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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화 칼럼] 노동과 노동이 만나는 히말라야 트레킹
Clean Clothes Campaign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
Clean Clothes Campaign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cleanclothes.org

윤리적 소비라는 부담스런 말

20년 전에 난 Clean Clothes Campaign이란 국제적 네트워크 캠페인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 국제적 활동은 전세계 의류산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한다. 지금도 이 활동은 지속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많이 이용하는 국제 브랜드 제품들은 국제적 생산망을 통하여 생산된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미국 본사는 마케팅만 담당할 뿐, 생산은 한국과 대만 기업 등이 주로 담당했다. 지금은 이런 관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으나 당시는 두 국가의 기업들이 대부분 맡았다. 이들 기업은 싼 임금, 장시간 근로가 가능한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차린다. 직접적인 생산자는 본사의 사무실, 하청공장의 사무실에서 먼 곳의 노동자들이다. 이런 국제적 생산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의류산업만이 아니다. 대부분 마케팅, 물류, 생산이 분류된 체계로 제품이 소비자의 손에 온다.

Clean Clothes Campaign은 의류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 최소한의 행동규정 Code of Conducts를 만들어 본사와 하청기업에 이를 지킬 것을 촉구하고, 현장의 노동자와 노동조합 활동을 지원한다. 이 캠페인 활동 중 가장 큰 것은 소비자의 ‘윤리적 소비’를 촉구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소위 sweatshop(노동 착취 공장) 제품을 구매하지 않도록 하는 캠페인을 전개한다.

이런 윤리적 소비 활동을 촉구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았다. 중저가 제품도 이제는 국제적 브랜드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디자인 좋고 질 좋은 제품을 값싸게 사고 싶은 가난한 소비자에게 큰 책임의식, 도덕적 죄책감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회의도 있었다. 특히나 지금처럼 일자리 찾기 힘든 때, 불경기에서 소비자에게 윤리적 소비 행위를 꺼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윤리적 소비 행위를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윤리적 소비행위가 소비자에게 막중한 부담이 아니고, 생산과정에서 생기는 이윤을 공정하게 나누는 행위, 생산자가 제 몫,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욱 그렇다.

요즘은 윤리적 소비행위가 다양한 분야에서 전개되고 있다. 공정무역, 공정여행 등이 그것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공정여행이란 것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 여행이란 어차피 일상보다 과지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싸게 할 수 있는 여행을 선호했다. 자유여행을 주로 하는 나에게 싼 여행의 선택은 항공권을 싸게 사는 정도였다. 여행지에서 바가지 요금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공정을 고민할 정도의 여행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누군가 여행과정 내내 나를 옆에서 도와주고 있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히말라야 트레킹 여행은 다른 눈을 갖게 했다. 트레킹은 고된 것이었다. 고된 노동과 고된 트레킹이 만난다. 트레킹을 하면서 직접적으로 노동을 목격하면서, 국제 의류노동자 캠페인을 할 당시의 국제적 노동 연결망이 떠올랐다.

포터가 나무다리 위에서 짐을 나르고 있다.
포터가 나무다리 위에서 짐을 나르고 있다.ⓒ뉴시스

고된 노동이 만들어주는 트레킹

‘히말라야 한국원정대 등반 중 사망’이란 뉴스를 들은 것은 항공권 예약이 끝난 후였다. 이들 원정대에는 4명의 현지인이 함께 했다. 그들의 시신도 발견되었다. 한 언론사가 셰르파 죽음에 대한 기사를 작게 실었다. 그 기사는 셰르파 가족이 겪어야 할 고통과 남겨진 생활고를 다루고 있었다. 셰르파 가족이 받는 유족보상금은 겨우 415달러였다(2014년 기준).

히말라야 트레킹은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포터의 도움이 없이는 단독으로 하기 힘들다. ‘할 수 없다’로 썼다가 ‘하기 힘들다’로 바꿔 썼다. 트레킹 도중에 대형 배낭을 메고 가는 트레커들을 봤다. 여성도 있었다. 우리가 택한 트레킹 코스는 해발 5000m 이하였다. 그 이상도 단독 트레킹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는지는, 내가 실제로 목격하지 못했으니 모르겠다.

나와 함께한 팀원은 모두 8명이었는데, 누구도 단독 트레킹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가이드 3명, 포터 3명이 동행했다. 포터 3명이 8명의 짐을 날랐다. 트레커들은 하루 트레킹에 필요한 필수품만 배낭에 넣고 걷는다. 3명의 가이드도 모두 포터부터 시작하면서 일을 배웠다한다. 가이드가 되기 위해서는 포터는 필수 과정인가 보다.

포터들의 나이는 17~18세 정도였고, 몸무게 50키로 정도였다. 그들이 짊어져야 하는 짐은 25~35키로였다. 한 달 최저임금이 13만 원인 네팔에서 포터의 하루 일당이 2만 원 정도이니 나쁘지 않다. 물론 이들을 고용한 가이드나 트레킹 에이젼스에 따라서 그 일당은 적어질 수 있다. 우리와 동행한 포터들이 얼마나 받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헤드 가이드에게 돈을 지불했고, 헤드 가이드가 포터를 고용했다. 가이드들은 작은 배낭을 메고 우리의 트레킹을 리드하거나, 나 같은 트레커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뒤에서 함께 동행해준다.

히말라야 험난한 길을 따라 짐을 나르는 사람은 트레킹 포터만이 아니다.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길이 없으니, 물자를 운송하는 것은 사람과 동물이다. 말, 당나귀와 야크가 그 동물이다. 가이드에 따르면 이들 동물이 한 번에 보통 50키로 이상을 나른다고 한다. 등에 상처가 나서 뻘겋게 살을 드러낸 말을 트레킹 중에 보았다. 여성도 예외가 아니다. 나에게는 헉할 정도의 무게와 부피의 짐을 대나무 광주리에 담아서 등에 지고 있었다. 벌목을 해서 연료용 나무로 잘라서 나르는 사람들도 보았다. 이들이 운반하는 것에는 가전제품, 건축자재 등 다양하다.

이들이 나르는 물품이- 쌀, 미네랄물통, 음료수, 연료용 나무, 가스통 등- 없으면 트레킹은 불가능하다. 포터 없이 트레킹을 하는 등산객도 이런 물품은 필요하다. 트레커들은 이들 노동에 의존해서 트레킹을 한다. 카페에서, 숙소에서 먹고 마시고 잘 수 있고, 히말라야가 주는 풍경과 문화에 젖을 수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트레킹 내내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노동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일은 무엇일까. 팁을 많이 주는 것, 그들에게 끊임없이 미소와 감사 인사를 보내는 것으로 족할까.

포터들이 홈데(3280m)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포터들이 홈데(3280m)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뉴시스

절경을 호흡하게 하는 노동의 권리

트레킹은 네팔 현지인이 아닌 서구인이 만든 운동이다. 트레킹을 돕는 셰르파의 일도 서구인의 필요에 의해서 생긴 것이다. 현지인들은 설산을 오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산은 신들의 산이기 때문에 존경의 대상일 뿐이었다. 어쩌면 감히 접근해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지금은 ‘가이드’라는 보통명사로 사용되는 ‘셰르파’는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거주하는 부족 이름이다. 이들은 고산에 적응력이 뛰어나서 트레킹에 주요한 인력이 되었다. 유명 등반가 옆에 있었던 동행자들은 셰르파 출신이다.

현재는 셰르파족만이 포터가 되는 것이 아니다. 포터들은 고산에 적응할 수 있는 체력을 타고났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한다. 일자리가 부족한 네팔이기 때문에 다른 부족들도 이 일에 참가한다. 대부분 포터들이 저지대에 사는 가난한 농부이거나 가난한 가정의 소년들이다. 그들에게도 짐 나르는 일과 트레킹을 돕는 일이 평범한 수준의 노동 강도는 아니다. 네팔 포터가 겪는 동상, 고산병 등으로 인한 피해가 서구 트레커들보다 4배 높다는 보고도 있다. (http://www.tourismconcern.org.uk)

이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네팔노동조합은 포터들을 조직하고 있다. 유럽의 몇몇 단체에서는 포터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들 캠페인 단체의 정책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포함된다. 혹독한 기후로부터 포터를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의류 제공, 적절한 숙소와 음식 제공, 생명보험과 적절한 의료서비스 보장, 사고나 병이 생겨도 임금 제공, 짐무게는 최대한 20키로, 16세 미만 아동 고용 금지 등이다. 또한 이들은 히말라야 트레킹을 준비하는 해외 여행객에게, 포터들의 권리를 위한 운동에 동참하는 여행사, 가이드들과 함께 여행계획을 세울 것을 당부하고 있다. (http://worldexpeditions.com/Thoughtful-Travel/Porter-Welfare)

“히말라야를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가본 사람은 많지 않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히말라야 설산을 오르지 못해도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을 가는 여정은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경험해야 한다. 그 여정에서 보는 풍광은 감탄사 외에는 어떤 말도 이어지지 못하게 한다. 히말라야라는 산맥이 만들어내는 마을, 사람, 동물, 식물 등 모든 생명이 여행객에게 예전과 다른 정신적, 정서적 감응을 경험하게 한다. 이러한 감응이 다시 네팔을 찾게 만든다. 이런 감탄과 감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노동이다. 노동이 소박한 삶과 여행객의 정서를 이어지게 한다. 나마스테!

김애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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