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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에 잡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는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는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제공

지난 9월 직장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이 여야 합의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두 달째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 장제원 의원이 반대한 결과다.

그 사이 회사 직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서슴지 않았던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사건 등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노동·시민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지난 19대 국회 당시인 2016년,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법률안' 형태로 최초 발의했다. 해당 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와 금지행위, 처벌조항까지 담겨있었으나, 19대 국회가 끝나며 기간 만료로 폐기 됐다.

이후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 사건과 간호사 '태움' 등이 사회적 공분을 사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로 인해 20대 국회에서는 12건의 '직장 내 괴롭힘' 관련법이 발의됐다.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에서 긴 검토 과정을 거쳐, 여야 의원들의 법안은 환노위 안으로 통합됐다. 그리고 지난 9월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돼 법사위로 넘어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자유한국당 위원인 이완영 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자유한국당 위원인 이완영 의원ⓒ뉴시스

그러나 법사위의 자유한국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해당 법의 '직장 괴롭힘의 개념과 정의가 모호해 사업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은 지난 9월 20일 법사위에서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가 매우 불명확하다"며 "아무리 법적으로 처벌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사업체를 지도하고 시행돼야 되는 점으로 봐서 이것은 다시 한번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를 바로 잡고 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제원 의원 역시 "입법 취지라든지 사회적 요구를 다 이해하지만,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휩쓸려 가지고 애매한 문구나 애매한 자구 규정을 정확히 안 한다는 것은 법사위가 해야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두 의원이 "애매하다"며 문제 삼고 있는 해당 법안의 '직장 내 괴롭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결국 이들의 반발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법사위 제2소위로 넘어갔다. 법사위 제2소위는 타 상임위원회의 체계자구심사 권한을 가지며, 법률안 내용의 위헌 여부, 관련 법률과의 저촉 여부 등을 심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 번 심사에 회부되면 각 당 의원들 간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법안이 게속 계류돼, 보통 '법안의 무덤'으로 불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자료사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자료사진).ⓒ정의철 기자

이런 상황에서 직장 내 폭언과 폭행 사건이 잇달아 터져나오면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통과시키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26개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는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괴롭힘 방지법'을 조속하게 통과시켜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직장괴롭힘 방지법은 모든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직장갑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자기 방어권'이라고 설명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을 정의한 해외 입법 사례와 비교해 봐도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직장 괴롭힘 방지법'은 결코 광범위하거나 모호하지 않다. 개정안은 오히려 처벌규정이 없어 직장 내 폭언, 폭행, 괴롭힘 등 갑질에 노출된 노동자 보호를 위해 추가 보완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부터 최근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 사건 그리고 엊그제 대전의 한 유통업체 사장의 직원 골프채 폭행사건 등 줄줄이 직장 괴롭힘이 이어지는데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직장내 폭력을 방치하는 매우 무책임한 태도이며 직장 갑질을 비호하겠다는 의지로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23일 현대차-유성기업 노조파괴와 현대차의 불법을 사회적으로 알리기 위한 부스가 서울시청 일대에 설치된 가운데, 한 시민이 '직장 내 괴롭힘' 원인에 대해 조사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23일 현대차-유성기업 노조파괴와 현대차의 불법을 사회적으로 알리기 위한 부스가 서울시청 일대에 설치된 가운데, 한 시민이 '직장 내 괴롭힘' 원인에 대해 조사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김철수 기자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2018 감정노동자 보호와 직장괴롭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는 노르웨이 버건 대학의 '세계 따돌림 연구소'가 개발한 부정적 경험 설문지를 사용해, 지난 10월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를 한 결과, 직장인 응답자 1087명 중 300명(27.8%)가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로 나타났다.

노동자 100명이 일하는 사업장이라면, 30여 명이 위험수준의 피해자인 셈이다. 이는 국제 연구의 피해율보다 3배나 높은 수치라고 이들은 전했다.

해당 조사에서는 업무배제, 따돌림 등 22개 항목 가운데 1가지 이상을 주 1회 이상, 6개월 이상 경험했을 때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로 분류했다.

노동자들이 당한 '직장갑질'을 상담해주는 시민단체 '갑질 119'에서도 1년 동안 조사한 대한민국 직장갑질 지수를 발표했다.

'갑질 지수'의 문항 대다수는 기존 법률 준수(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여부를 묻는다. 100점에 가까울 수록 상태가 심각한 것이다.

해당 조사 결과를 보면 민간 대기업 노동자(37.5점)들이, 주당 52시간 이상 일하는 장시간 노동자(44.3점)들과 저임금 노동자(35.1점)들이 주로 '직장 갑질'을 많이 경험했다. 수도권(36.6점)의, 34세 이상(35.3점), 초대졸 이하(36.1점)의 노동자들의 '갑질 지수'가 높았다. 직종으로 보면 판매 종사자(37.4점), 농림어업 종사자(37.3점),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37.2)들의 '갑질 지수'가 상위권이었다.

총 68개 조사항목 중 17개 항목에서 심각한 위험수준인 40점 이상으로 나타났다. 또 40점 이상의 항목 중에서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항목이 '부하직원을 무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말을 한다, '상사가 본인의 일을 직원들에게 반복적으로 전가, 강요한다' 등 7가지나 되었다.

'직장갑질119' 측은 해당 조사 결과가 "국회 법사위에서 잠자고 있는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의 통과가 시급함을 재확인 시켜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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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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