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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철회하면 모든 국정운영 뒷받침” 김성태 발언 따져보니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대만에서 '모든 원전 가동 중단' 법안을 폐지하자는 안건이 국민투표로 가결된 것을 빌미로 한 보수진영의 문재인 정부 에너지전환(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난이 점입가경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27일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철회하면 조건 없이 제1야당은 문 대통령이 하고 싶은 국정운영 뭐든지 뒷받침해 드리겠다"라며 '대국민 약속'까지 했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대북 정책뿐만 아니라 소득주도성장을 중심으로 한 경제 정책에도 매번 어깃장을 놓더니 갑자기 '탈원전' 하나로 돌변할 태세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만이 탈원전 정책을 보유한 지 2년 만에 국민투표로 폐기시켰다"라며 "대만 국민의 결정은 탈원전 추진 과정이 대한민국과 비슷하고 에너지 수급 환경이 닮은 특히 우리가 눈여겨봐야 될 대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국내에서는 안전성과 경제성이 떨어져 없앤다면서 어떻게 외국에는 우리 원전을 사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나"라며 "문 대통령은 하루빨리 탈원전 정책 철회해 달라"라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은 전날 윤영석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서도 "전기요금 폭등, 블랙아웃 공포, 대기오염 증가를 불러온 대만 진보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유권자들이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에 탈원전 정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보수언론도 같은 논리로 탈원전 정책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전문가들, 보수진영 주장에 반박
"정책 무관하게 대만은 자연스럽게 탈핵"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수진영이 마치 대만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문제가 있음을 시인하고 철회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에서는 국민투표 후에도 실질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원전이 없어지면 큰 문제가 생길 것처럼 보수진영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만 정부는 국민투표 후에도 탈원전 정책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2016년 5월 취임 당시 오는 2025년까지 대만내 모든 원전의 원자로 6기를 폐쇄하고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대만 전력생산 구조는 석탄 45.4%, 액화천연가스(LNG) 32.4%, 원전 12.0%, 신재생에너지 4.8%인데 이를 LNG 50%, 석탄 30%, 신재생에너지 20%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현재 대만에서 운영 중인 핵발전소는 4기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콜라스 요타카 행정원 대변인은 지난 25일 '2025년의 탈원전 목표는 변함없다'라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번 국민투표의 효력은 정부의 제1, 2, 3 원전의 수명 연장이나 제4 원전의 가동 강제 요구는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명을 다한 원전은 사라지게 될 수 있다. 대만 정부가 추진한 '2025년까지 모든 핵발전소 운영 중단'은 정치적 선언에 가까웠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민투표로 대만 원자력계가 역습을 했지만, '원자력 르네상스'의 길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운영 중인 핵발전소 4기 모두 가동한 지 30년이 넘은 노후핵발전소이고, 건설중이었던 룽먼 핵발전소는 사실상 폐기중이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굳이 이번에 폐기된 '2025년까지 모든 핵발전소 중지'라는 법이 없더라도 대만은 자연스럽게 탈핵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대국민 약속' 발언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핵산업계와 얼마나 '끈끈한 유대관계'인지를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 그린피스, 녹색당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부실한 핵발전소 안전관리실태를 규탄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환경운동연합, 그린피스, 녹색당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부실한 핵발전소 안전관리실태를 규탄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김철수 기자

민주당 "우리는 60년에 거쳐 서서히 원전 줄이겠다는 것"
'탈원전 철회' 보수진영 비판 무색한 이유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지금부터 7년 뒤인 2025원전 제로 되기 전에 원전이 추가로 가동되거나 수명연장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만 내 국민당과 민진당의 정쟁의 이슈 정도로밖에 안 되는 이 사안에 대해서 국내 언론의 경거망동을 경계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만의 원전 제로(0)와 에너지 전환은 우리와 비교할 수도 없고 이미 비가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라며 "2083년 원전제로를 선언한 우리나라 정부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당초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이미 노후화된 월성 1호기를 폐쇄하고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공론화위원회의 건설 재개 권고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했다. '탈원전 정책을 철회하라'는 보수진영의 목소리가 무색하게도, 오히려 정부가 '탈원전'이라는 공약에서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대만 국민들의 탈원전 반대 이유 중 하나로 작년 여름 18년만에 발생한 대정전(블랙아웃)을 꼽는 보수진영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공학박사)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탈원전과 대정전은 크게 상관이 없다. 원전이 가동 중이든 아니든 대만 발전원을 제어하는 체계의 허점이 정전을 야기했다"라며 "다만, 원전을 옹호하는 세력의 여론을 올리는 데 효과적으로 작동했다"라고 꼬집었다.

정부·여당도 대만의 사례와는 선을 긋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의 롤모델(본보기상)이 대만이라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터무니없는 억지이자 견강부회"라며 "대만은 2016년부터 10년에 거쳐 모든 원전을 중단하겠다는 급격한 계획을 추진하는데 우리는 60년에 거쳐 서서히 원전을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전날 대만의 국민투표 결과가 정부의 에너지전환(탈원전)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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