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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의 청년전태일들] 전태일이 살아있다면 했을 일들

전태일 48주기를 맞았다. 1970년대 엄혹했던 시절 바보회를 조직하고, 평화시장에서 설문조사를 돌리고, 근로감독관을 찾아가 평화시장 노동현실을 고발하고, 언론사를 찾아가고, 집회를 열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나서 스스로를 태워야겠다고 결심하기까지. 노동자에게 예수같이 다가온 그는 짧은 인생을 자신보다 더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과 함께 했다.

현재는 노동자들의 소식을 다뤄주는 언론도 있고, 연대를 와줄 수 있는 민주노총이라는 조직도 있다. 전태일과 동료들이 바보회를 만들었던 시절, 평화시장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다뤄준 기사 하나에 기뻐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래도 노동자들이 여기까지는 왔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전태일이 살아있다면 했을 일들을 하는 것이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청년전태일은 죽는 그 순간 어머니께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전태일 정신으로 한평생 노동자를 위해 산 이소선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노동조합이 설립되는 곳을 찾아다니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생전 집회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옷도 세상도 건물도 자동차도 이 세상 모든 것을 노동자가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가 안 되어서 천대받고 멸시받고 항상 뺏기고 살잖아요. 이제부터는 하나가 되어 싸우세요. 하나가 되세요. 하나가 되면 못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태일이 엄마의 간절한 부탁입니다. 여러분이 꼭 이뤄주세요.”

노동자들에게 단결은 노동조합이다. 위디스크 양진호 같은 자가 다른 직원이 있는 앞에서, 대놓고 뺨을 날릴 수 있는 것은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는 자기 조직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하나가 돼 사장과 자신이 동일한 인격체라는 것을 확인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가입을 하는 것이다.

최근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제 더 이상 민주노총이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임 실장에게 묻고 싶다. “왜 촛불혁명 이후 민주노총 조합원이 75만에서 100만에 가깝게 늘었는가?” 수많은 노동자들이 토요일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고 대통령을 바꿨지만, 월요일 출근해 저임금과 갑질을 당하는 자신의 처지를 바꾸진 못했다. 그 촛불을 들었던 청년들과 비정규직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해서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 있는 것이다. 임 실장은 왜 사회적 약자가 민주노총을 찾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대한통운에서 20대 초반 청년은 뜨거운 땡볕에서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서 일하다가 감전사로 사망했다. 원청 CJ대한통운은 고작 과태료 650만원만 물었다. 하청 비정규직 청년이었던 구의역 김군, 19살 실습하다가 사망한 제주 실습생 이군 또한 열악한 노동조건에 일하다가 사망했다. 자신의 생애 첫 노동을 남들이 다 가져가고, 부르는 대로 팔리는 떨이 물건처럼 값싸게 노동력을 팔 수밖에 없는 것이 청년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전태일은 본인도 먹고 살기 어려웠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노동환경을 가진 여공을 보면서 풀빵을 사주고 자신은 집까지 걸어갔다. 노동운동이 힘들다고 하지만 한국사회가 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3년 안에 이직률이 50%가 넘는 비정규직 청년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청년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이라는 무기를 주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더불어서 5인 미만의 사업장, 노동조합조차 만들 수 없는 환경의 300인 이하 사업장에 근무하는 청년노동자들을 위해 ‘돈’과 ‘사람’을 주는 구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최근 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을 설립해서 자신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창사 60년 만에 신도리코에 30대 초반의 분회장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노조 설립 이후 신도리코에는 야근과 주말 교육, 월요일 청소 등이 없어졌다고 한다. 4~5년 동안 일하다가 나이가 어느 정도 되면 해고를 받아들였던 청년 치료사들도 최근 복직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을 응원하고 함께 연대해달라.

서울의 금천수요양병원에 근무하는 2~30대 청년 치료사들이 노조를 만들고 부당해고 철회와 처우 개선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서울의 금천수요양병원에 근무하는 2~30대 청년 치료사들이 노조를 만들고 부당해고 철회와 처우 개선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김종민 전 청년전태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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