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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당장 다이빙해 중독되어야 할 음악
밴드 향니의 2집 ‘2’
밴드 향니의 2집 ‘2’ⓒ향니 제공

소문내고 싶은 음악이 있다. 얼른 들어보라고, 아직 안 들어보았다면 빨리 들어보라고 재촉하고 싶은 음악이 있다. 평론의 언어로 비평하기 전에 음악 마니아의 마음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음악. 더 많은 이들이 들었으면 좋겠는 음악. 듣고 나서 음악에 대해 떠들고 싶고, 라이브로 만끽하고 싶은 음악. 최소한 내가 듣기에는 훌륭한 음악인데 내가 발견한 가치와 완성도만큼 주목받지는 못한 음악. 지난 10월 26일 발표한 향니의 두 번째 음반 [2]이다.

이 음반은 2014년 아스트랄한 음반 커버를 앞세우고 발표한 [첫 사랑이 되어줘] 이후 4년만의 신작이다. 이번 음반 수록곡은 7곡. 정규 음반이 아니라 EP이다. 향니의 이지향이 가사를 쓰고, 다른 멤버들이 함께 곡을 붙이며 편곡한 수록곡들은 4년 전 향니가 첫 정규음반에 미처 담지 못한 에너지를 부리나케 쓸어담았다. 음반을 들어보면 안다. 왜 에너지를 부리나케 쓸어담았다고 표현하는지.

‘불안지옥 대환영’, ‘불안지옥’, ‘복종중독’, ‘우주소년’, ‘엄마 몰래 문신’, ‘다이빙’, ‘내 방의 끝’으로 이어지는 곡들은 대부분 요란하고 시끌벅적하다. 4인조 록 밴드 편성에 키보드 연주를 부각시킨 사운드는 거창하고 재기발랄하며 거침이 없다. 록킹한 밴드 음악과 키보드 연주를 자유롭게 더하고 뺀 음악은 노이지하고 사이키델릭한데 향니의 사이키델릭은 심오하거나 웅장하기보다 심오함과 웅장함을 키치적으로 변용한 사이키델릭이다. 예술적으로 폼 잡을 생각 하나 없는 음악은 자신감에 차 있거나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 안정되지 않았으나 안정되지 않은 상태를 피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알고 있는 것이다. ‘불안지옥’과 ‘복종중독’ 상태에서 살아가게 하는 체제에서 살고 있어 답답하고 막막하다는 것을. 자신의 삶이 우스꽝스럽고 보잘 것 없다는 것을.

밴드 향니의 2집 ‘2’
밴드 향니의 2집 ‘2’ⓒ향니 제공

그러나 향니는 백기를 들지 않는다. 향니가 이지향의 보컬과 종횡무진 자유연상법처럼 내던지는 사운드 메이킹으로 분출하는 에너지는 좌절하고 굴복하는 이의 참담함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사로잡혀 있지만 좌절하지 않고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부딪쳐보는 막무가내에 가깝다. 자신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너에게 잘 어울리는 뭔가가 돼서 다시 올게”라고 받아치는 유머 감각은 끈질기다. 꿈틀대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 태도는 필연적으로 역동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사실 현대인들은 누구나 불안지옥과 복종중독 상태에서 살아간다. 과잉에 가까운 사운드를 쏟아붓는 향니의 사운드메이킹은 불안과 복종을 강요하는 체제와 그 체제에 중독되어버린 자신을 동시에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향니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향니의 노랫말과 드라마틱한 사운드메이킹은 그 상태를 희화하면서 역설적으로 전시하고 풍자하거나, 끝내 굴복하지 않으며 받아치는 힘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향니는 자신이 발견하고 사로잡힌 상황을 거창하고 코믹한 음악극처럼 쌓아올린다. 그래서 불안하고 중독된 상태마저 비관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킬킬대며 지켜볼 수 있게 해준다. 잘 풀리지 않는 사랑에도 자신감을 잃지 않은 노래 ‘우주소년’이나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엄마 몰래 문신’ 같은 곡 뿐 아니라 몽롱한 상태를 담은 ‘다이빙’, 꽁기꽁기한 공기를 노래한 ‘내 방의 끝’까지 향니의 노래에서는 유머 어린 패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일부러 가사를 듣지 않고 듣는다 해도 선 굵고 거침없는 향니의 음악은 소리의 드라마를 좇아가는 것만으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어떤 소리를 어떻게 연결해 곡의 기승전결을 만들어나갈지에 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은 향니는 가령 ‘불안지옥’에서 갑자기 오페라 코러스 같은 합창을 넣거나 ‘복종중독’에서 교회 음악의 질감을 뿜다가 록킹한 연주로 연결하고 돌연 리듬을 늦추었다가 조이는 방식으로 푸지게 논다. 많지 않은 악기의 사운드가 쉴 새 없이 들고 나면서 리듬보다 화려한 소리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때로 어안이 벙벙할 만큼 자유분방한 변화로 연주를 교차하는 곡들은 4분 남짓한 곡의 길이가 훨씬 길게 느껴지는 괴력을 발휘한다. 슬로우 템포의 공간감 가득한 곡인줄 알았던 ‘우주소년’의 갑작스러운 비상과 폭발은 또 어떤가. 슬로우 템포의 곡 ‘엄마 몰래 문신’도 다채로운 소리가 넘실거리고, 몽롱함을 강조한 ‘다이빙’ 역시 풍성하고 격정적인 소리와 자유분방한 흐름 안에서 충만하게 만든다. 서슴없이 종횡무진하는 음악은 과감해서 즐겁고 속이 다 시원하다.

그러나 이 화려한 소리를 변화무쌍하게 연출하기 위해 엄밀하게 조율하지 않았다면 이 곡들은 뒤죽박죽 난장판이 되어버렸을지 모른다. 자유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내던지고 터트린 소리의 빛과 크기만 볼 일이 아니다. 연결하고 절제하며 배치한 향니의 음악 연출력이야말로 소리의 자유로움에 이르게 한 주역이다. 상상력과 연주력, 연출력이 함께 만들어낸 역작. 당장 다이빙해 중독되어야 할 음악이다. 그러니까 얼른 들어보시라는 얘기.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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