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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화재가 이석기 때문? 가짜뉴스 진원지 ‘일베’ 인증한 자유한국당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정부세종청사 간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영상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정부세종청사 간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영상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정의철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6일 난데없이 KT 아현지사 화재 사건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과 연관 지으며 종북몰이에 나섰다.

더구나 이 종북몰이는 극우 성향의 온라인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 올라온 사실이 아닌 주장에 근거해 더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가짜뉴스 확산'에 앞장선 셈이다.

이석기 사건-KT 화재 연동시키며 때아닌 종북몰이 나선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석기 전 의원을 KT 화재와 연관시키며 정부의 '안보 의식'을 문제 삼았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우리나라의 가장 약점은 통신시설"이라며 "이런 데에 습격, 공격, 화재가 벌어지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겠지만 이석기가 혜화 전화국을 습격하자는 것과 이번 KT 아현지사 사건이 오버랩된다"라고 주장했다.

최연혜 의원도 "국가 기간산업은 전시나 테러의 1순위 대상이고, 특히 북한의 1순위 타격 대상"이라며 "이석기 사건에도 혜화동 전화국, 평택 유류저장, 철도의 관제실을 타격하겠다는 게 분명히 다 나오지 않았냐"라고 목소리 높였다.

박대출 의원 역시 "KT 화재 사건보다 더 중요한 건 안전의식, 안보 의식"이라며 "RO(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당시 국정원과 검찰이 주장했던 '지하혁명조직'의 이름)가 국가 주요 시설을 파괴하자고 그랬다. (그런 마당에) 북한에 어떤 자료가 넘어갔는지 모른다"라고 종북몰이에 나섰다.

보수언론도 자유한국당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한 보수언론은 이날 'KT 혜화 전화국 습격, 이석기 내란 선동 다시 주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당시 이 전 의원의 비밀 조직은 남한 사회 내부 교란을 위해 KT 혜화 전화국이나 분당 인터넷데이터센터 등 국가 주요 통신시설을 습격 목표로 삼았다"라고 적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6일 난데없이 KT 아현지사 화재 사건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 선동 사건과 연관지으며 또다시 종북몰이에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6일 난데없이 KT 아현지사 화재 사건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 선동 사건과 연관지으며 또다시 종북몰이에 나섰다.ⓒ제공 = 일간베스트 저장소 화면 캡쳐

이러한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과 주장의 근원지는 다름 아닌 '일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4일 KT 아현지국 화재 사고 발생 1시간여 만에 일베 게시판에는 '이석기 내란 1차 목표가 KT 혜화 지국 폭파', '왜 이석기가 전화국 테러하자고 했는지 알겠음' 등과 같은 글을 속보로 올라왔다.

일베에서 이렇게 속보 글이 등장한 지 몇 시간 뒤 종편에서는 '이석기 전 의원 등이 내란음모 사건 당시 KT 혜화지사를 주요 파괴 시설로 정했다. 이 때문에 당시 KT가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등의 보도가 나왔다. 다음 날인 25일에는 이러한 일베의 주장을 또 다른 보수언론이 기사, 칼럼 및 사설을 통해 확산시켰고, 이를 자유한국당이 그대로 읊은 형국이다.

내란음모·내란선동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모습. 대법원은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내란선동 혐의 등으로 징역 9년을 확정했다.
내란음모·내란선동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모습. 대법원은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내란선동 혐의 등으로 징역 9년을 확정했다.ⓒ사진공동취재단

이석기 전 의원이 하지도 않은 말로 가짜뉴스 유포
이석기 의원 구명위 "새빨간 거짓말"

하지만 이들이 주장은 사실과 정반대다. 이들이 주장하는 조직인 RO는 실존하지 않았고, 이석기 전 의원이 'KT 혜화 지국을 폭파시키자'고 언급한 적도 없었다. 이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사건 피해자 한국 구명위원회'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문제의 '혜화전화국' 발언은 팩트가 아니라며 "당시 양승태 대법원의 판결문에 의하더라도, 이 전 의원은 강연에서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구명위는 "심지어 그런 말을 들은 적도 없다. 강연이 끝나고 나서 어느 참석자가 한 발언을 국정원 프락치가 몰래 녹음한 것이다. 또한 판결문에서는 RO도 없다고 했다"라며 "이 전 의원이나 RO가 '혜화전화국' 노렸다는 주장은 그래서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법원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의 핵심 근거였던 RO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합의나 준비, 실질적 위험성 등이 인정되지 않는다"라며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 국정원이 당시 RO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제출한 '5·12 강연 녹취록'도 국정원에 의해서 날조된 것으로 판명난 바 있다.

'KT가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는 종편의 보도에 대해서도 구명위는 "이 또한 날조"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구명위는 "KT를 비롯하여 국가기간시설 어느 곳도 국정원 등으로부터 보안 관련한 경고를 받은 적이 없음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라며 "내란음모도, 내란선동도 아니라는, 어떠한 위험성이 없다는 점을 국정원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 일베가 한목소리로 종북몰이에 나선 데 대해 구명위는 "일베에서 시작하여 종편과 보수언론이 불을 지르고 자유한국당이 합창을 하는 일련의 작업은 적폐 정권 시절 익숙하게 보아온 공식"이라며 "청와대, 국정원, 기무사만 빠졌을 뿐이지 당시와 꼭같은 반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구명위는 "우리는 이를 악마적 여론조작이라고 규정한다"라며 "2013년 8월 당시와 마찬지로 한 사람의 인간에 대하여 저들은 야만적 테러를 벌이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구명위는 "억울하게 6년을 독방에서 살고 있는 한 사람의 인간에 대하여 어찌 이토록 잔인할 수 있는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라고 호소했다.

구명위 관계자는 "각종 '가짜뉴스', 허위 주장에 대해서는 개인, 단체를 막론하고 응당한 법적 처분을 받도록 할 것임을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장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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