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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자 원직복직, 노동3권 쟁취” 15년만에 대규모 연가투쟁 나선 공무원노조

#.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뭔 노동자? 당신 그러다가 깜방이라도 가면 어떻게 해. 당신 학교 다닐 때는 안 그랬잖아! 남들 다 데모할 때 당신은 조용히 공부만 했잖아. 이제 와서 왜 그래...당신 그냥 가서 그만 둔다고 잘못했다고 그래."

"아니, 난 잘못한 거 없어. 물러서지 않을 거야. 내가 지금 물러서면 내 뒤에 따라 오는 사람들은 다 주저앉게 될 거라고. (그럼 길거리에 나 앉게 되는 우리 가족은 어떡하고!) 반드시 복직 할 거야. (잘도 되겠다! 그래 당신 마음대로 해!)"(공무원 연가119투쟁 집체극 '마주보기' 대사 중)

무대 위 연기에 무대 아래 해직 공무원들은 고개를 떨궜다. 집체극은 노조활동을 하다 해직당한 공무원 아버지와 막 공무원이 된 딸의 모습을 그려냈다. "아빠처럼 공무원이 되고 싶다"던 딸은 어느새 첫 출근을 앞둔 공무원이 됐다. 하지만 해직 이후 아빠의 고통스런 삶을 본 딸은 "아빠처럼 살고 싶지 않아"라고 말했다. 무대 위 딸의 말에 해직자들은 땅바닥을 보거나 눈시울을 붉혔다.

무대 위 해고자 아버지는 '원직복직'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그래 괜찮아'라는 제목의 노래를 부르며 자신을 달랬다.

#. "지키는 사람이 있어야 계속 싸울 수 있어. 언젠가는 모두 함께 할 거다. 노조 깃발은 올라갔어. 우리는 이제 그 깃발을 지켜내고,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해야 해. 자 다들 복귀해. 어서"

까까머리에 '원직복직 쟁취'라고 적힌 붉은 띠를 두르고 있는 해고 공무원 노동자들. 그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탄압에 맞서 싸우며 노조를 지키다 일터에서 쫓겨났다. 그렇게 해고된 공무원 노동자는 136명. 이들은 원직 복직과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오체투지, 단식투쟁, 노숙농성도 가리지 않았고, 삭발투쟁을 벌여 머리카락 한 올까지 모두 투쟁에 바쳤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을 현실로 공무원119 연가투쟁’ 결의대회에서 해직공무원 원직복직과 노동3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을 현실로 공무원119 연가투쟁’ 결의대회에서 해직공무원 원직복직과 노동3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슬찬 기자

해고자들은 무대 위에 올라, 고개를 들고 조합원들을 바라봤다. 김은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이하, 공무원노조 회복투) 위원장은 연가투쟁에 함께 해준 6000 여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그는 14만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투쟁의 버팀목이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또 "안타깝게도 몸은 함께 하지 못하지만, 공무원 노조 설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고(故) 차봉천· 안현호·김원근 동지도 119 연가투쟁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대 위 해직자들은 고인이 된 동료들의 사진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정권의 필요에 따라 공무원들은 공복으로 무한봉사자로, 때로는 세금도둑,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취급 당해왔다. 상급자의 지시와 명령은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명령으로 다가왔고, 그들은 복종을 강요했다"며 "짓눌렸던 (우리들의) 자긍심이 폭발하면서 공무원 노조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훗날 역사의 한 페이지에, 아니 누군가의 일기장에라도 '공무원 노동3권 쟁취와 공직사회 민주화, 공직사회 개혁에 앞장서다 국가권력의 폭력과 탄압으로 136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14만 공무원노조 조합원의 힘으로 15년 만에 명예를 회복하고 원직복직이 이뤄졌다. 11월 9일 6천여명이 모인 연가투쟁은 노동3권 정치기본권 보장의 토대가 됐다. 공무원의 울타리를 넘어 비정규직, 구조조정 등 차별과 소외가 없는 사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실현되는 사회 건설에 앞장섰다'고 기록되고 기억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편지 낭독을 마무리 지었다.

이에 전국 각 지역본부와 법원·교육청 등을 대표하는 본부장 20여명이 "해직자 원직복직에 앞장서겠다"고 외치며 마음을 모았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을 현실로 공무원119 연가투쟁’ 결의대회에서 해직공무원 원직복직과 노동3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을 현실로 공무원119 연가투쟁’ 결의대회에서 해직공무원 원직복직과 노동3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슬찬 기자

이날 전국에 흩어져 일했던 공무원 노동자들이 연가를 내고 한 곳에 모였다. 해직자들의 원직복직과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다. 15년 만에 일손을 놓고 모인 대규모 연가투쟁이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은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희망을 현실로, 119 연가투쟁'을 벌였다. 6천여명(주최 측 추산) 공무원들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 광장의 양 옆에는 본부와 지부 깃발들이 휘날리고 있었다. 이들은 해직자 원직복직으로 노동존중 사회를 이룩하고, 공무원의 노동3권·정치기본권 쟁취를 통해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기본권을 온전하게 보장받기 위해서 이 자리에 모였다.

#."그런데 연가를 내야 되는 겁니까. 꼭 그렇게 까지 해야 되나요. 해고자 문제는 정부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같은 질문에 광장에 모인 공무원 노동자들은 "우리의 힘으로 쟁취하자"고 답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을 현실로 공무원119 연가투쟁’ 결의대회에서 해직공무원 원직복직과 노동3권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을 현실로 공무원119 연가투쟁’ 결의대회에서 해직공무원 원직복직과 노동3권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미세먼지 속에서도 조합원들은 마스크를 내리고 "해직자 원직복직 투쟁으로 쟁취하자","공무원도 노동자다. 노동3권 쟁취하자" "공무원도 국민이다. 정치기본권 보장하라"고 함께 외쳤다. 이들은 "해직자 원직복직", "노동3권, 정치기본권"이 적힌 손피켓을 높이 들어보였다.

광주에서 올라온 문 모(26,여)씨는 "눈치보지 않고, 우리의 권리를 위해 연차를 쓰고 서울로 올라 왔다"고 말했다. '해직자 원직복직'이라는 글자가 적힌 귀여운 머리띠를 착용한 김 모(30, 남)씨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르키며 "해직자 원직복직을 위해서 광주에서 올라왔다"고 활짝 웃으며 답했다.

#."아빠, 동지가 뭐야?"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하는 게 동지지"

"아버지의 동지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고자의 딸이자, 현재 공무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김은서' 씨는 아버지 곁에 있어주는 조합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을 현실로 공무원119 연가투쟁’ 결의대회에서 해직공무원 원직복직과 노동3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을 현실로 공무원119 연가투쟁’ 결의대회에서 해직공무원 원직복직과 노동3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슬찬 기자

대회 초반 무대에 오른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해고자들의 원직복직은 공직 사회의 노사관계 회복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오로지 국민의 편에서 국민에 맞는 행정을 추구하다 일터에서 쫓겨난 공무원들의 복직이야말로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가 모범적인 사용자임을 확인시켜주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11월 총파업을 동지들의 이번 연가투쟁으로 시작한다"면서 "반드시 공무원 해고자를 복직시키고,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과 정치적 기본권을 쟁취하자. 오늘의 119 연가투쟁이 반드시 승리하는 투쟁이 되도록, 80만 조합원과 함께 힘차게 싸워 승리를 만들어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아이고~ 한바탕 또 시끄러워지겠구만. 이게 뭐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은서씨. 노조 알아요? 노동조합? (어... 아니요) 나는 들어왔을 때 선배들이 다 가입하고 있어가지고 어쩔 수 없이 가입했는데, 해봤자 도움되는 거 같지도 않고 잘 모르겠어요."

"해고자 문제가 남의 일인가요? 선배님하고는 관계가 없냐는 말이에요?"

"그야 조용히 잘 다니면, 해고될 문제가 없지 않아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을 현실로 공무원119 연가투쟁’ 결의대회에서 해직공무원 원직복직과 노동3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을 현실로 공무원119 연가투쟁’ 결의대회에서 해직공무원 원직복직과 노동3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김슬찬 기자

김주업 공무원노조위원장은 해고자의 원직복직은 남의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광장 옆 정부서울청사를 가리키며 "만약 우리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 저 청사의 담장을 넘어야 한다면, 다만 그 담장을 넘게 되면 공무원 직을 포기해야 한다면 여러분들 어떻게 하겠나"라고 물었다. 이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나는 이제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나에게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자녀가 있어서, 배우자가 너무나 반대하기 때문에... 저 담장을 넘을 수 없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 많은 어려움을 뒤로 하고, 저 담장을, 우리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 넘었던 동지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우리 노조의 136명의 해고자 동지들"이라면서,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공무원노조도, 지금의 우리가 이룬 성과도 없었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해고자 동지들을 원직복직 시키는 것은 살아남은 우리 현직들이 해야 될 동료에 대한 최고의 의리이자, 의무"라고 짚었고, 이어 "해고자 동지들을 원직복직 시키는 것은 공무원 노조 활동의 정당성을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인정받는 길이자 노동존중 사회를 열어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현오 공무원노조 사무처장은 "어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노조와의 면담이 있었다"면서 "면담 결과, 올 해 안에 해직자 원직복직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에 합의했고, 월요일부터 실무교섭 시작한다"고 밝혔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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