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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 연출, 연극 ‘AMORA’로 한국적 사실주의 연극 선보였다
연극 ‘아무나 모이는 라이딩클럽(AMORA)’
연극 ‘아무나 모이는 라이딩클럽(AMORA)’ⓒ안똔체홉학회

그간 관객들은 성균관대입구 인근에 위치한 아트문씨어터(안똔체홉극장)에서 러시아 대문호 체홉의 다양한 작품을 접해왔다. 러시아 유학파 1세대이자 안똔체홉학회 회장인 전훈 연출가는 체홉의 4대 장막을 포함해 한국 무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작품을 무대화 했다.

사실 공연 전문가가 아닌 이상 체홉 혹은 러시아의 리얼리즘(사실주의)을 단번에 체감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이 있다. 전훈의 리얼리즘 무대는, 체홉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한 뒤 체홉 원작을 ‘입말(구어체)’로 구현해내 체홉 대중화에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전훈 연출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국적 사실주의 작품의 결을 내부적으로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러시아의 리얼리즘, 즉 사실주의 연기법에 영향을 받은 창작극들을 꾸준히 상연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들을 전훈의 사실주의 4대 장막이라고 하는데 가장 먼저 ‘내일은 챔피온’이 있으며 그 다음이 ‘렌트더리얼’이 있다. 세 번째로 완성된 작품이 ‘아무나 모이는 라이딩클럽(AMORA)’으로 오는 11일까지 상연된다.

체홉의 사실주의 작품들이 러시아의 19세기 말을 기반으로 했다면, 전훈의 사실주의 연극은 한국의 2018년 전후를 기반으로 했다. 4대 장막 중 세 번째 작품인 전훈의 ‘아무나 모이는 라이딩클럽(AMORA)’은 아무리 그가 러시아 사실주의 연기법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온전히 전훈 스타일의, 혹은 한국적인 사실주의 연극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단순히 한국땅에 발을 딛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훈이 만들어 낸 인물들은 건강한 뻔함을 가지고 있어서다. ‘아모라’ 속 자전거 동호회 커뮤니티에 모인 인물들은 너무 뻔하고 일상 속에서 익히 봐왔던 인물들이다. 그런 면에서 뻔하디 뻔한 인물이다. 하지만 전훈은 이 뻔한 인물에 건강한 색채를 불어 넣었다. 전훈은 인물에 대사 하나, 사소한 습관 하나 모든 것들을 섬세하게 새겨 놓았다. 인물을 바라보는 전훈의 애정과 통찰력이 느껴지는 지점이 많다. 귀 아프게 떠들어 대는 인간, 음흉한 생각을 해보는 인간, 인생에 허무함을 느끼는 인간 등 완벽한 인간은 단 한명도 등장하지 않지만 관객은 모든 등장인물들을 애정하게 된다. ‘건강한 뻔함’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상연 후 극장 문을 나오면서, 분명 뻔한 인간들이었는데 자꾸 이 인간들이 생각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완전하지만 사람 냄새 안 나는 인간들보다, 불완전해도 사람 냄새 나는 인물을 만났기 때문이다. 극중 인물들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모여들었지만 관객은 군중들이 만들어 내는 휴머니티로 소확행을 느끼게 된다.

연극 ‘아무나 모이는 라이딩클럽(AMORA)’
연극 ‘아무나 모이는 라이딩클럽(AMORA)’ⓒ안똔체홉학회

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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