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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철 칼럼] 분리와 배제의 역사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위해선 예산 확대해야

11월 14일, 2019년도 예산 논의가 한창인 국회 앞,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목과 사다리를 쇠사슬로 연결하여 국회 앞 정문을 점거했다. 장애등급제의 진짜 폐지를 위한 예산을 확대·반영하라는 요구였다. 현행 장애등급제는 1급에서 6급으로 나뉘며 국민연금공단에서 판정한다. 장애인연금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1급-중복3급 판정을 받아야 하고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1-3급 판정을 받아야 한다. 1급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장애인연금과 활동지원서비스 모두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애등급을 판정 받은 이후 다시 복지제도별 선정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판정받은 등급에 따라서 복지제도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장애를 판정하는 것은 필요에 따른 복지제도를 보장하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현행 장애등급제는 필요한 복지제도를 보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사회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몸에 쇠사슬을 두른채 장애등급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몸에 쇠사슬을 두른채 장애등급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장애인에 대한 차별·낙인 정당화 결과

지난 2012년 8월21일부터 2017년 9월5일까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광화문 역 지하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며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장애등급제가 용어 그대로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는 반인권적인 낙인이며, 복지제도를 예산에 맞춰 제한하는 수단으로 작동되어 왔기 때문이다. 장애등급제 31년 역사 동안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2016년 6월 활동지원 24시간이 보장되지 않아서 인천에 권오진이 죽었다. 2014년 4월 활동지원사가 퇴근한 저녁시간 불이 난 집에서 혼자 대피할 수 없었던 송국현이 죽었다. 2012년 활동지원사가 퇴근한 저녁시간 발생한 화재에 김주영이 죽었다. 죽음뿐만 아니라 장애등급제 때문에 필요한 복지제도를 제한받는 사회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설 곳은 없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주시설에 수용되어야 했다. 현재에도 3만 여명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시설에 수용되어 있다. 일어나서 잠드는 순간까지 짜여진 시간표에 내 삶을 맞추어야 하는 공간,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어야 하는 선택권을 빼앗겨야만 하는 공간, 가까운 미래의 어떠한 희망도 꿈꿀 수 없는 수용시설에 말이다. 장애등급제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사회에서 분리·격리조치시키는 것을 정당화하며 차별과 낙인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왔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후보 당시 장애등급제폐지를 ‘국민명령 1호’로 선언하고 약속했다. 대통령에 당선 된 2017년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농성장을 찾아 ‘장애인의 완전한 지역사회 참여와 통합’을 선언하며 장애등급제 폐지의 신호를 알렸다. 그리고 정부에서 발표한 ‘장애등급제 폐지’, 변한것은 없었다. 장애등급제가 점수제로 바뀔 뿐이었다. 이전 박근혜정부에서 장애등급제를 개편한다며 중·경단순화 방안을 내놓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고용, 소득, 이동 등 기본적인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더불어 비장애인중심으로 설계된 사회, 지난날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낙인의 역사를 없애겠다는 선언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산이 확대·반영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국회에 제출된 장애인복지 예산은 작년 예산에서 자연증가분만 증액된 정도이다. 활동지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작년과 똑같다. 1인 당 보장받을 수 있는 활동지원 최대 시간 역시 똑같다. 장애인연금 대상 역시 늘어나지 않는다. 소득보장과 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어서 지역사회가 아니라 시설에 갇히고 때로는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국회는 그들을 고려하지 않았다. 장애인들을 격리하고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2014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동지 장애인장'에서 참가자들이 송국현 씨를 추모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14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동지 장애인장'에서 참가자들이 송국현 씨를 추모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양지웅 기자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예산을 우선순위로

한국의 장애인복지 예산은 OECD 평균 1/4 수준에 불과하다. 부족한 예산을 평균치로 올리라는 요구는 과도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더 많은 이익이나 보기에 화려한 건축물 따위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예산을 우선순위에 두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요구이다. 국회 앞을 약 4시간 점거했다. 점거하는 동안 영등포경찰 경비과장이라는 사람은 ‘시민들의 불편’을 이야기 했다. 장애인을 배제하는 사회에서 제도·정책의 잘못으로 사람이 죽었다. 비슷한 상황에서 똑같은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실존하는 삶의 외침을 덮기 위해 그들은 잠깐의 불편을 이용했다. 대표단이 의원들을 만났다. 의원들은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국회예산결정 시기에 작년, 재작년에도 들었던 답이었다. 무책임한 답이었다. 장애인이 세금 축내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만들어 낸 답이었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고민조차 해보지 않았던 사회의 책임을 장애가 있는 개인에게 돌리는 폭력적인 답이었다. 예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장애등급제 역시 아직 폐지되지 않았다. 2019년 예산이 결정되는 순간이 말 뿐인 사기행각에 분노하는 순간이 아니길 바란다. 지난날 차별과 낙인의 역사를 없애는 발판을 마련하는 순간이 되길 바란다. 그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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