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나이팅게일의 노래] 간호사 1인당 0.1평?

서울대병원에는 정맥주사팀이라는 부서가 있습니다. 주사를 잘 놓는 간호사들로 이루어진 부서입니다. 2003년에 신설된 정맥주사팀 덕분에 지난 15년간 서울대병원의 간호사들은 주사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환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라면 거의 필수적으로 겪는 것이 주사를 맞는 일입니다. 혈액검사를 위한 채혈이나 항생제나 진통제 등 여러 약물을 투여하기 위한 주사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하루 최소 한 번, 많게는 대여섯번씩 주사를 맞을 때도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환자들도 주사를 맞는 것을 두려워하고, 특히나 주사라고 하면 지긋지긋해서 여러 번 찔리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그래서 미숙한 간호사가 여러 번 찌르면 주사를 맞는 환자뿐만 아니라 여러 번 머리를 조아리며 재시도를 해야 하는 간호사에게도 큰 스트레스입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의 간호사들은 정맥주사팀이 있기 때문에 그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간호사들에게 매우 고마운 존재인 정맥주사팀. 그런 정맥주사팀이 지내는 사무실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된 것은 2017년입니다.

4.7평의 작은 서울대병원 정맥주사팀 사무실에 간호사들이 앉아 있다.
4.7평의 작은 서울대병원 정맥주사팀 사무실에 간호사들이 앉아 있다.ⓒ필자 제공


44명의 간호사가 4.7평에 작은 사무실에

2017년에 정맥주사팀에서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아왔습니다. 전공의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기존에 인턴의사들이 하던 업무를 잔뜩 넘겨받았는데 늘어난 업무량에 비해 인력은 그만큼 충원해주지 않아서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정맥주사팀 간호사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정맥주사팀 간호사들과 만나기 위해 정맥주사팀의 사무실을 처음 찾았을 때, 저는 사무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정맥주사팀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 인력보다 이 사무실이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식 사무실이라고 하기엔 기형적으로 좁고 길쭉한 공간에 테이블 하나없이 길게 놓인 의자에 간호사들이 일렬로 나란히 앉아있었습니다.

병원측 말에 의하면 사무실은 4.7평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싱크대와 수납장 등으로 꽉 차 있어서 실제 여유 공간은 4.7평에 한참 못 미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정맥주사팀 간호사가 총 44명이니 부서의 간호사 1명당 약 0.1평 정도 주어진 셈입니다.

그 뒤로 몇 번 더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사무실을 찾을 때마다 저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데이와 이브닝 근무자들의 인계 시간에는 25명의 간호사들이 동시에 들어가기엔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간호사들 여러 명이 문밖의 벽에 기대 서있었습니다. 김장철에 동료들과 나눠 먹으려고 집에서 김장김치와 보쌈을 싸왔지만 테이블이 없어서 음식을 간이의자나 무릎 위에 놓고 먹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한두달 임시로 이런 공간에서 지내라고 해도 너무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법한 곳에서 무려 15년을 지냈다고 하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정맥주사팀의 사무실을 보면서 저는 서글프면서도 한편으로는 화가 났습니다. 정맥주사팀이 정도가 심하긴 하지만 비단 정맥주사팀만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울대병원 정맥주사팀 사무실이 비좁아 복도에 앉아 있는 간호사들.
서울대병원 정맥주사팀 사무실이 비좁아 복도에 앉아 있는 간호사들.ⓒ필자 제공

서울대병원에 2935명의 간호사 위한 공간은 없다

서울대병원에는 2935명의 간호사가 있습니다. 병원 전체 직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간호사입니다. 서울대병원 안에는 이렇게 많은 간호사들이 있지만 그런 간호사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은 거의 전무합니다.

환자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환자들의 아픈 곳, 불편한 곳을 보살펴주고 환자들에게 필요한 온갖 약이나 처치를 제공해주는 사람, 입원과 퇴원시, 각종 검사 전후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해주는 사람, 환자들의 상태를 끊임없이 모니터링 하고 응급상황에 대처해주는 사람들이 바로 간호사입니다. 서울대병원이 굴러가게 만드는 인력의 절반이 간호사입니다.

하지만 병원은 그런 간호사들을 정말 기계처럼 취급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있는 곳에는 항상 간호사가 있습니다. 병원 곳곳에서 환자들 곁을 지키며 묵묵히 맡은 소임을 다하는 간호사들을, 서울대병원은 어떻게 대하고 있습니까?

간호사들이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밥도 못 먹고 일한다고 해도, 화장실을 못 가고 일한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교수 한 명이 쓰는 사무실보다 더 작은 곳을 간호사 수십명을 위한 사무실로 내어주고는 창고에 기계를 쌓아놓듯이 그렇게 켜켜이 쌓여 있으라고 합니다.

사무실이 너무 좁다고 하니, 사무실에 앉아서 쉴 생각하지 말고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일하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서울대병원은 간호사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간호사를 물도 밥도 먹지 않아도 되는, 화장실에 가지 않아도 되는, 비인간적으로 비좁은 공간에 구겨 넣어도 되는 기계처럼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간호사는 기계가 아닙니다. 사람입니다.

최원영 행동하는간호사회 간호사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