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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못 내놓겠다는 문무일 검찰총장, 정부와 ‘정면충돌’ 불가피
문무일 검찰총장.
문무일 검찰총장.ⓒ김슬찬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지난 국정감사보다 더 구체적이고 강경한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문재인 정부와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은 9일 오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나와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합의한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단순히 기능을 이관하는 식으로 논의되는 것은 곤란하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1일 발표된 조정안에는 ▲검찰-경찰 수평적 관계 확립 ▲경찰의 1차적 수사권 및 1차적 수사종결권 부여 ▲검사의 송치 전 수사 지휘 폐지 ▲영장 청구시 필요한 경우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 ▲경찰 수사권 남용 신고 및 인지가 있을 경우 시정조치 요구 및 검찰로 사건 송치 가능 등의 내용이 명시됐다. 검찰과 경찰 측 입장을 조율한 결과물이었다.

문 총장은 대부분의 핵심 방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선 “법무부 장관이 합의한 안에는 범죄 진압과 수사가 구분이 안 돼 있다”며 “경찰이 맡은 진압은 신속하고 효율적일 필요가 있지만, 검찰이 맡은 수사는 적법하고 신중하게 처리돼야 한다. 이것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검찰개혁이 사법경찰을 사법적 통제로부터 이탈시키자는 논의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검사의 송치 전 수사 지휘’를 폐지하도록 한 조정안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총장의 이러한 입장은 대검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에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대검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국가 중 경찰 수사에 대해 민주통제, 사법통제를 모두 배제하는 나라는 없다”며 “중앙집권적이고 민주통제가 약한 ‘국가사법경찰’에 대해서는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검사의 ‘사법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면 사건 암장 등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증가할 우려가 있다”며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사법 작용이므로, 사법관인 검사가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은 소추기관이 아닌 경찰에게 ‘소추결정권’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제한한 것과 관련해서도 “대형 부정부패 사건이나 다수 국민이 피해를 입은 사건 등 고도의 수사능력과 정밀한 법률지식,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검사의 직접 수사가 필요하다”며 “검사의 수사를 법률로 제한하는 방안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제 조정안은 경찰의 1차 수사를 검찰이 실질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장치를 상당 부분 남겨뒀다.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면 보완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점, 경찰이 1차 수사를 종결한 이후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점, 경찰의 ‘수사권 남용’이 인지됐을 때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검찰이 사건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한 점 등이 그렇다.

부패·경제·금융 및 증권·선거 범죄 등 특수수사 분야에 한해 검찰이 수사권을 갖는 것은 기존과 거의 동일하다. 오히려 송치 전 일반 사건들에 대한 소소한 책임들이 줄어들면서 검찰 입장에서는 인지 수사에 수사력을 더 기울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측면도 있다.

현 사법체계에 비춰보더라도 검찰이 말하는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는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경찰을 통해 청구된 영장과 검찰이 직접 청구한 영장은 모두 법원 심리를 거쳐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수사권 조정안을 반대하는 검찰의 논리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단순히 기존에 검찰이 독점하던 권한을 경찰과 나눠 갖는 방안을 법제화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으로 비춰질 소지가 오히려 크다.

조정안에 대한 검찰 입장이 확고함에 따라 향후 조정안 입법 과정에서 검찰과 정부, 경찰 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향후 조정안 법제화 과정에서 정부안에 추상적으로 명시돼 있는 경찰 수사 통제 방안을 검찰에 유리하게 구체화시키거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도입 논의 과정에서 자칫 축소될 여지가 있는 특수 수사 영역을 사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

강경훈 기자

법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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