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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 지지’ 문 대통령 발언도 뒤엎는 민주당의 말장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편집자주ㅣ촛불혁명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기본 정신이 정치권에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정치권력과 제도에 가로막혀 국민의 요구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올해 말까지 선거제도 개혁을 비롯해 숙원 과제인 정치개혁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는 정치를 위해 어떤 개혁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정치권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지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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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지해왔던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1당이 된 후 입장을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그동안 당이 내놓았던 공약인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당이 그동안 공약한 것은 권역별 정당명부제(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로 정리가 돼 있다"며 "(소선거구제인) 지금 소수당이 정당득표율은 어느정도 나오는데 지역에서 낙선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비례성이 약화돼 있다. 그런 부분들을 보정할 수 있는 방안으로 어느정도 양보할 수 있겠다는 뜻이지, 100%를 비례대표로 다 몰아주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 각 권역의 정당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나눠 갖는 제도를 일컫는다. 하지만 제도의 개념이 모호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는 표현만 두고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해석의 핵심 기준은 '연동형'을 적용할 것이냐, 아니면 현재와 같이 '병립형'을 적용할 것이냐다.

연동형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의 당선을 서로 연계시키는 제도로, 정당득표율대로 정당의 전체 의석수를 배분하는 것이다. 각 정당에 배분된 의석수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부족하면 비례대표 당선자로 채우기 때문에, 정당득표율로 대표되는 유권자의 민심과 의석수가 거의 일치하는 제도로 꼽힌다.

시민사회와 자유한국당·민주당을 제외한 정당들이 모두 지지하고 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2015년부터 도입할 것을 국회에 제안하고 있는 제도다. 현재 독일이 택하고 있는 선거제도와 거의 유사해 흔히 '독일식 선거제도'로 불리기도 한다.

반면 병립형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선출하는 제도로, 현재 우리나라가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되는 제도이다.

그동안 민주당의 입장은 '연동형'을 적용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였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민주당 대표 시절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그에 앞선 2008년 의원총회를 통해 사실상 당론으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 대표가 '연동형'이라는 표현이 쏙 빠진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는 선거 공약을 다시 꺼내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약속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나선 것이다.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대체 뭐길래
핵심은 '병립형'이냐, '연동형'이냐
그동안 민주당의 입장은?

2012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연동형 비례대표를 촉구하는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자료사진
2012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연동형 비례대표를 촉구하는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민주당의 입장이 연동형을 전제로 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였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그간 해왔던 발언의 맥락에서도 확인된다.

대선을 앞둔 2012년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트위터에 장문의 글을 남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어느 정당이 어느 권역에서 20% 득표를 얻을 경우 그 권역에 배정된 의석수의 20%를 해당하는 대표를 낼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며 "그 취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선거제도는 '독일식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라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전신)이 다수당이 되면 독일식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입법할 것을 약속"하겠다고도 했다.

이후 2015년 선거관리위원회의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제안이 나온 뒤 민주당의 주장은 조금 더 분명해진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지내던 문 대통령은 "저와 우리 당은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대결 구도의 해결방안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을 주장했는데, 독립적 기관인 선관위조차 '같은' 의견을 냈다"고 환영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선관위 제안에 미온적이던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을 향해서는 "이 기회에 망국적인 지역주의 정치구조를 개혁 못 하면 우리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통 크게 결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같은 해 8월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연동형으로 볼 수 있다.

대선 공약에서도,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같은 취지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이러한 입장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올해 11월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여야 5당 대표와의 환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선거제 개혁에 대한 의견들이 나오자 "선거제도 개혁은 19대 국회 때 중앙선관위에서 객관적, 중립적인 안을 이미 제시했다"며 "당시 저와 심상정 대표가 이 안을 가지고 노력해봤으나,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앙선관위 안을 기본으로 해서 비현실적인 부분은 현실화하고, 수정·보완할 부분은 수정·보완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높이면 선거구제 개혁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 들어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들 역시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연동형 비례대표제' 주장해놓고
이제와 '연동형'에서 슬그머니 발 빼는 민주당

3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원내외 7개 정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이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3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원내외 7개 정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이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이처럼 민주당은 '연동형'이라는 표현만 직접 쓰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지했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도 그렇게 이해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선거제도 개혁의 적기로 평가받는 지금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공약 후퇴 논란을 자초했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이 후퇴한 이유는 결국 당의 이해관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현재 지역구 의석이 많은 민주당은 비례대표를 추가로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입장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게 될 경우 의석수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여 민심을 그대로 대변할 수 있는 제도로 바꿔야 한다는 선거제도 개혁의 본래 목적보다는 자당의 유불리만 앞세운 격이다. 이러한 판단은 이 대표가 대표 취임 전후로 줄곧 내세워 온 '20년 집권론'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대표실의 한 관계자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민주당의 선거제도 개편의 목표는 지역주의 극복이었다. 따라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제도인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병립식)를 공약했던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라며 "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투표로 정당의 의석수를 확정하는 만큼, 양당제 극복과 다당제 도입을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안철수라는 인물을 필두로 제3당이 도약했던 지난 2016년 총선 결과를 놓고 선거제도를 비교했다. 그는 "지난 2016년 총선 결과에 적용해보면 민주당→새누리당→국민의당 순서였던 의석수가 새누리당→국민의당→민주당의 순서로 의석수가 바뀐다"라며 "이처럼 민주당에게는 극히 불리한 선거제도를 민주당이 공약으로 내세울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에 불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할 이유가 없다는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이처럼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계속 발뺌을 한다면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문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게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요구다.

하지만 청와대는 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싼 여당의 공약 번복 논란을 관망하며 책임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선 (여)당이 중심이 돼서 야당과 협의할 것으로 본다"며 "현재 단계에서 청와대가 선거제도 문제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즉답을 피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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