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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안 줘도 처벌 말자? 자유한국당의 ‘황당한’ 법안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등 지도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등 지도부.ⓒ정의철 기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공세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당의 공식 회의나 국정감사, 각 상임위원회에 이르기까지 '최저임금 때리기'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단골 소재로 활용될 정도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도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는 쪽에 치우쳐 있다. 하나같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저임금이 곧 임금의 전부인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가는 내용들이다. 이 같은 법안이 통과된다면 최저임금만으로 온전히 생계를 감당해야 하는 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례1: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게 주자?

김학용 환노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학용 환노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5일 기준으로 20대 국회 들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총 27개다. 이 중 많은 법안들이 최저임금을 지역과 업종별, 연령별로 차등을 줘서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이주노동자의 경우에는 최저임금을 따로 적용하자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돼 차별 조장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김학용·박대출·엄용수(가나다순) 의원 등이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학용 의원은 "외국 국적의 근로자가 단순 노무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이거나, 수습을 시작한 날부터 2년 이내인 경우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과 다른 금액으로 최저임금액을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지난 8월 발의했다.

박대출 의원의 법안 역시 특정 사업장의 경우에는 이주노동자들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했다. 엄용수 의원의 법안은 농림·축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의 경우에는 최저임금법을 적용하지 않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하는 별도의 최저임금을 받도록 했다.

이들 개정안들은 국적으로 인한 근로조건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근로기준법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노동기준과도 어긋나는 내용들이라 큰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가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이 같은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주노동자들은 지금보다 저임금 노동에 시달릴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례2:최저임금 안 줘도 처벌 말자?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양지웅 기자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사업자들에 대한 처벌을 낮추는 내용의 최저임금법도 발의됐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법이 정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업주들이 많아졌으니 벌금형으로 처벌 수위를 낮추거나 아예 처벌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을 낮춘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지난 11월 상습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주에게는 징역형 대신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나 의원은 이 같은 법안의 발의 배경으로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하여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업주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자면서 "상습적으로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기존 벌칙대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되, 상습범이 아닐 때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여 최저임금 미지급에 대한 벌칙 체계를 벌금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상도 의원은 이보다 더 황당한 내용을 발의해 정치권 안팎에 큰 논란을 일으켰다. 최저임금 미지급 사업주들에 대한 처벌 조항을 아예 삭제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곽 의원은 해당 법안을 통해 "국가가 근로자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주어야 함에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국가가 아닌 사업주가 그 책임을 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저임금이)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에 도달하여 불가피하게 법을 어기고 처벌을 받게 되는 사업주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변했다.

곽 의원은 "최저임금 미만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행위에 대한 벌칙을 삭제하고,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 지급 의무를 다하게 함으로써 획일적인 형사처벌로 인하여 범법자가 양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즉, 사업주가 법에 정해진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은 급격하게 최저임금을 인상한 정부 책임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최저임금법을 지키지 못한 사업주들을 범법자로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나경원·곽상도 의원의 문제의식과 달리 그동안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업주들에게 솜방망이 처벌만 가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법원에서 재판에 넘겨진 210명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단 6명에 불과했다. 이 밖에 대부분의 사업주들은 벌금형이나 선고유예, 집행유예 등 비교적 낮은 수준의 처벌을 받았다.

◆사례 3:최저임금 2년에 한 번씩 정하자?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민중의소리

최저임금은 매년 다양한 경제 상황 등을 반영해서 노동계·재계·공익위원이 모인 최저임금위원회 논의에서 결정된다.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최저임금을 현재와 같이 매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격년제로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매해 최저임금이 오른다면 국민의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2년에 한 번씩 최저임금을 정하자는 취지다.

김학용·박성중 의원의 안이 대표적이다.

김학용 의원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담 경감을 위해 매년 결정하도록 한 최저임금을 격년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중 의원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국민경제의 부담 감소를 위하여"라는 명분을 내세워 "최저임금을 매 2년마다 결정"하도록 개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2년에 한 번씩 최저임금을 결정하자는 주장은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낮추자는 의도나 다름없다는 반발이 제기됐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지난 8월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을 격년제로 한다는 것은 매년 반영되는 물가 인상률과 소득 분배율, 가구 생계비 등 최저임금 인상 요인을 사실상 무시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욕심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관련 법안들의 철회를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대부분은 최저임금 제도 자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데서 출발한 것이라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법이 정한 임금의 최하한선으로,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이 정도 임금은 줘야 한다'는 게 제도의 기본 목적이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해둔 취지까지 무너트리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발의한 최저임금법안들은 앞으로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특히 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제외한 법안들은 고용노동 부분 법안을 심사하는 소위원회에 회부됐기 때문에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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