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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②] ‘중대선거구제’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의 꼼수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정의철 기자

편집자주ㅣ촛불혁명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기본 정신이 정치권에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정치권력과 제도에 가로막혀 국민의 요구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올해 말까지 선거제도 개혁을 비롯해 숙원 과제인 정치개혁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는 정치를 위해 어떤 개혁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정치권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지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정치개혁①] 대구·경북은 정말 자유한국당의 텃밭일까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려면, 중대선거구제로 가는 게 맞죠."

2020년 차기 총선의 '룰'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가동되자마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앞다투어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했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당론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정개특위에 참여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중심으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현재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유권자들의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가 배분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자유한국당과 마찬가지로 아직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당론이 정해지지 않은 더불어민주당 역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이처럼 선거제도 개혁의 논의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모아지는 상황에서 갑자기 '중대선거구제'를 꺼내든 자유한국당의 속내는 무엇일까.

의원정수 확대 '불가' 이야기 하지만…
결론은 중대선거구제로?

정개특위 자유한국당 간사 정유섭 의원.
정개특위 자유한국당 간사 정유섭 의원.ⓒ사진공동취재단

정개특위 논의 테이블에서 나온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국민들의 반감'으로 의원 정수 확대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를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개특위 간사인 정유섭 의원은 지난달 30일 정개특위 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의원 정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데 국민 정서에 맞느냐"라며 "차라리 국민들 의사를 반영하려면 소선거구제보다 중대선거구제로 가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의견이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학용 의원도 "대한민국 국회의원 300명은 일종의 마지노선이라는 느낌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여러 내용들을 담아내려면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불가피한데, 현 시점에서 국민이 용인할지가 가장 큰 현실적인 제약이 된다"며 "결국 지역구 숫자를 줄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선거구는 중대선거구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축소하고, 현재의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일주일 뒤 회의에서도 다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와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예산을 동결하고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면 (국민) 동의를 얻을 수 있지 않느냐'라고 하지만 굉장히 현실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신 장 의원은 도시와 농촌의 선거구제를 달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도시 지역은 중대선거구제를, 농촌 지역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결합하는 방식의 선거제도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중대선거구제 주장하는 이면에는
여론 악화에 따른 총선 패배 위기감 작용한 듯

지방선거 출구조사 발표 당시 자유한국당 지도부 모습.
지방선거 출구조사 발표 당시 자유한국당 지도부 모습.ⓒ김슬찬 인턴기자

중대선거구제는 잘게 쪼개진 1개의 지역구에서 1등만 당선되는 현행 소선거구제와 달리, 커다란 1개의 지역구에서 2명 이상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제도다. 이론적으로는 지지도가 취약한 정당들도 당선인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거론된다. 이 때문에 다당제 구도가 정착될 수 있으며 이는 곧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자유한국당 의원들 중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중대선거구제를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공교롭게도 정개특위에서 활동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대다수가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나온 건 자유한국당의 위기와도 직결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참패한 뒤 좀처럼 지지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자유한국당은 거의 몰락한 수준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10%~20%대에 머물고 있다.

다음 총선을 '승자독식 선거제도'라 불리는 소선거구제로 치를 경우 자유한국당은 원내 제1야당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의석수를 보장받을 수 없다. 특히 수도권처럼 민주당의 지지세가 거센 곳을 지역구로 둔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러한 위기감을 더욱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선 이유는 '오직 1등만 배지를 달 수 있는' 소선거구제보다 '1등을 못 하더라도' 배지를 달 수 있는 제도가 자신에게 훨씬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의원정수를 늘릴 수 없지 않느냐'라며 대안인 것마냥 포장해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는 자리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얽혀있던 것이다.

결국 1등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중대선거구제, 대표성과 비례성 확보할 수 없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 모습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 모습ⓒ정의철 기자

실제로 전문가들은 중대선거구제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의 핵심인 '대표성'과 '비례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유권자들의 의사를 보다 잘 반영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의원 개개인의 '자리보전'을 위해서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14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 중에서도 수도권 의원들이 (중대선거구제에) 관심이 많은데 일종의 '살기 위한 전략'"이라며 "(다음 선거에서) 1등할 자신이 없으니까 한 선거구에서 2등, 3등을 뽑으면 자기들도 당선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실 중대선거구제가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일 대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선거 결과를 봐도 그렇지 않느냐"라며 "선거제도 개혁은 명분이 중요한데, 중대선거구제는 결국 거대 양당의 나눠먹기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고 (다른 지역구 의원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하 공동대표는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어렵다는 자유한국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를 보면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반대 여론이 80% 정도 됐는데, 특권 폐지를 전제로 한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60%대로 떨어졌다"며 "국민들은 지금 국회의원들의 특권 폐지를 원하고 있고, 특권이 폐지된다면 지금 예산을 가지고 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정개특위가 선거제도 개혁 전문가들을 초청해 마련한 첫 공청회 자리에서도 자유한국당의 중대선거구제 주장에 대한 반론이 제기됐다.

서울대학교 강원택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날 공청회에 참석해 "현재 중대선거구제를 취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하는 국가에서는 더더욱 없다"며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한 가장 대표적인 국가가 일본이었는데, 결국 정치부패로 이어지고 당내에서도 분열이 나타나면서 선거제도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강 교수는 "만일 2인 선거구를 채택할 경우 (지역색이 강한) 대구나 광주는 특정 정당에서 2명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등 나머지 지역은 거대 양당이 한 석씩 나눠가질 경우가 많다. 대표성과 관련해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며 "5인 선거구를 할 경우에도 만일 표가 3명에게 몰리고, 나머지 2명은 3, 4%(의 득표율)로 당선된다면 그 의원에 대해 얼마나 높은 대표성을 부여할 수 있을지 문제점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외국 사례나 학계에서 연구해 온 결과를 보면, 중대선거구제는 우리 정치에서 긍정적인 측면보다 우려되는 점이 많기 때문에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비례대표제 확대가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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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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