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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이 지하도보다 위험하다”…시민단체, 재발방지 대책 촉구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0일 오전 화재로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인근 고시원 앞에서 추모 및 재방 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빈민 주거공간의 스프링쿨러와 화재경보기를 의무화하고 고시원의 대한 주거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 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0일 오전 화재로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인근 고시원 앞에서 추모 및 재방 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빈민 주거공간의 스프링쿨러와 화재경보기를 의무화하고 고시원의 대한 주거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 했다.ⓒ김슬찬 기자

종로 고시원 화재의 핵심 원인이 만성화된 주거빈곤 문제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민단체들은 고시원, 쪽방촌 등 취약계층이 살고 있는 주거시설은 ‘비주택’으로 분류돼 현행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언제든 비슷한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일 주거권 네트워크, 빈곤사회연대 등 19개 시민·종교단체는 전날 화재로 7명이 목숨을 앗아간 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 현장 앞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정부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건물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화재로 출입구가 봉쇄돼 사태가 심각해졌다”며 “지난 1월 종로 여관 화재와 꼭 닮았다. 공통적으로 건물이 화재에 취약한 낡은 건물이고 사상자 대부분이 장기 투숙 중인 일용직 노동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쪽방, 여관·여인숙, 고시원, 비닐하우스 등 비주택에 거주자는 전국 37만 가구에 달하며 이 가운데 15만 가구가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다”며 “소방청의 화재통계에 따르면 올해 화재 사망자 306명 중 96명이 고시원 등 주택법상 주택으로 인정되지 않는 비주택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0일 오전 화재로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인근 고시원 앞에서 추모 및 재방 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빈민 주거공간의 스프링쿨러와 화재경보기를 의무화하고 고시원의 대한 주거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 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0일 오전 화재로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인근 고시원 앞에서 추모 및 재방 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빈민 주거공간의 스프링쿨러와 화재경보기를 의무화하고 고시원의 대한 주거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 했다.ⓒ김슬찬 기자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고시원은 애초에 대학가 주변에서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50대 이상 기초수급 대상자나 일용직 근로자 등 가난한 1인 가구가 최후의 주거지가 됐다”며 “이번 사고는 구멍 뚫린 복지와 사회 안전망 때문에 발생한 인재”라고 지적했다.

사고가 발생한 고시원엔 스프링클러 등, 화재경보기 등의 기본적인 화재 안전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지난 2009년 고시원 등의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며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법 시행 이전에 문을 연 시설에는 효력이 미치지 않았다. 실제로 사고가 일어난 고시원은 지난 2007년 영업을 개시했다는 이유로 화재에 무방비였다.

시민단체들은 “건물 화재는 주로 기존 노후 건물에서 발생하는데, 화재 안전대책들은 신규 건물을 기준으로 마련되고 있다”며 “건물에 대한 화재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기존 건물에도 소급적용해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상임활동가는 “고시원을 나와 지하도에서 지난다는 한 분은 ‘지하도는 불이 나면 사방으로 튈 수 있지만 고시원은 도망갈 곳도 없어 정말 위험’하다는 얘기를 했다”며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중앙 또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비주택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간이숙소‘와 관련한 제도를 마련해 지자체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영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미국과 영국 등에도 관련 기준이 구비돼 있다”며 “우리 정부도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비주택 거주자들을 위한 적절한 안전기준과 주거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0일 오전 화재로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인근 고시원 앞에서 추모 및 재방 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빈민 주거공간의 스프링쿨러와 화재경보기를 의무화하고 고시원의 대한 주거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 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0일 오전 화재로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인근 고시원 앞에서 추모 및 재방 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빈민 주거공간의 스프링쿨러와 화재경보기를 의무화하고 고시원의 대한 주거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 했다.ⓒ김슬찬 기자

정부는 지난 2007년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개시하며 10년 동안 공공임대주택 6000호를 공급, 해마다 600호를 공급했다. 하지만 비주택 거주자 숫자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윤지민 종로주거복지센터 팀장은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공급 방식이 소극적이었다”며 “특히 고시원 등이 밀집돼 있는 서울시의 경우 서울도시주택공사의 공급이 전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취약계층·고령자 주거지원방안’을 통해 노후 고시원을 매입해 리모델링을 통해 저소득 가구에 공급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지만 도시 빈민에 대한 주거 환경 개선이나 안전 대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주거권 네트워크 박동수 대표는 “가난한 사람은 왜 이런 극한 형벌을 받아야 하는가. 가난이 죄인가. 가난한 사람은 감옥 독방보다 작고 사생활도 보장되지 않는 한두평 공간에서 살아가야 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전향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주거는 인권이다”라며 “경제 성장이 멈추는 시대다. 한국 국민은 지금 가난하거나 미래 가난을 예약한 사람이다. ‘사람이 먼저다’가 진정성 있는 국정 철학이라면 정부와 지자체는 가난한 사람도 안정적인 주택에서 거주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어제 새벽 서울 종로구 청계천 인근에 위치한 ‘국일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 사상자 대부분은 일용직 노동자다. 대피 및 구조가 어려움을 겪은 원인으로 스프링클러 미설치와 대피로 미확보가 지적된다. 종로소방서는 출동지령 5분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화재가 이미 심각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사고 피해자에 대한 긴급 주거지원 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종로구가 피해자들이 지원 대상을 확정하면 인근 미임대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입주시킬 예정이다.

김도양·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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