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만민보] 콘솔에서 만나는 한국 설화 슈팅게임 ‘식혼도’ - 고영진 사슴농장 팀장
없음

플레이스테이션4, 엑스박스 원, 닌텐도 스위치 등 가정용게임기(콘솔)의 국내 보급률이 최근 높아지면서 국내 게임도 콘솔에서 종종 만날 수 있지만 아직은 아쉬운 수준의 규모다.

아직 국내게임의 진출이 아쉬운 콘솔게임 시장에서한 국내 인디게임개발팀이 출시한 독특한 분위기의 슈팅게임이 눈에 띈다. 갓을 쓴 저승사자를 주인공으로, 옛날이야기에 등장하는 신기원요, 창귀 등 한국 설화에 등장하는 요괴들을 남다른 상상력으로 표현한 ‘식혼도’다.

올해 3대 콘솔로 출시된 ‘식혼도’를 만든 곳은 동호인개발팀인 ‘사슴농장(DEER FARM)’ 팀이다. 멤버들이 전업으로 인디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다른 본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뭉친 동호인들이다.

‘진짜 내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동인게임으로 시작해 오리지널게임으로 콘솔게임 시장까지 진출한 ‘사슴농장’ 팀의 고영진 팀장을 만나 개발 과정과 준비하고 있는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식혼도
식혼도ⓒ사슴농장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지?’ 유저들의 허를 찌르는 게임

‘식혼도’는 종스크롤 탄막 슈팅게임으로 저승사자와 한 소녀가 저승에서 탈출한 요괴들을 봉인하는 이야기다.

게임 자체는 기존의 탄막 슈팅게임과 비교해 새로운 점이 없지만 독특한 동양 판타지풍의 아트워크가 눈길을 끈다. 일본 설화를 바탕으로 한 슈팅게임인 ‘식신의 성’이나 기괴한 몬스터가 인상적인 고전 슈팅게임 ‘구완게’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들 게임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그동안 게임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한국 설화를 모티브로 게임 내 세계관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한국 신화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저승사자 ‘강림도령’과 ‘소녀’를 선택할 수 있다. 스테이지마다 기다리고 있는 대형 보스는 사지가 분리된 신기원요, 호랑이에게 죽임을 당한 창귀 등 한국 설화에 나오는 요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기발한 상상력으로 요괴들이 가진 특징을 살려 변형되는 보스 몬스터의 모습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기괴함으로 유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식혼도
식혼도ⓒ사슴농장

‘사슴농장’팀의 고영진 팀장은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허를 찌르기 위해 특별히 보스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

“(스테이지 보스) 2차전에서 모습이 변하는데 (유저들의) 허를 찌르고 싶었죠.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이런 생각이 들도록…. 그저 잔인하고 징그러운 것보다 생각하지도 못한, 허를 찌르는 디자인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식혼도’는 온라인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의 그린라이트를 통해 2017년 10월 출시됐다. 국내에서는 2017 BIC(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경쟁작에 선정되고 GIGDC(글로벌인디게임제작경진대회)에서 금상을 받는 등 관심을 받았다.

동양풍의 신선한 세계관 덕분에 콘솔게임 시장으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플레이스테이션4의 소니로부터 출시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데 이어 닌텐도로부터도 스위치 출시를 권유받기도 했다.

“콘솔에 이식할 수 있었던 건 세계관이나 동양풍 아트워크 때문이라고 봐요. 동양풍의 그로테스크한 세계관이 독특하잖아요. 게임 시스템은 슈팅게임으로서는 흔한 시스템이죠. 독특한 세계관과 요괴 디자인, 동양풍 UI의 역할이 컸죠.”

결국 스팀과 지스타에서 ‘식혼도’를 접한 한 북미 퍼블리셔의 러브콜을 받아 플레이스테이션4, 엑스박스 원, 스위치로 이식이 결정돼 지난 8월 북미·유럽에서 3대 콘솔로 동시에 출시됐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4와 스위치 이식작은 패키지로 발매됐다. 대부분 콘솔로 출시되는 인디게임들이 다운로드 형식으로 나온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동인게임으로 시작해 오리지널 인디게임으로 콘솔까지 진출하게 된 고영진 팀장은 자신이 샘플로 나온 게임 패키지를 받았을 때 감개무량한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제가 만든 게임을 플레이스테이션4에 넣고 돌리는 데 첫 화면에 ‘PS4’ 로고가 딱 찍혀서 나오잖아요. 그걸 보니 눈물이 찔끔 나더라구요.(웃음)”

플레이스테이션 패키지 제품으로 출시된 '식혼도'
플레이스테이션 패키지 제품으로 출시된 '식혼도'ⓒplay-asia.com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자” 동인 게임에서 콘솔 진출까지

‘사슴농장’은 처음에는 ‘동방프로젝트’의 2차 창작물을 만들던 동인게임개발팀으로 시작했다. 일본에서 등장한 동인게임 ‘동방프로젝트’는 게임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원작을 활용한 2차 창작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작품이다.

‘동방프로젝트’의 캐릭터를 활용해 두 편의 동인 슈팅게임을 만들어 온 ‘사슴농장’은 우연찮은 사건 덕분에 오리지널 게임으로 인디신에 발을 들이게 됐다.

‘러브라이브’의 2차 창작 동인 게임인 ‘러브버스트’를 제작한 ‘사슴농장’은 게임 배포를 위해 심의를 받게 되는데, 심의를 받기 위해 했던 개인사업자 등록이 동호인들의 행사인 ‘코믹월드’ 참가에 발목을 잡았다. 결국 정식 출시할 수도 없는 동인게임을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배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고생해서 만든 게임을 배포하지도 못하게 되자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오리지널 게임을 만들자’고 시작한 것이 ‘식혼도’ 개발로 이어졌다.

이미 세 편의 슈팅게임을 만들어 본 경험으로 ‘식혼도’는 오리지널 캐릭터를 활용한 슈팅게임이 됐다. 주인공인 저승사자 ‘강림’은 앞서 만들었던 ‘동방프로젝트’ 동인게임에 넣었던 오리지널 캐릭터를 가지고 온 것이다.

“앞서 만들었던 게임들의 퀄리티가 높지는 않았는데 그 저승사자 캐릭터만큼은 반응이 좋았어요. 일본에서도 팬아트나 코스프레하는 분도 있었거든요. ‘사슴농장’이 가지고 있는 인기 있는 오리지널 캐릭터인데 이걸 주인공으로 만들어보자고 한 거죠. 주인공이 한국 캐릭터니까 나오는 보스들도 한국 요괴들로 작업하면서 오리지널 세계관이 만들어졌죠.”

사슴농장이 만든 '동방외요전'에 등장한 저승사자 '강림'(왼쪽)과 '식혼도'에 등장하는 저승사자
사슴농장이 만든 '동방외요전'에 등장한 저승사자 '강림'(왼쪽)과 '식혼도'에 등장하는 저승사자ⓒ사슴농장

2009년 ‘사슴농장’을 결성한 고영진 팀장은 2006년부터 게임개발자를 본업으로 가진 프로그래머다. 그가 게임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두면서도 굳이 인디게임까지 만들게 된 것은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로망 때문이었다.

“게임개발자라면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을 텐데 회사에서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디렉터나 PD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쉽지 않죠. 그래도 로망이 있잖아요. 어렸을 때 어떤 게임을 하다가 개발자가 됐다거나,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거나 그런 것의 발산으로 만들게 된거죠.”

'사슴농장' 고영진 팀장
'사슴농장' 고영진 팀장ⓒ사슴농장

‘사슴농장’은 고영진 팀장이 구상한 게임을 같이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면서 만들어진 개발팀이다. 첫 작품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온 멤버도 있지만 매번 게임을 만들 때마다 멤버구성이 똑같진 않다.

“제가 먼저 구상한 게임의 데모 버전을 만든 것을 보여주면서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멤버를 모집했어요. 전에 있었던 회사 동료도 있지만 실제로 한 번도 안 만난 멤버도 있죠. ‘식혼도’의 메인 일러스트레이터도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어요. 제가 기본적인 아이디어 스케치를 드리면 메일로 대략적인 디자인이 오고, 제가 다시 추가나 수정할 부분을 넘기는 식으로 완성된 거죠.”

고영진 팀장을 제외한 ‘사슴농장’ 멤버들은 대부분 본업을 가지고 취미로 게임개발에 참여한다. 덕분에 개발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해당 분야의 프로들이라 맡은 분야의 퀄리티는 보장된다.

“가장 중요한 건 동료죠.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모인 팀이잖아요. 게임 하나를 끝까지 완성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지금 저에겐 동료와 같이 가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슴농장’은 ‘식혼도’의 후속작인 ‘식혼도2’ 개발을 진행 중이다. 벌써 그동안 만들어진 데모버전이 올해 경기게임오디션 TOP 10과 2018 BIC 경쟁작으로 선정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식혼도2' 데모 버전
'식혼도2' 데모 버전ⓒ사슴농장

‘식혼도2’는 전작과 다르게 액션과 RPG요소가 혼합된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의 게임이다.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탄막슈팅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것이다.

“슈팅게임 말고 다른 장르를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식혼도’ 세계관을 살리면서요. 저는 게임을 구상할 때 어떤 장르를 만들겠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가장 멋진 장면을 상상해요. 그 장면을 제일 먼저 만들고 그 앞부분을 채워가는 데, 그게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이 된 거죠.”

‘사슴농장’은 2019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식혼도2’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도 콘솔 이식작을 출시할 예정이다.

김백겸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