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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탁상행정에 휴게시간 못 쓰고 무급노동하게 된 장애인 활동지원사
장애인 활동지원사
장애인 활동지원사ⓒ공공연대노동조합 제공

타인의 도움이 절실한 이들 곁에서 ‘돌보는 일’을 하는 ‘돌봄노동자’에게 노동자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근무 중 의무적으로 휴게시간을 지키도록 한 정부 정책은 ‘탁상행정’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10월 신체적·정신적 불편으로 혼자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1~3급의 중증장애인이 거주지, 요양시설, 복지시설 등에서 해당 서비스를 받고 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이 제도에 따라 서비스 수급 장애인이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는 것을 비롯해 자립생활, 사회생활 전반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들은 근무시간 동안 한시도 긴장을 놓기 어렵다고 말한다.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증 장애인은 대부분의 일에 도움이 필요하고, 지적 장애인의 경우 언제 어디서 돌발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다.

때문에 근로계약서에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이 정해져 있을지라도, 이를 사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장 노동자들은 “장애인 활동지원사에게 휴게시간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사회복지서비스업에 속해 본래 휴게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특례업종’에 해당했다. 하지만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사회복지서비스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됨에 따라, 7월 계도기간부터 의무적으로 휴게시간을 가져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들은 “휴게시간을 노동자의 권리로 인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면서도, 해당 직종의 노동 특성을 무시하고, 휴식 공간을 어떻게 보장할지 등에 대해 논의조차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휴게시간을 쓰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사진
보건복지부 자료사진ⓒ뉴시스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사의 존재는 ‘생존권’ 문제”
“휴게시간에 쉴 수 없는데..무급노동할 수밖에”

4년째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일하는 배홍민(49) 씨는 그들의 노동은 항상 ‘대기 상태’라고 표현했다. 배 씨는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늘 긴장하고 있다. 이용자(수급 장애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언제든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텐데 내 마음대로 ‘쉬겠다’고 말할 순 없지 않느냐”며 “이용자가 허리가 아프다, 배가 고프다 하는데 ‘1시간 기다려라’라고 말할 활동지원사는 없다. 우리는 즉각 일 처리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이용자와 활동지원사는 같이 가는 개념이다.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도입 취지가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인데 우리가 쉬는 순간 이용자는 방치된다”며 “우리 편하자고 그들의 불편함을 외면할 수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이자 한울림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부대표인 오태경(48) 씨는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사는 ‘생존권’ 문제”라고 설명했다.

오 씨는 “지원사가 없으면, 장애인은 일상생활을 할 수 없다. 제가 직장생활을 하거나 가장의 역할을 할 때 지원사가 없으면 힘들다”며 “장애 정도가 심할수록 지원사의 부재는 그 이용자의 생존권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뚜렷한 대안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 동안 장애인이 화장실에 가고 싶거나, 급한 일이 생긴다면 무조건 참아야 하는 건가”라며 “호흡기 장애, 외상 장애 등 생명이 좌우되는 환자들은 각자 처한 상황이 있는데, 정부는 그런 것에 대한 대안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 동안 가족이나 다른 활동지원사가 대체 노동을 하는 방안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대체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기존 노동자의 휴게시간인 30분~60분 동안만 일하게 되므로 ‘초단시간 노동자’가 된다. 결국 정부가 초단시간 노동자를 양산하는 꼴이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들은 현장에서 지금도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부족하다”, “노동강도에 비해 급여가 적어 ‘기피 직업’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노동법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초단시간 일자리에 지원하는 사람이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 대안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휴게시간을 갖지 않으면, 법에 저촉되는 상황이다. 결국 장애인 활동지원사들은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쉬지 못하고, 휴게시간엔 무급노동을 하며 보내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1월 10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70만 돌봄노동자 권리 찾기’ 집회에서 ‘실질 휴게 보장’, ‘임금체불 해결’, ‘생활임금 보장’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보육교사, 아이돌보미 등 돌봄노동자 700명을 포함해 총 1,250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1월 10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70만 돌봄노동자 권리 찾기’ 집회에서 ‘실질 휴게 보장’, ‘임금체불 해결’, ‘생활임금 보장’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보육교사, 아이돌보미 등 돌봄노동자 700명을 포함해 총 1,250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다.ⓒ공공연대노동조합 제공

“온전한 휴식 불가능한 휴게시간에 대해 보상 필요”
공공연대노조, “인권위 ‘가사근로자 고용개선안’ 따르면 돼”

돌봄 영역 노동자들의 ‘휴게시간 보장’ 등을 위해 집회,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진정 등 활동을 해 온 공공연대노동조합은 이 문제의 대안으로 지난해 8월 인권위가 고용노동부에 권고한 ‘가사근로자 고용개선안’을 제시했다.

인권위는 해당 권고안에서 “근로기준법상 휴게 기준에 준하는 휴게 시간이 가사근로자에게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면서도 “영유아, 환자 등에 대한 돌봄서비스의 경우, 서비스의 특성상 가사 근로자가 돌봄 대상자로부터 분리돼 온전한 의미의 휴게시간을 갖는 것이 돌봄 대상자의 안전 또는 생명에 위험이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일률적으로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것이 곤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 휴게시간을 유연하게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휴게시간을 줄 수 없는 경우 이를 보상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공연대노조 이성일 위원장은 “장애인 활동지원사에게 휴게시간을 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그들이 휴게시간을 갖지 못하는 대신, 휴게 시간의 노동에 대해 통상임금의 50%를 가산수당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택해야 한다.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을 인권위 권고안과 같이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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