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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통과 앞두고 구조조정 나선 대학들..시민단체 “감사해야”

"시간강사는 4~6개월 단위로 고용되고 근로계약서조차 없이 쓰이다 버려지기 일쑤다. 그래서 이들은 '대학 안의 호출노동자', '크리넥스 노동자'로 불리기도 한다"(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임순광 위원장)

고용불안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대학 강사들을 위한 이른바 '강사법' 개정안이 정기 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다. 현재 대학에서는 법 시행 전에 강사를 선제적으로 해고하는 등, 강사법을 회피하기 위한 각종 무력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이 밝힌 '하반기 구조조정이 언급된 대학 목록'에 따르면, 서울과기대는 강사 550명을 150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학과에 내려보냈다. 연세대는 강사법으로 인한 강사 감원 1,400명을 언급했고, 건국대는 600명의 강사를 300명만 강의전담교수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양대는 대학원과 학부 수업을 강사에게 맡기지 않게 됐다고 통보한 상태다.

대학들은 시간 강사 해고는 물론 전임교수 강의 시수 확대, 졸업 학점 축소, 온라인 강의를 포함한 대형 강의 확대 등을 진행하며, 소위 '시간 강사 제로' 상태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가 비정규직 교수들뿐 아니라 전임 교원과 학생들에까지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정규직 교수들은 '강사법'을 무력화하려는 대학에 맞서 신분상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11월 21일 '총휴업'에 돌입한 바 있다.

대학 내 교원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게 된 것은 박정희 정권 때부터다. 정부는 1962년 '국립대 시간강사 강의료 지급규정'을 도입해, 강사를 시급노동자로 전락시켰다. 강사를 '전임강사'와 '시간강사'로 나눈 뒤, 유신시대인 1977년엔 시간강사의 법적 교원지위를 완전히 박탈했다.

그 결과 강사들은 고용형태, 임금수준, 의사결정권, 강좌개설권, 노동 강도 등에서 차별을 받게 됐다. 2017년 기준 대학 시간 강사의 숫자는 약 7만 6천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노동현실은 열악하다. 강사들은 수업을 하는 학기 중에도 머물 공간이나 연구할 곳이 마땅히 없다. 그래서 자동차나 건물 복도, 교내 벤치와 휴게실을 전전하며 수업 준비를 하고 학생을 지도한다. 직장건강보험증조차 없어 은행 대출마저 쉽지 않다.

시간강사의 임금은 강의시간에 따른 급여, 즉 시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의 연봉은 1~2천 만 원 수준이다. 일부 시간 강사들은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2011년 대학 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토록 한 법 개정안이 통과된 바 있다. 하지만 대학의 행·재정 부담과 강사의 일자리 감소에 따른 대량해고 우려로 양측 모두가 반발해 4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예됐다. 이 개정안은 오는 2019년 1월 1일 시행이 임박한 상황이다. 지난해 국회는 더 이상 유예가 없다는 조건으로 1년의 유예기간을 추가로 주면서 교육부에 개선안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올해 3월, 강사측 대표 4인, 대학측 대표 4인, 국회추천 전문위원 4인으로 구성된 '강사제도개선협의회'를 발족했다. 협의회는 5개월에 걸쳐 총 20차례의 회의를 통해 원안 일부를 수정한 개정 강사법 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했다. 이는 최초의 합의안으로, 이후 국회에서 발의되고 해당 상임위인 교육위원회를 통과하여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른바, '강사법 개정안'은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으로, 고등교육법 제14조의2에 '강사' 조항을 신설해 대학 교원으로서 강사의 지위에 대한 규정을 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대학 강사에게 법적인 교원지위와 1년 이상의 임용 계약기간을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재임용 절차를 3년까지 보장하고, 재임용 거부 처분에 불복하고자 하는 강사의 소청 심사권을 명시했고, 방학기간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처우개선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강사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8월부터 시행된다.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8일 오전 국회 앞에서 '강사법 예산 확보와 교육연구환경 파괴 대학 감사 실시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8일 오전 국회 앞에서 '강사법 예산 확보와 교육연구환경 파괴 대학 감사 실시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민중의소리

교수·연구자를 비롯한 학생과 시민들은 '강사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강사법 예산 확보와 교육연구환경 파괴 대학 감사 실시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지난 21일부터 일주일 간 진행한 '대학 공공성 강화와 개정 강사법 시행 촉구 서명'에 1,738 명이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박배균 상임공동의장은 "강사들은 학교서 사용되는 프린트 토너같이 3~4개월만에 교체되고 버려지는 신세였다"라며 "고용을 안정화하고 처우를 개선하자고 만든 강사법 개정안을 핑계로, 대학들은 파괴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상임공동의장은 "정규직 교수들은 비정규직 교수와 연대해야 하고, 시민들은 대학을 감시해야 한다"며 "교육부는 대학이 개정된 강사법을 이행해 취지를 살리는 지 감시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엄정한 감찰을 통해 대학을 징계할 수 있는 자세를 보여 줘야 강사법이 취지대로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교수노조 김용섭 영남대 분회장은 "사립대학들이 사학연금을 소위 교비로 지출하고 있다. 지난 5년간 교비로 지출된 금액이 1조 2천억에 육박하고 있다"면서, "대학 한 곳당 적어도 2천억 정도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데, 이런 부분을 강사들을 위한 대책에 접목을 해도 강사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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