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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말라”, ‘김학의 별장 성접대’ 진상조사한다는 검사가 피해자에게 한 말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공동주최로 열린 검찰 진상조사단 부실 조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을 철저히 진상 규명할 것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공동주최로 열린 검찰 진상조사단 부실 조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을 철저히 진상 규명할 것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슬찬 기자

이른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는 검찰 진상조사단이 제대로 된 조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강간 당한 뒤 왜 바로 신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하는 등 2차 가해를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013년 3월 강원 원주시 소재 한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는 영상에 등장해 성폭력 가해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고 특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증거불충분으로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 출신인 김 전 차관의 담당 수사검사는 그의 부장검사 시절에 그 밑에서 근무했던 검사로 알려져 당시 수사은폐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 피해자인 A씨와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등 시민단체들은 9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전 법무부 차관의 성폭력 사건의 진상조사단 조사팀을 당장 교체하고 진상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공동주최로 열린 검찰 진상조사단 부실 조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을 철저히 진상 규명할 것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공동주최로 열린 검찰 진상조사단 부실 조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을 철저히 진상 규명할 것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슬찬 기자

기자회견에서는 피해자 A씨가 직접 진상조사단의 부적절한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었다. A씨는 자신의 아들에게조차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훗날 아이가 이 사건에 대해 알게 될까 두려워서다.

그는 “벌거벗고 거리에 나와 있는 심정”이라면서 “용기를 내 검찰에 협조했지만 진상조사단은 형식적인 조사로 임해 나를 이 자리까지 나오게 했다. 진상조사단은 첫 조사에서 ‘많은 기대를 하지 말라’며 나를 돌려보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갔다.

이어 “진상조사단에 2013년 조사 당시 검찰이 가족들 신상을 이야기하며 불쾌감을 줬고, 피해자에겐 해선 안 될 질의를 했다고 검사의 태도도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진상조사단은 ‘일반적인 조사’라고 말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진상조사단의 재조사는 겉핥기라고 느꼈고 특히 검사의 질의는 엄청난 혼란을 줬다”며 “조사단 역시 ‘왜 강간 당하고 바로 신고 안했냐’는 피해자에게 해선 안 되는 질의를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사건의 진실을 알리겠다며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생겼지만 생각과 다른 조사에 또 한번 주저앉았다”며 절망적인 심정을 전했다.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공동주최로 열린 검찰 진상조사단 성폭력 사건 부실 조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김학 전 법무부차관 성폭력 피해 당사자가 발언하고 있다.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공동주최로 열린 검찰 진상조사단 성폭력 사건 부실 조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김학 전 법무부차관 성폭력 피해 당사자가 발언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A씨와 함께 참가한 시민단체는 지난 2013년 당시 검찰의 수사에 대해 “주요 가해자가 검사 출신의 법무부 차관이었기에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검찰은 사건을 정의롭게 해결하는 대신 여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외면하였고,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2년여에 걸친 성폭력 피해에 대해 아주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을 뿐 아니라 동영상, 사진, 옷, 녹취록 등 증거를 제출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피해자의 진술을 일관되게 배척하며, 피해자에게 입증을 요구하면서, 피의자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과거 인권침해, 검찰권 남용 의혹 사건을 진상규명하겠다며 발족한 ‘검찰과거사위원회’의 본조사 권고에 따라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이 재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진상조사단은 2013년, 2014년 피해자가 경험한 검찰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며 “성폭력 사건에 대한 어떠한 감수성도 찾아볼 수 없으며, 조사에 대한 진정성도 찾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10월 22일 애초 지난 5일까지로 예정된 활동기간을 연말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으나, 기한의 연장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진상조사단 내 조사팀 교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지난 7월 진행된 진상조사단의 피해자 조사 당시 상황을 전하며 재조사 과정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가 과거 수사를 두고 일반적인 수사였다고 한 데 대해 이들은 “성폭력 피해자가 신뢰관계인 동석을 요청하는데 거부하고 사건과 관계없는 피해자의 부모의 전과나 경제력을 언급하고, 피해자의 진술을 의심하고 배척하며, 가해자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는 이러한 수사가 한국 사회 검찰의 ‘일반적인 수사’라는 말이냐”고 꼬집었다.

피해자에 대한 진상조사단 검사의 2차 가해 의혹에 대해서도 “진상조사단이 본 사건을 대하는 태도를 단편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그들의 말대로 지금의 진상조사단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8월 초에 진상조사단에 제출한 피해자 의견서가 누락된 점 △김학의 전 차관, 건설업자 윤모 씨 등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 진상조사단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피해자 A씨의 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지은 변호사는 “피해자 의견서를 지난 8월6일 정식으로 접수했지만 10월 중순까지도 조사단에 전달되지 않았다”며 “진상조사단은 이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조사단은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자신들은 피의자를 소환할 수 없고, 검찰 수사 과정에 잘못이 있었는지만 수사하는 것일 뿐 재수사는 아니라고 운을 뗐었다”면서 “그러나 조사단은 장자연 사건의 경우처럼 재수사를 권고할 수도 있다. 이처럼 적극 조치가 가능함에도 자신들의 제한된 권한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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