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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간선거에서 트럼프는 패배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이번 미국 중간선거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민투표라 간주했다. 트럼프 자신도 이에 동의하면서 전국을 돌며 유세했고, 감정적으로 배척주의에 호소해, 부흥하는 경제를 부각하던 공화당 후보들의 이성적인 메시지를 덮어버렸다. 그 결과 트럼프 반대파 공화당원은 말할 것도 없고 트럼프 지지파가 아닌 공화당원마저 운신의 폭이 거의 없었다.

민주당 또한 경제 문제, 특히 의료제도를 강조하며 중간선거를 트럼프와 그의 배척주의에 대한 심판으로 몰고 갔다. 민주당은 선거 메시지와 후보들을 통해 다양성이 보장된 미국을 강조했다. 이들이 사실상 내건 구호는 “트럼프가 미국인 것은 아니다”였다.

이렇게 미국의 중간선거는 실제로 트럼프와 “트럼프주의”, 그러니까 권위주의, 배척주의와 포퓰리즘의 극우적인 결합에 대한 심판이 됐다. 공화당은 두 팔을 벌려 트럼프주의를 받아들였고 민주당은 이를 철저히 거부했다.

미국 중간선거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바로 미국이 더 배척주의적이 된 동시에 더 다문화적이 됐다는 점이다.

그렇다. 백인민족주의와 백인우월주의를 가장 맹렬하게 외쳤던 후보 중 일부는 패배했다. (일리노이 제3지역구 하원 선거에서 아서 존스 같은 공공연한 신나치주의자가 25% 이상을 득표했고, 백인민족주의자이자 친남부주의자(pro-Confederate)인 코리 스튜어트가 버지니아 상원 선거에서 6년 전 온건파 공화당 후보와 거의 똑같은 득표율을 얻었지만 말이다.)

트럼프에게 가장 뼈아픈 것은 크리스 코바크의 완패일 것이다. 명칭과 어울리지 않은데다가 실패로 돌아간 트럼프의 공정선거 대통령 자문위원회(Presidential Advisory Comission on Electoral Integrity)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고 지난 십 년간 인종차별적인 유권자 탄압을 감행했던 코바크가 압도적인 표차로 캔사스 주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것이다.

그러나, 텍사스의 테드 크루즈와 루이 고메르트, 스티브 킹처럼 재선에 성공한 공화당 극우파도 많다. 또,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케이티 애링턴(하원)이나 조지아의 브라이언 켐프(주지사), 플로리다의 론 드산티스(주지사)와 같이 노골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신참들이 전통적인 공화당 인사들을 대체하기도 했다.

구성이 바뀐 민주당, 사회주의파의 전진

29세로 미 하원 역사상 최연소 의원이 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테즈 당선자가 6일(현지시간) 자신의 지역구인 뉴욕 퀸즈에서 당선소감연설을 하고 있다.
29세로 미 하원 역사상 최연소 의원이 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테즈 당선자가 6일(현지시간) 자신의 지역구인 뉴욕 퀸즈에서 당선소감연설을 하고 있다.ⓒ뉴시스/AP

한편, 민주당은 겨우 하원을 탈환하고 상원에서 과반과 거리가 더 멀어지면서 득표율보다는 의석수에서 어느 정도의 진전을 이뤘다.

그건 그렇지만, 민주당의 구성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한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민주당 보수파와 거의 맞먹는 수의 사회주의파가 의회에 있게 됐다. 물론 이들은 여전히 소수파다. 하지만 자신이 당의 미래라는 확신을 가진 이들이 목소리 큰 소수파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더 중요한 점이 있다. 민주당의 의원들이 드디어 민주당 지지자들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미네소타의 일한 오마르와 미시간의 라시다 탈리브는 미국 최초의 무슬림 여성 의원, 캔사스의 셔리스 데이비스와 뉴멕시코의 뎁 하랜드가 미국 최초의 원주민 여성 의원이 됐다.

또, 조지아에서 스테이시 에이브람스가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가 되는데 실패하기는 했지만 콜로라도에서는 제러드 폴리스가 미국 최초의 커밍아웃 동성애자 남성 주지사가 됐다.

그렇다면 이번 미국 중간선거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우선 민주당의 “푸른 물결”이 있긴 했지만, 중간선거에서 전통적으로 야당이 유리했다는 점과 여당인 공화당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모두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강도는 미약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물론 공화당이 많은 선거에서 패배했고 특히 2016년 대선에 비해 큰 차이로 패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장악하고 있던 자리의 대부분을 사수했다.

그러나 트럼프 최고의 승리는 당내에서 일어났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할 당시만 해도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 중 절대로 트럼프만은 지지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후 대부분의 공화당원들이 그를 받아들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트럼프를 공화당 주류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2년이 지난 시점에서 트럼프는 반대로 공화당을 자신의 이미지대로 변화시켜 버렸다. 그것도 스티브 배넌와 같은 전략가들의 도움 없이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뉴시스/신화통신

트럼프의 당이 된 공화당

공화당 제도권의 마음에 들든 말든, 공화당은 이제 트럼프의 정당이 됐다. 게다가 이 상황에 전혀 불만 없는 인사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들의 운명은 트럼프의 운명과 하나가 돼버렸다.

지난날의 보수 공화당은 이제 사라졌다. 공화당은 이제 향후 2년간 모든 일을 관장하는 지도자가 이끄는 극우 정당으로 활동할 것이다. 공화당은 최소한 한 세대에게 트럼프의 정당으로 남을 것이다.

투표용지에 트럼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꽤 선전했기 때문에 2020년 대선에 대한 공화당의 희망은 커졌을 것이다.

공화당은 명백한 지도자와 정책들을 지닌 채 2020년 대선을 치를 것이다. 유권자를 양극화시키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트럼프는 이번 중간선거의 어떤 후보보다도 공화당 지지자들을 동원할 수 있다. 거기다가 이번 중간선거에서처럼 경제가 희망적이라면, 그 또한 차기 대선에서 공화당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의 공화당은 다양성이 장점이자 단점인 민주당과 맞닥뜨릴 것이다.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확장성이 넓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민주당이 일관되고 뚜렷한 정책 공약들을 내세울 가능성은 줄어든다.

게다가 기존의 백인 당 엘리트들이 민주당을 여전히 장악하고 있을 전망이다. 이중에는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큰 역할을 할 사람들도 많은데 말이다.

2020년 대선 때에도 후보 경선이 2016년 때처럼 당을 분열시키는 방향으로 치러진다면 민주당의 지지자 동원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많다. 이는 후보 경선도 없을 공화당에게 매우 유리한 측면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이상, 공화당은 국정의 책임을 민주당에게 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공화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 수 있는 “다시 없을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이번 중간선거가 트럼프에게 나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원문 보기:Don't be fooled. The midterms were not a bad night for Trump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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