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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년으로 기약 없이 미뤄지는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8월 29일 오전 청와대 충무실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에게 임명장 수여 후 악수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8월 29일 오전 청와대 충무실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에게 임명장 수여 후 악수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 철회가 결국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청와대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문제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연결시켜 함께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및 관련 법안 개정 등을 하는 것이 당정이 설정한 목표"라고 밝힌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내년 6월에 있을 국제노동기구 ILO 창립 100주년 기념 총회 전에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문제가 '합법화' 방향으로 결론 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아님'(법외노조)을 통보받았다. 6만명의 조합원 중 해직교사 9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박근혜 정부 당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청와대의 재판 거래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는 원천무효'라며 즉각 취소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가장 빠른 조치인 '직권 취소'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행정소송의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도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직권 취소'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는 요인 중 하나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열린 전교조 지회장 결의대회에서 법외노조 취소와 노동3권 쟁취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열린 전교조 지회장 결의대회에서 법외노조 취소와 노동3권 쟁취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슬찬 기자

대신 청와대는 국회에서의 법 개정을 통해 전교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6월 브리핑에서 "그것(전교조 법외노조)을 바꾸려면 본안 사건을 다루는 대법원에서 최종판결을 받아봐야 하는 것이 하나(첫 번째)이고, 두 번째로는 관련 노동 관련 법률 개정하는 방법, 이 두 가지밖에 없다"며 "그런데 대법원의 선고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정부의 입장은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서 이 문제를 처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청와대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된 법률안(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개정 법률안 등)이 3~4개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돼 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야간 이견이 큰 상황에서 국회 논의마저도 지지부진하자, 이번에는 ILO 핵심협약을 핑계로 내년으로 미루는 모양새다. '임기 초에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문 대통령의 공약은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는 셈이다.

ILO 핵심협약은 해고자나 실직자의 노조 가입을 제한하는 국내법과 충돌돼 그동안 비준이 미뤄져 왔다. 만약 이 협약이 비준되고 관련법이 개정될 경우,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 때 '법외노조'가 됐던 전교조의 합법화 길이 열리게 된다.

김의겸 대변인은 22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ILO 협약비준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고,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서 관련된 법령을 이미 (국회에) 제출해 놓았다"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그 관련된 법령 제정을 위해서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이번 정기국회에 통과시킨다는 게 현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여당이 이러한 입장을 보이더라도, 보수야당의 반발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 역시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청와대의 세 번째 직권취소 회피"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전교조는 지난 8월 사법농단의 전모가 드러나자 법외노조 효력정지 가처분을 담당하는 대법원에 준비서면을 추가 제출했다"라며 "그러나 전교조가 가처분 결정 등 사법부 판단을 법외노조 문제 해법의 주 경로로 설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전교조 문제와 교원·공무원 노동기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할 일이 따로 있으며, 그 첫 단추는 어디까지나 법외노조 통보 취소"라며 "원인 행위를 저지른 행정부가 스스로 자기 적폐를 청산하라는 것이다. 이 과정을 생략할 경우 전교조 파괴 공작의 본질은 호도될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왼쪽두번째)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조정식 예결위간사, 홍 원내대표,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 홍익표 행안위 간사.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왼쪽두번째)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조정식 예결위간사, 홍 원내대표,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 홍익표 행안위 간사.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한편으로는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에 무게를 싣고 있는 만큼, ILO 협약비준을 고리로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탄력근로제 확대 등 정부·여당의 반노동 정책에 반발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이날 경사노위 첫 회의에 불참했다.

이날 경사노위 회의에는 탄력근로제 등 노동시간 관련 의제를 논의할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구성·운영 계획안이 의결됐다. 현재 경사노위 산하에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논의하는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 위원회'도 가동 중이다. 이와 관련해 홍 원내대표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ILO가 권고하는 8가지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단결권, 강제노동 폐지 등 4가지 협약에 대한 국회의 비준도 경사노위에서 합의를 이룬다면 반드시 국회에서 처리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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