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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철지난 미사일기지 위성사진으로 北위협 과장하는 美싱크탱크와 언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 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를 근거로 북한의 숨겨진 미사일 기지가 거대한 사기를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 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를 근거로 북한의 숨겨진 미사일 기지가 거대한 사기를 시사한다고 보도했다.ⓒNYT 인터넷판 캡처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 시간) 미국 보수 싱크탱크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의 숨겨진 미사일기지가 드러났다며, 이는 북한이 북미협상 과정에서 ‘거대한 사기(Great Deception)를 시사한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NYT가 인용한 해당 싱크탱크에서 내놓은 위성사진의 정밀도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구글어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만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당 사진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전인 지난 3월 29일 촬영된 위성사진이며, 해당 보고서가 언급한 미사일기지도 이미 수차례 미사일 발사까지 이뤄진 공개된 기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는 과거 북미협상 과정에서도 미국 보수 싱크탱크가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증거도 없는 문서를 내놓으면, 이를 미국 언론들이 ‘북한 불신 조장’으로 확산해 북미협상의 판을 깨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NYT는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을 완화했다(neutralized)고 주장했지만, 미 정보기관 네트워크에 오래 알려진 상업용 위성의 새로운 사진은 16개의 숨겨진 미사일기지에서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NYT는 해당 기사의 근거로 같은 날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하며, 그 보고서에 공개된 12장의 사진 중 2장의 위성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 위성사진에서 보이는 건물이나 협곡 등을 근거로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시험장 폐기를 약속하고도 다른 10여 곳의 시설에서는 재래식 미사일과 핵미사일 발사 능력 향상을 위한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NYT가 근거로 인용한 CSIS도 같은 날 보고서를 통해 총 12장의 위성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미 미사일을 수차례 발사한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일대의 미사일기지가 현재 운영 중(active)이며 상당히 잘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알려진 황주 미사일기지 인근 협곡에 확인되지 않은 새로운 숨겨진 군사시설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해당 위성사진에 여러 곳을 숙소, 본부, 보조시설, 입구 등을 선으로 표기해 마치 엄청난 비밀 미사일기지가 발견된 것처럼 표시했다.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2일(현지 시간) 북한 황주군 미사일기지 인근을 촬영한 철 지난 위성사진을 근거로 숨겨진 미사일 기지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2일(현지 시간) 북한 황주군 미사일기지 인근을 촬영한 철 지난 위성사진을 근거로 숨겨진 미사일 기지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CSIS 보고서 사진 캡처

CSIS는 이 12장의 위성사진을 근거로 최소 13곳에서 20곳까지로 추정되는 신고되지 않은(undeclared) 북한 미사일기지가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근거 없는 주장이 NYT의 보도에서는 다시 16곳으로 확정해 둔갑한 것이다.

‘황주 삭간몰 일대 미사일기지’는 이미 노동미사일 등 발사한 공개된 장소

CSIS가 보고서에서 위성사진을 근거로 인용한 미사일기지는 황해북도 황주군에 있는 북한 공군기지(공군 1016부대)에서 약 5km 떨어진 곳에 있는 ‘황주 미사일기지’로 이미 예전부터 알려진 지역이다.

북한은 지난 2016년 9월 5일, 이 미사일기지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노동미사일 3발을 동해상으로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한 바 있다. 북한이 처음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1984년부터 이곳 황주 미사일기지에서만 12발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즉, CSIS는 이미 알려진 이 미사일기지를 위성사진을 근거로 마치 새롭고 숨겨진 비밀기지라고 주장한 셈이다. 또한 기자가 구글어스를 통해 이 일대를 탐방한 결과, CSIS가 공개한 위성사진보다도 더 선명하고 자세한 위성사진을 인터넷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또 NYT는 CSIS의 이러한 위성사진과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북미협상에도 불구하고 ‘큰 사기’를 치고 있다며 전혀 폐쇄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해당 보고서를 발표한 빅터 차(Victor Cha)의 말을 인용해 “기지가 중단되지 않았다. 모두가 트럼프가 (북한과) 나쁜 협상을 받아들일까봐 걱정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NYT가 인용한 CSIS의 보고서에 있는 위성사진은 모두 민간위성업체인 ‘디지털 글로브’가 지난 3월 29일에 촬영한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촬영된 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한 셈이다.

또 기자가 확인한 구글어스에 있는 위성사진의 촬영 날짜는 이보다 1년여 전인 2017년 4월 23일이다. CSIS가 최근(?) 위성사진으로 확인했다는 내용을 모두 그보다 1년여 전에 촬영된 구글어스를 통해서도 다 확인할 수 있었다. 그만큼 이미 모든 활동이 공개된 장소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위성사진에서 확인했다고 주장한 지역은 구글어스를 통해서는 더 자세하게 해당 지역을 확인할 수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위성사진에서 확인했다고 주장한 지역은 구글어스를 통해서는 더 자세하게 해당 지역을 확인할 수 있다.ⓒ구글어스 캡처

근거 없는 보수 싱크탱크 보고서 인용해 ‘북한이 약속 불이행’ 주장하는 언론

CSIS 보고서의 가장 맹점은 이렇게 흐릿하고 철 지난 위성사진 몇 장을 가지고 ‘기지 안에 7개의 긴 터널이 있고 최대 18대의 미사일 이동용 차량이 들어갈 수 있다’는 등 확대 해석을 한다는 점이다. 또 이러한 위성사진 12장을 놓고 북한이 최소 13곳에서 20곳의 미사일 비밀기지를 운영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NYT 보도의 가장 큰 맹점도 이러한 근거 없는 보고서를 기반으로 마치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에도 전혀 비핵화와 관련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핵개발과 핵 은닉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점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장한 북한 황주군 숨겨진(?) 미사일기지 일대 지역도 구글어스로 더 자세하게 건물 등 모든 시설을 확인할 수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장한 북한 황주군 숨겨진(?) 미사일기지 일대 지역도 구글어스로 더 자세하게 건물 등 모든 시설을 확인할 수 있다.ⓒ구글어스 캡처

특히, 이미 알려진 미사일기지 주변에서 철이 지난 사진에서도 확인되는 건물과 일반 협곡 등을 찍어 단순히 표시만 해놓고, 마치 근거가 있는 것처럼 북한이 산악지대에 있는 비밀 미사일기지에서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는 셈이다.

‘NYT 보도나 CSIS 보고서에서 언급한 황주군 삭간몰 미사일 발사기지는 이미 2010년 이전부터 다 알려진 것으로 터무니없다(ridiculous)’는 기자의 지적에 미 국방부 크리스토퍼 로건 대변인은 13일, “우리는 북한을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지만, 특정 정보 사안은 언급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로건 대변인은 이어 “북한과의 지속적인 협상과 관련되고, 그러한 진전(progress)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떠한 것도 미 국무부가 코멘트할 필요가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이에 관해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날 기자에게 보낸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 등에 대한 약속을 지킨다면, 북한과 그 국민들 앞에 훨씬 더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대신했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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