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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의 첫 번째 시선] 노동위원회 화해제도, 하려거든 제대로 알고 하자

해고, 인사명령, 각종 부당한 행위를 당한 노동자들이 구제기관으로 자주 이용하는 기관이 있다. 바로 노동위원회이다. 이 제도는 2개의 심급으로 이루어진다. 지역별 지방노동위원회, 그리고 세종시에 있는 중앙노동위원회이다. 이러한 구제방식은 행정적 방식으로 궁극적 효과는 부당한 처분을 단행한 사용자에 대해 행정벌을 가하거나 경우에 따라 형사고발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다. 즉 사법적 권리 의무관계의 변동을 주거나 청구권에 대한 확정의 개념과 그 결을 달리한다. 이러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직접적 민사소송이라는 절차를 통해 다투어야 한다.

노동사건 현실에서 민사소송을 통한 구제제도와 노동위원회를 통한 구제는 선택적으로 또는 중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제도 중 무엇이 더 합리적인가는 사안에 따라 다소 다르다. 다만 노동사건 현실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대중적 제도는 노동위원회, 즉 행정적 구제절차이다. 시간상으로 빠르고 민사소송과 달리 비용부담이 덜한 편이기 때문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가 “학교비정규직노동자 밥값 삭감은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중재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가 “학교비정규직노동자 밥값 삭감은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중재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구자환 기자

필자는 오늘 이러한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절차에서 화해제도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노동위원회의 사실상 목적은 ‘판정’이 아니라 ‘조정’에 가까운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서이다.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조정이라는 절차는 아주 강하게 진행된다. 특히 지방노동위원회에서 그 정도는 상당하다. 화해라는 제도는 사실 양날의 검이다. 분쟁을 조기에 종식하여 빠른 구제의 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화해를 잘못하여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노동위원회의 화해는 이른바 화해조서 작성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이 화해조서는 사실 좀 특별하다. 재판도 아닌 것이 사실상 확장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 문서로 취급된다. 이 화해조서에 내용이 실린 이상 그 자체로 강제집행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 합의서 내지 각서와 다른 효력이다. 본래 사인간의 합의나 각서는 다시 법원으로 하여금 확정적 효력이 있는 재판을 거쳐야 비로소 집행력 있는 문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러한 화해 조서의 작성은 신중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조정을 통한 화해에는 거래적 개념이 포함된다. 즉 하나를 얻고 하나를 내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노동자가 주로 내어주는 것은 차후 자신의 권리관계의 청구권이다. 즉 자신의 민사적, 행정적, 형사적 권리를 포기하는 부제소 합의 내용을 담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항구적 관련 분쟁에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이때 얻을 것을 제대로 얻지 못하고 청구권마저 항구적으로 포기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이르기도 한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와 병원사용자협의회의 조정회의가 열리는 모습.(자료사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와 병원사용자협의회의 조정회의가 열리는 모습.(자료사진)ⓒ뉴시스

화해조서를 쓸 때 노동자는 다음 사항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① 첫째, 화해의 대상물은 아주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 예컨대 화해를 통하여 노동자가 사용자로부터 금전을 취득하기로 약정하였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은 확실히 하여야 한다. 금전의 성격, 금전의 액수 (숫자로 정확하게 표기), 금전과 관련한 세금문제 등 실수령액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화해조서를 작성하고자 또다시 소송하여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② 둘째, 화해 문구는 절대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이렇게도 보일 수 있고 저렇게도 보일 수 있는 문구는 독이 된다. 실제 필자가 수행한 사건에서 의뢰인이 임의로 화해조서를 작성한 경우가 있었다. 화해 문구는 ‘비행기 조정업무 외 행정업무 수행’ 이라고 적시하여 화해조서를 작성해 오셨다. 의뢰인은 화해를 통하여 자신의 주요업무는 비행업무이고 그 외 일부 행정업무를 한다고 이해하고 있었지만 회사는 다른 속셈을 가지고 있었다. 즉 ‘비행기 조정업무를 제외하고 행정업무를 한다.’ 라고도 해석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다의적 의미를 가진 화해조서는 집행, 나아가 간접강제 신청도 어렵게 한다.

③ 셋째, 화해조서에 구체적 불이익 금지 내용을 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노동위원회에서 조사관의 요구에 따라 작성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또한 재발 방지 대책을 담아 놓은 것도 좋다. 가령 복직을 전제로 하여 화해를 하는 경우에 사용자의 후발적인 불이익 조치가 염려되는 경우라면 명확하게 금지하는 내용을 담는 것이 좋다. 실제 필자가 수행하는 사건 중 4차례 반복하여 노동자를 해고한 사용자가 노동자를 다시 복직시키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단순히 부당해고를 넘어 불법행위와 관련된 위자료 청구권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쉽게 모든 청구권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에 필자는 사용자가 행할 수 있는 몇 가지의 꼼수 (위장폐업, 해외 배치전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에 대하여 금지행위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약정을 걸어 화해조서 작성을 요구하였다. (사용자의 위 행위에 대하여 대표이사 개인과 법인의 연대책임 및 손해배상 약정 등을 요구함) 아니나 다를까 화해조서를 쓰자던 사용자가 화해를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한다. 자칫 노동위에서 강행하고자 하는 화해조서를 작성했더라면 의뢰인은 모든 청구권을 상실하고 귀책사유 없는 해고(정리해고, 폐업 등)의 곤란한 상황에 놓일 뻔했던 일이다.

위와 같은 예시는 예시일 뿐이다. 사실 화해조서는 처음부터 신중해야 한다. 즉 시간을 두고 내용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먼저 화해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한 뒤 가능하면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얻는 것이 좋다. 사건을 혼자 진행하시는 분이라면 꼭 약간의 비용을 들여서라도 전문가의 첨삭을 받도록 하자. 대리인이 있는 경우라면 대리인의 첨삭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김승현 노무사(노무법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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