특별재판부법 조항이 헌법 제27조 제1항에 규정된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일반·추상적인 기준에 따르지 않고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법관 이외 다른 기관의 개입으로 정하는 법관은 법률이 정한 법관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대법원은 이 논리의 근거로 한수웅 전 헌법연구관이 쓴 ‘헌법학’ 구절을 인용했다. 한 전 연구관은 이 책에 ‘법률이 정한 법관’이 사건을 담당해야 하는 근거를 설명하며 “외부나 법원내부의 압력·영향 등에 의하여 사건마다 임의로 법원을 구성하거나 사건을 특정 법원 또는 법관에게 맡긴다면, 사법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보장될 수 없고, 공정성을 저해할 위험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썼다.

여기서 ‘외부나 법원내부의 압력’은 부정·부당한 권력에 의한 압력을 뜻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원의 구조적 모순에서 발생한 사법농단 사태를 특별재판부가 맡아야 한다는 매우 정당하고 상식적인 요구를 ‘헌법학’이 설명한 압력과 동일하다고 전제하는 오류를 범했다. 따라서 이 ‘헌법학’에서 말하는 ‘사법의 공정성과 중립성, 독립성’이 반드시 ‘재판부 무작위 배당’으로 실현된다는 대법원의 논리도 자연스럽게 일축된다.

한 전 연구관의 ‘헌법학’은 결국 ‘법률이 정한 법관’을 ‘사법의 공정성·중립성·독립성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법관’이라고 정의한 것인데, 대법원은 이를 배배 꼬아 특별재판부 위헌 논리를 만들어 내는 신공을 폈다.

이미 법원 내부에 사법농단에 연루된 재판관이 상당히 많은 데다, 법관들이 주도해 검찰 수사를 가로막고 있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특별재판부법에 따른 재판부 구성은 기계적 배당 또는 법원 내규에 따른 재판부 회피 방식에 비해 중립성과 공정성, 독립성이라는 재판의 본질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오히려 헌법 이념에 더 충실한 법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당초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법농단 사태가 법원 내부의 구조적 문제로부터 발생한 심각한 사안인 만큼, 공정성·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특별재판부를 전원 비법관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그러나 불필요한 위헌 논란을 피하고자 외부인사가 포함된 추천위원회 구성과 국민참여재판 강제 조항을 넣는 것으로 공정성·중립성을 보완한 측면이 있다.

크게 이 두 가지 조항 정도를 제외하고는 특별재판부가 재판부 기피·회피를 인정하고 있는 기존 사법체계와 비교했을 때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한 측면에서는 오히려 공정성·중립성 문제를 100% 충족한 법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유효하다.

회피를 위한 거짓과 왜곡은 언젠가 그 민낯이 까발려지기 마련이다.

강경훈 기자

법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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