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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피의자 소환’ 차한성 전 대법관이 박근혜 청와대와 벌인 ‘강제징용 소송 방해공작’
2014년 3월 신임 대법관 취임식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차한성 대법관.
2014년 3월 신임 대법관 취임식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차한성 대법관.ⓒ뉴시스

검찰이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지연·방해하는 데 관여한 차한성 전 대법관을 최근 소환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9일 “차 전 대법관을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사건 등과 관련해 지난 7일 수요일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차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전직 대법관이 피의자 조사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차 전 대법관은 2012년 대법원이 강제징용 사건에서 피해자 측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을 기점으로 청와대와 외교부, 법원행정처가 해당 판결을 다시 뒤집거나 지연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외교부는 2012년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었으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2013년 “일본 공사가 외교부에 방문해 이 판결이 확정되지 않도록 강력히 요구했다”는 외교부의 ‘비공식’ 입장을 여러 차례 확인한 바 있다.

검찰이 지난 8월 외교부에서 압수한 각종 문건과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 등으로부터 확보한 진술 등에 따르면, 차 전 대법관은 2013년 12월 1일 법원행정처장 자격으로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황교안 법무부 장관, 윤 전 장관 등과 청와대에서 만나 원고 승소로 다시 대법원에 올라온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사건 처리 방안을 검토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차 전 대법관은 “국외송달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징용 소송의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길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내용은 이미 3개월 전 법원행정처가 외교부 입장을 고려해 수립해놓은 대책이었다. 2013년 9월 박찬익 당시 심의관이 작성한 사법정책실 문건에는 “피고 변호사를 통해 외교부 의견서를 접수하고, 국외송달을 핑계로 자연스럽게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긴다”는 방안이 적시됐다. 그 해 10월에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주철기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소송 방향을 논의하기도 했다.

심리불속행이란 형사사건을 제외한 대법원 사건에서 2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곧바로 기각하는 처분이다. 정상 절차를 밟았다면 대법원이 이미 파기환송심의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일제 전범기업들의 재상고를 기각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차 전 대법관이 청와대와 외교부 측에 제시한 방안대로 국외송달 시점 등으로 인해 재상고심 심리가 미뤄졌다.

이 사건의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2013년 12월이었는데, 대법원은 그 달 회동이 있은 지 며칠 후 이 기간을 넘겼다고 선언했다. 대법원은 재상고심 접수 시점으로부터 3개월 뒤인 그 해 11월 22일에야 일제 전범기업 측에 상고기록 접수를 통지했고, 전범기업 측은 국외송달 절차를 거쳐 이듬해 5월에서야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접수했다. 이렇게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김에 따라 이 사건 재상고심 심리가 자연스럽게 지연된 것이다.

한편 차 전 대법관이 청와대와 회동한 시점 법원행정처는 한·일 양국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와 같은 협정을 체결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의 문건도 생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경훈 기자

법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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