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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의 ‘가짜난민’ 프레임을 폐기처분해야 하는 이유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변호사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변호사ⓒ난민인권센터

법무부는 ‘가짜 난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여름 제주도 예멘 난민 사건 이후부터다. “보호의 필요성과 관계없이 경제적 목적 또는 국내 체류의 방편으로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겠다” 가짜 난민으로부터 난민 제도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빠르면 올해 안에 나올 난민법 개정안도 이 같은 인식에 기초한다.

현실에서 위협받고 있는 것은 ‘난민’일까 ‘난민 제도’일까? 진짜와 가짜를 논하기 전에 우리는 난민 신청자들의 현실을 알고 있을까? 지난 12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난 난민인권센터 4년 차 상근 활동가 김연주 변호사는 법무부의 ‘가짜 난민’ 프레임이 얼마나 현실과 괴리된 것인지 항변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난민 인정 절차

‘법무부의 난민법 개정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을 뿐인데, 김 변호사의 말은 끝날 줄 몰랐다. “정부가 난민을 받아들일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 김 변호사는 난민 신청자들이 난민 인정 절차에서 겪고 있는 부당함을 지적하며 법무부의 난민법 개정 방향을 하나하나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난민신청자의 재신청 권리를 제한하겠다고 하는 게 제일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현행 난민법은 난민 재신청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에 ‘1차 면접-이의신청 심의-3심 재판’을 통해서도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신청자들은 새로운 인정 사유를 추가해 재신청할 수 있다. 법무부는 ‘가짜 난민’이 반복적인 재신청을 통해 장기 체류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재신청 제한 규정을 개정안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변호사는 “(난민 인정 절차가) 어느 하나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재신청을 제한하기 전에 난민신청자들이 왜 재신청하게 됐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1차 심사는 법무부 직원들이 난민신청자와 면접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40명도 안 되는 직원들이 전체 난민신청자를 상대한다. 심지어 이들은 순환 배치로 전문성조차 갖추지 못했다.

김 변호사는 “1차 면접은 난민 인정 절차 중 제일 핵심”이라며 “난민신청자가 제출한 증거를 충실하게 보고, 증거가 없더라도 신청자가 진술을 충분하게 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면접의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현실에서 면접관은 의심의 눈초리로 신청자의 세부적 진술 불일치를 잡아낸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면접 공무원과 통역사가 공모해 면접 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일도 있었다.

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난민 어린이가 집회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난민 어린이가 집회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김슬찬 기자

2차 심사는 1차 심사에서 불인정 결정을 받은 난민신청자의 이의신청을 심의한다. 법무부 난민위원회 담당이다. 하지만 법무부 직원들이 위원회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심사는 법무부 직원들이 쓴 보고서를 기초로 진행돼 1차 심사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위원회 심의가 비상설로 1년에 6번 정도밖에 열리지 않다 보니 한 회에 1000건 가까이 되는 보고서를 봐야 한다.

김 변호사는 “이의신청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위원회에서 모든 신청자의 기록을 볼 수 없고, 신청자가 출석해 변론할 기회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난민 신청자들은 이의신청 심사가 정확히 어떤 과정이며 얼마나 기간이 소요되는지 모른 체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며 “이의신청 통해 결과적으로 구제되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의 신청에서도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신청자는 판사에게 법무부의 불인정 결정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그래도 이전에는 소송으로 난민 지위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앞선 과정에서 해결되지 않고 법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지니까 법원에서 2015년 난민 신청자들의 소송구조 신청을 일률적으로 막아버렸다”고 말했다.

소송구조는 경제적 약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위해 법원이 소송비용을 유예·면제해주는 제도다. 소송구조 요건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수 없는 사람이 승소할 가능성이 있을 때다. 김 변호사는 “법원은 (난민 신청자가) 패소할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은 한국인에게도 낯설다. 그런데 법원은 소송구조를 막음으로써 외국인이 변호사 조력을 받을 기회를 배제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소장에 한국어 이름을 쓰지 못해 (센터로) 오는 분들도 많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그는 “절차적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며 “(난민 신청자) 혼자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 도움 없이 법원 통해 구제되는 경우는 0건”이라고 말했다.

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한 난민이 집회 참가자에게 위로를 받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한 난민이 집회 참가자에게 위로를 받고 있다.ⓒ김슬찬 기자

출입국항 난민 신청자 90%는 감옥 같은 생활

이렇게 문제 많은 난민 인정 절차조차 밟지 못하고 강제송환 위기에 처한 사람들도 있다. 출입국항 신청자는 국내 신청자와 달리 ‘회부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해당 신청자가 1차 심사를 받을 자격을 갖췄는지 일종의 사전 심사를 하는 것이다. 현행 난민법은 출입국 심사대에서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해도 난민 신청을 이유로 한다면 심사 기회를 부여하자는 취지에서 ‘출입국항 신청’ 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

하지만 출입국항 신청자 중 1차 심사를 받을 수 있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 약 10%. 나머지 90%, 즉 불회부 결정을 받은 외국인은 강제송환 명령을 받았다. 김 변호사는 “출입국항 신청자 규정을 따로 둔 취지는 (난민을 수용할) 문을 만들자는 의미”라면서 “하지만 현실에서 (회부 심사로 인해) 오히려 벽이 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불회부 결정을 받은 신청자에겐 이의제기 권리조차 할 수 없다. 바로 소송으로 다퉈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소 6개월 동안 이들이 지내야 할 곳은 마치 감옥과 같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들은 송환대기실, 외국인보호실 등으로 보내진다”며 “송환대기실에 구금된 이들은 숙식 자체가 어렵다. 외국인보호실은 그나마 숙식은 해결되지만 통신권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핸드폰, 인터넷 모두 사용할 수 없어 가족과 연락은커녕 외부 도움을 구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다”며 “구금된 채로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을 못 견디고 돌아가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내가 여기서 구금되나 본국에서 구금되나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한국을 떠난 난민 신청자가 한 말을 전하며 김 변호사는 안타까워했다.

정부 측에선 불회부 결정이 났지만 외국인보호실 등에서 체류할 수 있게 했으니 난민 협약의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지켰다고 말한다. 실상은 강제송환 당해 본국에서 박해받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도 말이다. 법무부는 회부심사를 전면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에 김 변호사는 “신병 확보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정식 심사 기회를 부여하라는 난민 협약의 취지에 완전히 반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난민 가족이 난민 지원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난민 가족이 난민 지원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김슬찬 기자

난민 인정받아도 “허공에 발이 떠 있는 듯해”…“내국인 중심주의 타파해야”

김 변호사는 “부당한 상황이 너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성의 면접관을 요청할 권리를 알지 못해 1차 심사에서 군부대에 의한 성폭력 경험을 털어놓지 못한 경우, 일하러 간 사이 면접 통지 알리는 등기우편이 반송돼 심사를 받지 못한 경우, 소수 종교 탄압으로 본국을 떠나왔는데 다수 종교 통역인이 면접에 참여한 경우 등등.

김 변호사는 “하지만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 너무 어렵고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 끝까지 함께 싸우자고 말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법무부 직원들과 판사들이 난민 인정 결정으로 인해 사람이 죽고 살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끝이 아니다”라며 “현재 난민으로 인정받아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분의 말을 들어보면 ‘허공에 발이 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다양성이 공존하며 같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국 사회에서 자녀를 키우는 분들이 본인으로 인해 자녀들이 꿈을 펼칠 수 없으니 자괴감을 많이 느낀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 사회는 근본적으로 내국인 중심주의가 뿌리 박혀 있는 사회”라며 “속상하지만 수면 위로 문제가 드러났을 때 다 같이 고민해보는 시간이 생긴 것 같아 기회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연히 한국 사회에 태어나 사는 것이다. 국적이 사람과 사람을 구분하고 배제하는 기준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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