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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완전자급제’ 입법 논의 재점화…스마트폰 선택 폭 넓힐까

지난해 국감서 최대 화두였던 단말기 완전자급제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지난달 국회를 중심으로 입법 준비에 나선 가운데 제도 도입이 성사되면 가져올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의 급성장으로 대기업의 과점 구도에 균열이 생긴 스마트폰 시장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이동통신 3사와 대기업 제조사가 긴밀히 결합한 기존의 스마트폰 판매 구조가 무너지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중소 제조사 제품으로 소비자의 선택이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정의철 기자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이통 3사 관계자와 단말기 완전자급제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해당 간담회는 본격적인 입법 논의에 앞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자리로 마련됐으며, 조만간 삼성전자·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 의견도 취합한 뒤 제도 추진 방향을 결정해 여야 의원과 협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란 이통사는 휴대폰을 팔지 못하게 하고 통신 서비스만 제공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다시 말해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를 따로 판매하도록 분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통신 서비스의 고질적 문제인 복잡한 요금 체계를 간소화하는 게 목적이다.

현재는 휴대폰과 통신 서비스를 결합한 '묶음 판매' 방식 때문에 통신비에 통신 요금, 단말기 할부금, 할부 수수료 등이 혼재돼 있다. 이에 소비자 입장에서 요금 체계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상당수 소비자가 휴대폰 구입 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원치 않는 고가 요금제나 부가서비스 가입을 강요받는 등 불완전 판매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제시된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소비자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원하는 휴대폰을 구매한 뒤 통신사를 골라 요금제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구매 단계별로 무엇을 어떻게 사는지 알기 쉽다는 점에서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또한 독과점 행태를 막고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해 요금 및 핸드폰 가격을 내릴 것이란 기대도 받고 있다.

고착화된 묶음판매 소비자 선택권 제한해…세계 시장 자급제 비율은 꾸준히 상승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서비스는 이통사가 휴대폰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자사의 통신 서비스와 결합해 판매하는 묶음 판매가 주를 이룬다. 소비자가 일정 기간 서비스 사용을 약정하면 보조금을 지급해 휴대폰 가격을 깎아주는 방식이다.

이통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의 종류는 의무약정과 연계해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약정 보조금, 대리점에게 정책 장려금 및 모집·관리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하는 약정 외 보조금 등이 있다. 또한 제조사도 이통사에게 휴대폰을 팔면서 할인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대리점에 직접 판매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서울의 한 종합이동통신 대리점
서울의 한 종합이동통신 대리점ⓒ제공 : 뉴시스

이는 이통사의 독특한 수익 구조와 연결돼 있다. 이통사는 휴대폰을 유통하지만 판매 마진을 남기려는 목적은 아니다. 주 수입원인 통신 요금을 늘리기 위해 가입자를 유치하는 마케팅의 일환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통사는 대리점과 소비자에게 단말기 판매를 위한 각종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삼성·애플 등의 대기업의 시장 과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중소 제조사는 판매 장려금 등 이통사의 통신 서비스와 결합해 마케팅 비용이 투입된 대기업 제품과 가격 면에서 경쟁 상대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묶음 판매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외국에선 흔하지 않은 방식이다. 지난 3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내놓은 '연례 휴대폰 유통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전반에서 자급제 비율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인도 등의 신흥 시장은 80%, 유럽의 경우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50% 이상, 한국은 일본과 비슷한 10%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자급제 활성화의 원인으로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온라인 시장의 활성화 △보조금 축소 △알뜰폰 증가 △선불 요금제 활성화 등을 꼽았다. 자급제 비율이 가장 저조했던 일본의 경우에도 지난 2014년 1%대에서 자난해 8%로 급증했는데 알뜰폰의 성장과 관련 있다는 설명이다. 스페인은 이통사의 보조금 축소와 맞물려 자급제폰이 꾸준히 성장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고가 제품에 지친 소비자 선택 폭 넓힐까

자급제 활성화는 중소 휴대폰 제조사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이동통신 단말기 완전자급제 소비자 관점으로 다시 보기'에서 세계 각국의 거래 관행이 자급제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이통사를 거치지 않는 중소 제조사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에서 박 의원은 "유럽의 경우 단말기 판매와 통신 서비스 시장이 우리나라보다 분리돼 있어 신규 사업자가 가격 결정에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이 조성돼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신규 사업자가 독자적인 가격 정책을 펼칠 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휴대폰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는 먼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원하는 제품을 구매한 뒤 이통사를 골라 통신 서비스에 가입하게 된다. 이 경우 휴대폰과 통신 서비스가 결합돼 있고 모델마다 보조금 수준이 달라 사실상 선택의 폭이 제한된 현재보다 제품 자체의 선호에 따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리는 국내 시장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최근 20~30대 젋은 층을 중심으로 가성비가 뛰어난 중국의 중저가 휴대폰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이란 예측이다. 아직 판매량이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중국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향후 판매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업체 급성장…가성비 좋은 외산 스마트폰 줄줄이 출시돼

최근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기존엔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분해왔으나 화웨이, 샤오미 등의 중국 업체가 이들에 대적할 기술력을 갖춘 뒤 저렴한 가격에 성능은 비슷한 제품을 속속들이 출시하며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실제로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2분기 스마트폰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는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처음으로 애플을 제치고 2위에 등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판매량은 41% 증가했고 성장률은 유럽에서 75%, 중동에서 67%, 인도에선 무려 188%나 올랐다.

올리버 우 화웨이 화웨이 컨슈머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
올리버 우 화웨이 화웨이 컨슈머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김철수 기자

또 다른 중국 업체인 샤오미는 지난 19일 포코폰F1을 국내에서 정식 출시했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노트9과 같은 AP(퀄컴 스냅드래곤)를 탑재하는 등 성능은 비슷하지만 출고가는 3분의 1 수준인 42만9000원에 불과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앞서 포코폰F1은 지난 8월29일 인도에서 출시된 당일 5분 만에 약 300억원어치 1차 물량이 완판돼 화제가 됐다.

중국 업체뿐 아니라 독특한 디자인을 내세워 국내 시장을 두드리는 제품도 있다. 오는 27일 출시되는 '바나나폰' 8110 4G는 바나나를 연상시키는 곡선형 디자인으로 일찍이 관심을 모았다. 노키아 브랜드 라이선스를 가진 핀란드 제조사 HMD 글로벌이 만든 제품으로 출고가는 13만9700원으로 다른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하다.

이처럼 1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 스마트폰에 지친 소비자의 심리를 겨냥한 외국산 중저가 스마트폰이 잇따라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경향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만큼 국내 소비자에게도 반응이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도양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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