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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④] 연봉·특권 줄이고 ‘밥값’하는 국회의원을 늘린다면?
국회의원 배지
국회의원 배지ⓒ민중의소리

편집자주ㅣ촛불혁명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기본 정신이 정치권에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정치권력과 제도에 가로막혀 국민의 요구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올해 말까지 선거제도 개혁을 비롯해 숙원 과제인 정치개혁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는 정치를 위해 어떤 개혁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정치권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지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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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③] ‘연동형 비례대표제 지지’ 문 대통령 발언도 뒤엎는 민주당의 말장난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데 찬성하십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매번 비슷했다. 여전히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국회의원을 늘리는 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큰 탓이다.

하지만 질문을 조금만 바꿔본다면 어떨까.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폐지하는 대신 의원 수를 늘린다면? 수천 억 원에 달하는 국회 1년 예산을 국회의원 300명이 아닌 더 많은 의원들이 나눠 쓴다면?

'무조건 안 된다'고 답할 유권자들보다 한 번쯤 곱씹어 보는 유권자의 비율이 많아질 것이다.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는 의원 정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앞다투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의원 수를 늘려야한다는 주장은 과도한 특권을 늘리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오히려 의원 정수를 현행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지금의 특권을 국회의원 스스로 유지하는 것과 다름없는 거 아니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 위해 불가피한 의원 정수 확대
특권은 낮추고 밥값 잘하는 의원 늘린다면?

20대국회 입성한 국회의원들
20대국회 입성한 국회의원들ⓒ정의철 기자

의원 정수 확대 논의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와 함께 본격화됐다.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를 극복하고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원수가 충분히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총 의원 수를 늘리지 않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고 그만큼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대하면 된다. 하지만 이는 지역구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사실상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불가능하다.

또한,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려면 유권자들의 인구가 줄어든 농·어촌 지역의 지역구들을 통폐합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도 낮은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더욱 낮추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총 의석수를 늘리는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미 '360석'이라는 구체적인 목표치도 제시한 상황이다. 비례성을 높이면서도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수치라고 한다. 현재 300석보다 20%가 늘어난 수준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360석까지 의석수를 늘리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국회의원 1명이 무려 17만명의 유권자를 대변?
세계적인 수준에 비춰봐도 적은 국회의원 수

전문가들은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이 오히려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다양한 유권자들의 의사를 대표할 수 있는 대변자들이 국회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국회의원 수가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미국과 일본 정도를 제외하고는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수는 10만명 남짓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1명이 무려 유권자 17만명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1988년 의원 정수를 299명으로 정한 이후 유권자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지만 국회의원 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국회의원 특권을 줄이고 밥값 하는 의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국회 예산 및 국회의원에게 들어가는 세비 동결을 전제로 의원 정수만 늘리자는 제안이다.

이렇게 되면 과도한 특권도 폐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의 세비 역시 OECD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국회 사무처 발표에 따르면, 20대 국회 국회의원 1명에게 지급되는 연봉은 1억 3천796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에게 제공하는 세비를 현행 300명 기준으로 동결하고, 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360명으로 늘리게 되면 국회의원 1인당 돌아가는 세비는 이보다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반대하는데…"
국민 설득할 방안은 내놓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만 보이는 거대 양당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결국 이러한 의원 정수 확대 방안을 반대할 경우, 국회의원 스스로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현재 의원 정수 확대 논의에서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쪽은 거대 양당이다. 원내 1, 2당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국민 반감'을 이유로 의원 정수 확대는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는 유권자들의 민심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자신들의 특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정말 의원 수를 늘리는 방향이 맞다면, '욕 먹을 각오'를 하더라도 대국민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하지만 책임감 있는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과 대조적으로 원내·외 군소정당들은 의원 정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국회의원 특권 내려 놓기'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이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국회의원 360석'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고, 바른미래당 역시 정수 확대에는 긍정적이다. 특히 정의당은 국회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반값 연봉'을 제시했고, 원외정당인 녹색당도 국회의원들의 입법활동비·회의 수당 폐지 등을 주장했다.

심상정 정개특위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의원 정수 확대가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심 위원장은 "의원 정수 확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용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대표성 강화 측면에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과감함 국회 개혁 방안과 함께 국민들에게 정직하게 개혁 노력을 말씀드리고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약 후퇴 논란에 휩싸인 민주당은 오히려 의원 정수 확대와 관련해 부쩍 국민 여론만 앞세우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정수를 늘리는 문제는 국민 대다수도 반대하고 자유한국당도 절대로 늘릴 수 없다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의견을 내놓아야 한다)"며 오히려 야당을 압박했다.

민주당 선거제도 개편 태스크포스(TF)를 맡고 있는 윤호중 사무총장도 2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여러분의 뜻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의원 정수가 유지되는 안에서 선거개혁안이 도출되길 희망한다"며 의원 정수 확대에 소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윤 사무총장은 "현행 의원 수가 유지되는 선에서 선거제도 개혁이 어렵다는 여야 간의 합의, 정확히 말하면, 정개특위 간의 합의안이 나오게 된다면 그 부분까지 받아들일 수 없단 건 아니다"라며 정개특위에서 합의한다면 의원 정수 확대도 논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자유한국당은 한 발 더 나아가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정개특위 위원인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지난해 4월 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줄이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난 22일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인 박덕흠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자유한국당 비대위 산하 정치혁신 특위는 300명인 현행 의원 정수를 오히려 10% 축소하자는 혁신안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권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빼놓고 국회의원 정수에 민감한 국민 여론만 앞세워 마치 '혁신'인 것처럼 포장한 격이다.

"언제까지 국민 반감 이유로 의원 300석 유지할 건가"
정수 확대에 소극적인 거대 양당 향해 쏟아지는 질타

이 같은 거대 양당의 소극적인 태도에 개혁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개특위 자문위원인 성한용 한겨레 기자는 28일 정개특위 간담회에서 "국민이 욕하기 때문에 의원 증원이 어렵다고 이야기하는데 욕을 먹고 늘려라. 늘린 다음에 잘하는 게 낫다"며 "언제까지 반감을 이유로, 의원 300석을 유지할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도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마치 의원 숫자를 줄이거나, 현상 유지를 하는 것이 개혁인 것처럼 주장하는 이들이야말로 개혁에 저항하는 반개혁세력"이라며 "이들은 사실상 소모적인 정쟁만 반복하며 특권 국회를 유지하려는 기득권 세력이다. 이런 세력에 현혹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의원 정수 확대 문제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와 함께 한동안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선거제도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정개특위 1소위에서는 의원 정수 확대 여부를 기준으로 3가지 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정개특위 1소위 위원장인 민주당 김종민 의원에 따르면 ①국회의원 300명을 유지하고 소선거구제를 택하는 방법 ②국회의원 300명을 유지하고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을 택하는 방법 ③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방법 등이 앞으로 선거제도 개혁 논의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아직까지 각각의 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김종민 의원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의원 정수는 현행 유지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라며 "혹시라도 예비적으로 (의원 수를) 확대한다면 어떤 게 가능할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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