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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은 내 작품을 돌려달라” 17세 웹툰 작가의 보호받지 못한 저작권

"대표가 작가한테 무언가를 지시하거나 요구하면, 작가 입장에서는 거절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어른 작가한테도 그럴 텐데 미성년자를 그런 식으로 다루려 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많은 작가들한테 그렇겠지만, 작품은 '자식' 같은 존재다. 내가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인정받지 못하면 사과도 조치도 의미가 없다."
('나의보람' 웹툰 작가 A씨)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의 한희성 전 대표가 계약 당시 미성년자였던 웹툰 작가 지망생의 저작권과 수익을 수 년간 빼앗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 작가는 2013년 데뷔했을 당시 만 17세였다. 그는 한 전 대표가 자신의 데뷔작 '나의보람'에 '레진'이란 이름으로 글작가로 참여한 것 처럼 꾸며 몇 년동안 작품 수익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의 불공정행위에 맞서는 작가들의 모임인 '레진 불공정행위 규탄연대(이하 레규연)'와 청년참여연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지난 22일 한희성 레진코믹스 전 대표의 저작권 편취 사건을 '우월적 지위남용에 의한 불공정거래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계약..."당시 계약서엔 수익 배분 명시돼지 않아"
A 작가 "글작가로서 창작 기여 없었다"

'레진 불공정행위 규탄연대' 등은 22일 오후 2시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앞 문화산업계 만연한 지망생 착취 실태 고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레진 불공정행위 규탄연대' 등은 22일 오후 2시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앞 문화산업계 만연한 지망생 착취 실태 고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레진 불공정행위 규탄연대

레진코믹스는 레진(Lezhin)이란 필명으로 활동하던 블로거 한희성 씨 등이 2013년 6월 설립한 웹툰 플랫폼이다.

사건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던 A 작가는 2012년 겨울, 레진코믹스 한희성 대표로부터 차후 런칭될 만화플랫폼인 레진코믹스에서의 연재를 제안 받았다. 당시 작가의 나이는 만 16세, '미성년자' 신분이었다.

2013년 1월, A 작가는 웹툰 [나의 보람]을 기획하며 한 대표과 미팅을 가졌다. 이때 한 대표로부터 연재할 웹툰 장르에 대한 조언이나, 1화 콘티에 대한 피드백, 캐릭터 디자인과 성격에 대한 조언을 들으며 직접 스토리와 시놉시스를 준비했다.

이후 A 작가는 스토리와 시놉시스를 완성했고, 준비된 작품으로 그해 2월 1일 레진과 웹툰 연재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 A 작가는 미성년자 신분이었지만, 레진은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확인하지 않았다.

특히 당시 계약서에는 글 작가와 그림 작가의 수익 배분에 대해 명시된 바가 없었다. 작가는 오직 A 작가의 "OO(본명)"으로만 표기돼 있었다고 한다.

해당 작품은 2013년 5월부터 11월까지 26부작으로 레진코믹스에서 연재됐다. 당시 A 작가는 학업을 병행하며, 하루에 8~9시간씩 웹툰 작업을 진행했다. 연재 시작 후에 레진코믹스 측의 도움은 거의 없었고, 작품 관련 미팅도 없었다. A 작가는 그림은 물론 스토리와 대사 작업까지 혼자 했다.

A 작가는 구체적으로 캐릭터들의 이름, 특정 장면의 수위에 대한 조언, 작품 장르에 대한 아이디어, 1화 콘티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을 뿐, 원안이나 플롯, 콘티, 대본 제공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사실상 한 대표가 '글작가'로서 창작 기여를 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한 대표가 저작자를 '그림 작가 OO/글 작가 레진' 으로 표시해, 별도의 계약서 수정 없이 A 작가 수익의 3할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부당함을 호소하자 "어려서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레진 불공정행위 규탄연대' 등은 22일 오후 2시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앞 문화산업계 만연한 지망생 착취 실태 고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레진 불공정행위 규탄연대' 등은 22일 오후 2시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앞 문화산업계 만연한 지망생 착취 실태 고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레진 불공정행위 규탄연대 제공

2013년 9월, A 작가는 레진 측에 부당함을 호소했다. 그러자 한 대표는 A 작가를 따로 불러내 "작가님이 어리셔서 아직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영화 쪽에서도 그렇고 이 정도 참여를 하면 2~3할은 글 작가로 수익을 받는다. 내게 수익을 분배하지 않으면 작가님은 저를 '착취'하시는 것이다. 제가 조금이라도 참여한 이상 이름도 내릴 수 없고 수익을 안 가져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A 작가는 "그 때 당시 그 말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웹툰의 저작자 표기는 '글, 그림 A 작가(필명)/원안 레진'으로 변경됐고, 그해 10월 1일 레진 대표는 A 작가가 정산받을 수익의 15%를 글 작가로서 분배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A 작가의 나이는 17세였지만, 레진코믹스는 이 때도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지난해 A 작가는 성인이 됐다. 그는 자신의 저작재산권이 레진코믹스에 편취당했음을 깨달았다. 2017년 12월 12일, 그는 부당 이익을 반환해줄 것과 배상 및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메일을 레진코믹스에 보냈다.

같은 해 12월 15일, 레진코믹스는 과실을 인정하며 "국내 연재계약 해지와 글 작가로 레진의 수익 3할을 보상"하는 합의안을 제시했다. 단, 이 합의안에는 레진의 귀책 사유 없음을 명시하는 문구와 비밀유지조항이 포함됐다. 올해 4월 A작가는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합의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답신을 발송했다.

이후 레진코믹스는 과실을 인정했던 입장을 바꿨다. 당시 "15%로 배분금액을 낮추는 계약서를 체결한 것은 OO 작가가 한희성(레진 대표)의 창작 기여를 인정한 것"이라며 레진 측이 제시한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시, 보상금은 물론 계약해지도 해줄 수 없다는 답신을 보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계약 강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미성년·아마추어 작가들

A 작가는 레진코믹스가 책임을 회피하고, 꼬리 자르기를 한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해당 작품에 대해 "레진 코믹스 발족 당시 굉장히 인기가 많은 작품이었고, 많은 독자를 유입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던 작품"이라면서, "사람들이 (이 웹툰을 보고) 레진이 글을 잘 쓴다거나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정말 속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작가는 "당시 저작권법에 무지했었다"며 "왜냐면 계약을 할 때도 '다들 이렇게 한다 업계 관행이다 이렇게 말했다. 어릴 때의 저는 물론이고, 현재 직종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도 (저작권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예술인복지법에서는 문화예술계에서 주로 발생하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계약 강요, 적정한 수익배분을 거부하는 행위 등의 불공정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성년, 아마추어 작가들은 이를 잘 모르기에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청년참여연대 조희원 사무국장은 "미성년·아마추어 작가들도 예술인복지법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라며, '사회경험이 적은 미성년자 작가들이 첫 시작부터 불공정하게 데뷔하는 일이 많아지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이 불공정계약을 맺지 않도록 적절한 안내와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불공정사건이 발생하면 충분한 상담과 법적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레진 불공정행위 규탄연대 관계자는 "저작권 편취 사례가 상당량 제보 됐다"며 "'문하생'이라는 도제시스템 관행이 있었던 데다, 신인작가에 대한 플랫폼의 매절 권유가 판치는 만화계 현실 상, 피해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가들의 용기있는 제보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한희성 측 "작품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
레진코믹스 "양측 주장 달라...특정 입장 밝힐 수 없다"

레진코믹스
레진코믹스ⓒ뉴시스

한편, 한희성 전 대표 측 변호인인 김우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한희성 대표는 그 작품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밝히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레진에 올라와 있는 수많은 작품 중에서 그 작품 하나만 그런 식으로 계약이 체결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한 대표는 이렇게 진행이 돼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구체적인 내용들은 공정위 절차가 진행이 되면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진코믹스는 "공동 작가 등 작가들 간의 수익 분배 협의에 대해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며 "현재 양측 주장이 다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회사가 특정 입장을 밝힐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2017년 말 A 작가의 요청에 따라, 회사에서 A 작가에게 글 작가 수익분배금액 전액 및 충분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합의안을 1월 경에 제시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A 작가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이라며 "현재 A 작가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A 작가는 한희성 전 대표가 당시 레진코믹스의 대표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두 작가끼리 해결될 일이 아니라 레진코믹스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A 작가는 "회사 차원에서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 일이 끝날 수 없다"고 밝혔다. A 작가는 현재 레진코믹스 측에 회사 차원의 저작권 침해 사실 인정과 사과, 크레딧 반환, 계약해지 등 피해 회복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A 작가는 "다음 달에 형사 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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