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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연의 중국과 한반도] 한반도 문제, 결국 쌍궤병행이 해법이었다

2018년이 이제 거의 마무리 되어 가고 있다. 2018년 한 해 동안 한반도에는 말 그대로 ‘역사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을 불과 몇 개월 앞둔 시점까지 한반도는 추운 날씨 만큼이나 꽁꽁 얼어 붙어 있었다. 그러나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북한 선수단과 대표단이 참석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로 김여정 부부장이 내려왔다. 김여정 특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남과 북의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전달했고 4월 27일 판문점에서는 11년 만에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이후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이 마주하는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 북미 양 정상은 70여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북미 관계를 만들어 가기로 선언했다.

그리고 지난 봄 판문점에서 뿌렸던 한반도 평화의 결실을 맺기 위해 9월 평양에서는 또 하나의 남북 공동선언이 채택 되었고, 남과 북의 정상은 백두산 천지에 올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인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안을 단 둘이 걷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북미 정상회담 장소인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안을 단 둘이 걷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뉴시스/AP

결국 현실이 된 쌍궤병행(双轨并行)과 쌍잠정(双暂停)

2016년 1월 6일 진행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연이어 진행된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으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 지역의 정세는 한치 앞도 예상 할 수 없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빠지게 됐다.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2017년 말까지 모두 6차례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 되었고, 미국의 독자제재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 및 개인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형태로까지 수위가 고조됐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북미 간의 갈등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간의 말싸움과 인신공격의 수준을 넘어 실제 무력 공격을 준비하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까지 고조되기도 했다.

일촉즉발의 긴장상황에서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장관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으로 ‘쌍궤병행(双轨并行)’과 ‘쌍잠정(双暂停)’을 제시했다.

쌍궤병행은 한반도의 비핵화 과정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의 두 궤도상의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동시적이고 단계적으로 진행해 나가자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으로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중단하고,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행동, 즉 두 가지를 쌍으로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쌍잠정이다.

그러나 사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해법으로 쌍궤병행과 쌍중단을 제안했을 당시 미국과 북한 그리고 한국 역시 이 제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초반에는 당사국 간의 등가성의 문제가 주로 제기되기도 했지만, 결국 이전에 반복되어 왔던 대화와 합의 그리고 합의 파기와 불신이 주된 원인이었다.

2018년 현재, 한반도는 이미 쌍잠정과 쌍궤병행의 단계에 진입해 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다음날인 6월 13일자 노동신문에서는 “미합중국 대통령은 조미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선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미국-남조선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안전담보를 제공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계개선이 진척되는데 따라 대조선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향을 표명하였다”, 또한 “조미수뇌분들께서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이룩해나가는 과정에서 단계별, 동시행동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대하여 인식을 같이하시였다”라고 보도되었다.

결국 2018년 한반도를 중심으로 역사적인 사건들이 발생하는 동안 ‘일촉즉발’로 표현되던 한반도에서 핵실험과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중단되었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조치들과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논의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중국이 제시하고 미국과 북한 그리고 한국까지 반대하고 무시되어 왔던 쌍궤병행이 2018년 남북, 북미 정상회담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 방식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비난하던 논쟁은 더 이상 불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쌍궤병행의 구체적인 실천이 있어야 한다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을 약속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채택 할 때만 해도 금새 한반도에 평화로운 체제가 구축 될 것만 같은 장밋빛 시나리오가 그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70년 간 불신과 반목으로 켜켜히 쌓여 온 북미 관계의 개선은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은 듯 하다.

북미 양국은 1차 정상회담 이후 신뢰회복과 관계개선을 위한 대화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정상회담 이후 합의사항을 실질적인 행동으로 옮긴 건 북한 일방뿐이다. 그리고 곧 진행 될 것 같았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미국 중간선거 이전, 중간선거 직후와 연말 이제는 내년 초까지 미뤄지고 있다. 심지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회담 조차 연기가 된 상황이다.

한반도 비핵화 과정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쌍궤병행의 이행과정은 대화를 통한 협상과 합의 그리고 동시적이고 단계적인 행동으로 완성될 수밖에 없다. 협상은 상응하는 조치에 맞게 절충점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이미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들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한 단계 진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진전은 미국의 상응조치와 함께 시작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쌍궤병행의 두 번째, 세 번째 단계가 이어져야 한다

쌍궤병행의 첫 번째 단계가 북한의 핵실험과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는 쌍잠정(双暂停)이었다면 이제는 두 번째 단계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4차 남북 서울정상회담이 진행되는 쌍개시(双开始)로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종전선언과 대북제재의 해제가 확정되는 쌍확정(双确定)까지 이어지게 되는게 바로 쌍궤병행이 본 궤도에 안정적으로 진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APEC 기간 진행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은 맹자의 한 구절을 인용해 “일이 이뤄지는 데는 천시(天时), 지리(地利), 인화(人和)가 필요한데 그 조건들이 맞아 떨어져가고 있다”며 한반도 문제 해결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말했다. 본래의 뜻은 하늘의 시간(天时)은 땅의 이득(地利)만 못하고, 땅의 이득은 인간의 화합(人和)만 못하다는 뜻이다. 즉 이 세 가지 중 인간의 화합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역사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 2018년, 겨울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겨울은 마냥 추울거 같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2차 북미 정상회담과 4차 남북 정상회담이 확정되는 천시(天时)가 가까워 지고 있고,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해제로 남과 북의 도로와 철도가 연결되는 지리(地利)가 준비 되고 있으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인간의 화합(人和)이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김택연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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