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정치개혁①] 대구·경북은 정말 자유한국당의 텃밭일까
유권자들 투표하는 모습
유권자들 투표하는 모습ⓒ김철수 기자

편집자주ㅣ촛불혁명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기본 정신이 정치권에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정치권력과 제도에 가로막혀 국민의 요구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올해 말까지 선거제도 개혁을 비롯해 숙원 과제인 정치개혁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는 정치를 위해 어떤 개혁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정치권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지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대구에 사는 A씨(가상인물)는 최근 지방선거에서 우리 동네의 집권당을 바꿔보겠다는 생각으로 더불어민주당에 한 표를 행사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내 손으로 정권을 교체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부푼 희망을 품었다.

투표 후 주변에 물어보니 친구들도 부모님도 모두 같은 생각으로 민주당을 찍었다고 한다. 이제 '대구도 달라지겠구나'라는 기대를 했던 A씨. 하지만 결과는 어땠을까. 막판 접전 끝에 결국은 자유한국당이 자리를 지키게 됐다. 광역의원과 기초의원도 자유한국당이 굳건한 1당을 차지했다. 내 표가 사표(死票)가 됐다는 생각에 허탈감이 밀려왔다.

대구·경북의 유권자들 중에는 선거 때마다 A씨와 같은 경험을 겪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촛불혁명 이후 치러진 선거를 통해 전국적으로 정치 지형에 변화가 감지됐지만, 유독 대구·경북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 두 지역은 여전히 '보수의 텃밭'이라고 불리고 있다.

촛불혁명 이후 나타난 대구·경북의 변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뉴시스

그런데 실제로 대구·경북은 '보수의 텃밭'일까? 민심을 보여주는 득표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구·경북이 '보수의 텃밭'이라고만 보긴 힘들다.

실제 촛불혁명 이후 철옹성 같던 대구·경북에서도 변화는 감지됐다. 이는 대선과 지방선거의 득표율 차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8대 치러진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에서 80.14%, 경북에서 80.8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사실상 몰표에 가까운 지지를 받은 셈이다.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표의 대구·경북에서의 지지도는 4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홍 전 대표는 대구에서는 45.62%, 경북에서는 48.6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오히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은 지난 대선보다 상승했다.

지난 6월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더욱 확연한 변화가 드러났다. 광역의원비례대표 선거를 통해 확인되는 '정당 지지율'을 보면 자유한국당의 득표율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4년 전 치러진 제6회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대구 69.92%, 경북 75.1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대구 23.8%, 경북 16.44%를 기록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자유한국당은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대구 46.15%, 경북에서는 49.98%로 과반도 안 되는 득표율을 얻었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대구 35.78%, 경북 34.05%를 기록하는 등 큰 폭으로 상승했다. 대구·경북에서만 최대 60%p에 달하던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 격차가 10%p대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는 지방선거 이래 최초로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배출되기도 했다. 장세용 구미시장이 40.8%를 득표해 38.7%를 얻은 자유한국당 이양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이다. 구미시장 선거는 촛불혁명 이후 달라진 대구·경북 민심을 보여준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더 이상 대구·경북을 자유한국당 텃밭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대구·경북서 드러난 민주당 지지율
왜 의석수로 이어지지 못했을까

3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원내외 7개 정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이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3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원내외 7개 정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이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그러나 여전히 투표를 통해 드러난 민심이 실제 의석수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일례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46.15%의 득표율밖에 못 얻었지만, 대구시의원 대부분인 25석(83.3%)을 가져갔다. 반면 35.78%의 득표율은 얻은 민주당은 5석(16.7%)밖에 얻지 못했다.

이 같은 '민심 불일치'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현재 지역구 선거가 소선거구제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소선거구제는 잘게 나눈 선거구에서 1위 득표자만 당선되는 제도다. 심지어 ㄱ후보자가 51%, ㄴ후보자가 49%의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도 ㄱ후보자만 당선된다. 49% 유권자의 민심은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당 투표로 비례대표를 선출하지만, 지역구 의석 수에 비해 비례대표 의석 수가 턱없이 낮아 제대로 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시민사회에서는 소선거구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기반으로 한 선거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수를 배분하는 선거제도다.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정당별로 총 의석을 할당하고 이후 정당별 총 의석 수에서 지역구 의석 수를 뺀 만큼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배정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정당 득표율과 실제 의석 수가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현재의 승자독식 선거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라고 부른다.

20대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면?
보다 다양한 민심 반영되는 결과 나타나

권역별비례제 20대 총선. 자료사진
권역별비례제 20대 총선. 자료사진ⓒ민중의소리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대구·경북의 선거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올해 2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난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 적용할 때 의석 수가 어떻게 변하는지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122석, 민주당 123석으로 거대 양당이 비슷한 의석수를 차지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일환인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20대 총선 결과에 적용한다고 가정할 때(초과의석 허용), 대구·경북 지역은 새누리당 21석, 더불어민주당 5석, 국민의당 6석, 정의당 2석으로 바뀌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선거 결과 대구·경북 지역의 정당별 의석 수가 새누리당 21석, 민주당 1석, 무소속 3석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선거제도만 바뀌어도 다양한 정당을 지지하는 민심이 의회에 반영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특히 촛불혁명 이후에는 자유한국당에 불리한 방향으로 여론의 지형이 더욱 바뀌었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2020년 21대 총선이 실시된다면, 대구·경북에서 더욱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민주당을 지지했던 20~30%의 민심이 사표가 됐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면 이 같은 민심도 의석 수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그동안 대구·경북 지역의 선거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는 현행 소선거구제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시 대구·경북 지역의 일당 독점 현상이 깨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경북에서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당들의 지지율이 30% 정도 나오지만,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도의원 당선도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승자독식 선거제도 하에서는 이 30%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지역 정치가 일당 지배처럼 고착화되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하 공동대표는 "만약 지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안처럼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을 때에는 대구·경북에서도 자유한국당이 아닌 다른 당의 당선자들이 나올 수 있다. 지역구에서 당선이 안 되더라도 그 권역의 비례대표로 당선되기 때문"이라며 "이전에는 특정한 정당 후보만 당선됐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후에는 다른 정당의 후보들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으니 지금보다 더 다양성이 보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소연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