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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를 지켜라’, 양승태 사법부가 ‘박근혜 개인변호사’ 자처한 사연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뉴시스

검찰이 지난 14일 구속기소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사실상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행세를 한 내용도 담겼다.

15일 확인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임 전 차장에는 재판거래 의혹 관련 직권남용 혐의 외에도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사건, 박근혜 전 대통령 가면 판매를 중지시킬 법적 압박 수단 검토, 박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진 박채윤씨의 특허등록 무효 사건 등과 관련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해당 공소사실들은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를 위해 청와대의 비위를 맞추려한 것뿐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더 나아가 ‘심기 경호원’ 노릇을 자처한 것이라 큰 충격을 안겨준다.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 사건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대응이 미흡한 점에 대해 여론의 공분이 모아진 상황에서 해당 신문에 ‘박 전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에 대한 추측성 기사가 게재돼 보수단체와 청와대 등으로부터 고발당한 건이다.

이에 양승태 행정처는 해당 재판의 결과가 국정에 미칠 정치적 파급력이 매우 큰 사건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중요하게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당시는 2014년 9월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항고심 효력정지 결정, 2015년 2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항소심의 공직선거법위반죄 부분 유죄 판결 등으로 청와대 내부에서 사법부가 국정운영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비판이 대두되는 등 상고법원 도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위험성이 있을 시기였다.

그런 만큼 양승태 행정처가 박 전 대통령의 명예훼손 사건에서 적극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고자 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에서 ‘행동대장’ 격 역할을 맡은 임 전 차장은 임성근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를 통해 2015년 3월 하순경 당시 가토 다쓰야 사건 재판장이던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재판장이 증거조사를 진행하다가 기사가 허위라는 점이 확인되면, 판결 선고전이라도 기사의 허위성을 분명히 밝히도록 해달라. 법원행정처에서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보도가 허위라는 점이 재판 과정에서 이미 밝혀졌다고 홍보하겠다’고 청와대 입장을 전달하는 등 재판에 개입했다.

실제 임 전 차장은 같은 날 유력 일간지 사회부 차장 등을 접촉해 ‘청와대 출입 여부 등에 관한 진실게임은 종료되었다’는 취지임을 설명하면서 보도 분량 및 논조를 강화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임 전 차장은 담당 재판부로부터 구체적인 판결 내용까지 수차례 보고받으며, 이를 다시 수정하거나 추가해 박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만한 판결 내용대로 지시를 내려 그대로 판결하게끔 했다.

이 과정에서 임 전 차장은 해당 재판부에 △‘① 무죄 판결을 선고하더라도 판결이유에 반드시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보도가 허위라는 사실을 설시하고, ② 명예훼손이 인정되지만 비방의 목적을 인정할 수 없어 법리상 부득이하게 무죄 판결을 선고한다는 점을 밝히고, ③ 판결 선고 말미에 가토 다쓰야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달라’ △‘대통령이 피해자라고 해서 명예훼손죄를 함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 청와대 측에서 서운해 할 것’ 등의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동근 부장판사는 ‘피해자 박근혜에 대하여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비방의 목적에 대한 판단까지 나아가지 않았던 판결이유를 ‘피해자 박근혜에 대하여 명예훼손은 성립하지만 비방의 목적이 없어 무죄’라는 취지로 변경했다.

또 2015년 12월 17일 선고기일에 가토 다쓰야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선고하면서, 먼저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가토 다쓰야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고 있다’는 취지를 언급한 다음,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 인정되지만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법리상 부득이하게 무죄 판결을 선고하는 것일 뿐이고, 가토 다쓰야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조롱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자체를 희화화하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면서도 기초적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행동까지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까지 부연설명했다.

그 때문에 이례적으로 무죄 선고 대상인 가토 다쓰야를 질책하는 한편, 판결선고가 길어짐에 따라 착석을 요청하는 그로 하여금 기립한 상태에서 3시간 동안 판결의 선고를 듣도록 하기 까지 했다.

또한 이 사건 무렵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청와대에 대한 공분이 짙어지면서 박 전 대통령을 풍자, 비판할 목적으로 ‘박근혜 가면’이나 ‘7시간 전단지’ 등이 불특정 대중에 배포됐다.

이후 임 전 차장은 청와대 측으로부터 ‘박근혜 가면’ 온라인 판매자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책임을 부과해 판매를 중지시킬 방안을 검토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임 전 차장은 기획조정실 소속 심의관에게 검토를 지시했고, 검토 문건이 작성돼 이는 청와대에 전달됐다.

‘유명인 형상 가면 판매에 따른 법적책임 검토’라는 제목의 해당문건에는 “‘박근혜 가면’ 판매와 관련하여 형사적 책임을 부과하기는 어려우나, 민사적 책임과 관련하여 ‘초상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책임, 성명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은 성립 가능하고, ‘불법행위에 따른 구제수단으로 손해배상청구, 제조 또는 판매금지 청구 및 가처분’도 가능하나, ‘구체적 소제기 등의 권리행사가 아니라 위와 같은 법적 책임을 근거로 사실상 경고하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금지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공소장에 “궁극적으로 재판 과정에서 법적 책임을 판단해야 하는 사법부가 잠재적 일방 당사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률 자문 역할을 한 것으로 삼권분립의 원칙 및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내용”이라고 썼다.

양승태 행정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컬 대표와 관련한 민원을 발벗고 나서 도와주기도 했다. 박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의 핵심인물로 비공식적으로 그에게 미용성형을 시술한 인물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12월 경 박 대표로부터 ‘자신이 남편과 운영하는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이 다른 의료기기 업체와 시술용 실 삽입장치 관련 특허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재판이오래 걸리고 특허청에서 파견 나온 기술심리관이 법대에 법관과 열석하여 재판을 진행하여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고, 2014. 4.~5.경 박채윤으로부터 특허분쟁으로 인한 고충을 적은 메모 등을 전달받았다.

이 같은 박 전 대통령 측근의 ‘민원’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법무비서관 등을 통해 법원행정처에 “대응방안을 검토해보라”는 말과 함께 전달됐다.

이에 임 전 차장은 박 대표의 소송상대방 대리인인 법무법인 다래가 전관예우를 받는 곳이라서 박 대표가 불이익을 받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B 심의관에 지시해 ‘최근 10년 간 지적재산권 등록무효 사건 접수 건수에 대한 통계자료’, ‘최근 5년 간 전체 법무법인별 특허사건수임 현황 대비 법무법인 다래의 수임건수 및 순위에 대한 통계자료’ 등 법무비서관실이 요구하는 자료를 수집하여 피고인에게 보고하고, 법무비서관실 행정관을 통해 청와대에 제공하였다.

이는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법원이 자체적으로 기술심리관 21명을 채용하면 특허‧실용신안 관련 재판에 있어 법원이 특허청에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또 임 전 차장은 청와대 측의 요청사항에 따라 박 대표 특허분쟁 사건들의 진행내역을 확인해 보고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은 또 다른 심의관은 2015년 12월 18일 법원 내부에서만 접속이 가능하고, 사건번호 없이 사건 당사자만 알아도 사건 검색이 가능한 코트넷 사건 검색 및 판결문 검색 시스템 등을 이용해 해당 사건 진행내역을 확인한 후 이를 정리해 ‘와이제이 등 사건 진행내역’ 문건을 작성했고, 이는 임 전 차장과 법무비서관실 행정관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 전달됐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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