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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통신 두절 재현되면...자율주행차 ‘죽음의 질주’ 벌일까
국내 한 방송사가 KT아현국사 화재로 발생한 통신 마비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뉴스를 전하고 있다.
국내 한 방송사가 KT아현국사 화재로 발생한 통신 마비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뉴스를 전하고 있다.ⓒ출처 : 화면캡쳐

대형트럭이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트럭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더니 팔짱을 낍니다. 운전자가 손을 떼도, 트럭은 알아서 차선을 지키고, 앞차가 끼어들자 속도를 줄입니다. 자율주행 트럭입니다. 자율주행을 하던 트럭과 통신이 끊기면 어떻게 될까. 만약 이 트럭이 시속 100km로 달리고 있었다면 통신이 3초만 끊겨도 90m를 제어 없이 질주합니다. 트럭 앞에 가족 4명이 탄 승용차라도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며칠 전 한 공중파 방송에 나온 뉴스의 한 대목입니다. KT아현국사 화재로 통신이 끊겼는데, 만약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 미래에서 화재가 재현된다면, “대형 인명사고가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뉴스는 경고합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통신이 끊어져도, 자율주행차량이 죽음의 질주를 벌일 일 없도록 백업 시스템을 잘 갖춰 놓자는 겁니다. 안전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백번 옳은 말이지요.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고속도로의 대형트럭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 봐야 합니다. 통신이 끊기면 자율주행차는 정말 대형 인명사고를 일으킬 것인지, 혹시 통신 이외에 다른 문제는 없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죠. 그래야 안전을 확보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 대책이 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대형트럭, 현대자동차-현대글로비스 지금도 시험 운행중
차량 내 제어시스템으로 주행 통제, 통신 영향 미미

방송에 등장한 자율주행 트럭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 트럭은 현대자동차가 지금도 실험 중인 40톤짜리 대형컨테이너 수송 트럭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운행해도 좋다고 시험면허를 발부해줬지요. 이 트럭은 영동고속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 40km 구간을 달립니다. 현대차 부품 운송 차량이 인천항으로 갈 때 자주 이용하는 구간입니다. 이 트럭은 시험면허를 받고 2달 만에 자율주행을 성공시켰습니다. 지금도 같은 구간에서 시험주행 중이고요.

만약 이 트럭 시험운행 구간이 KT아현국사 인근이었다면 어땠을까요. 반대로 영동고속도로 인근의 KT국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통신이 끊겼다면 어땠을까요? 다행히 모두의 우려처럼 ‘죽음의 질주’가 벌어지지는 않습니다. 이 트럭의 자율주행은 통신과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트럭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트럭ⓒ제공 : 현대자동차

트럭에는 모두 8대의 카메라와 3개의 센서, 그리고 컴퓨터 본체에 해당하는 자율주행 처리 장치가 있습니다. 트럭을 움직이는 것은 통신이 아니라 이 센서와 처리장치들이지요. 라이더라는 센서는 주변 사물과의 거리를 실시간으로 측정합니다. 측정한 수치는 처리장치로 전송됩니다. 수치를 받은 처리 장치는 자신의 주행속도를 고려해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계산합니다. 앞차와 거리가 줄어들면 속도를 낮추고 앞차와 거리가 늘어나면 속도를 높여서 안전거리를 유지합니다. 다른 차량이 끼어드는 것은 레이다가 감지합니다. 양옆 차선에서 함께 주행하고 있는 차량 움직임을 감지하고 차선변경 패턴이 발견되면 이를 처리 장치로 전송합니다.

트럭의 자율주행 과정에서 통신이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습니다. 트럭에는 이미 도로의 자세한 정보가 담긴 정밀지도가 탑재되어 있고, 통신사 서비스와는 관계없는 GPS 수신기를 통해 위치를 확인합니다. 시험주행 구간이 KT아현국사 옆이었다고 해도 사람들이 우려하는 죽음의 질주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복잡한 시내도로 주행, 경기도 제로셔틀
통신으로 신호등 정보도 받아, 정확도 높이는 ‘차량사물통신기술’

통신이 자율주행차에 꽤 많은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기도가 실험하고 있는 제로셔틀입니다. 제로셔틀은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에서 분당선 판교역까지 5.5km 구간을 운행하고 있습니다. 트럭이 실험하고 있는 고속도로보다 변수가 많고, 보행자들까지 수시로 오가는 시내 도로를 주행 하는 것이죠.

때문에 제로셔틀은 자율주행의 안전성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통신으로 정보를 받습니다. 교통신호, GPS위치보정신호, 차량정체 정보 등을 통신사가 제공하는 4G망으로 주고받습니다. 제로셔틀의 이 기술을 차량사물통신기술(V2X, Vehicle to Everything)이라고 부릅니다. 제로셔틀은 현대차의 트럭처럼 자율주행에 필요한 카메라와 센서, 처리 장치도 가지고 있지만, 여기에 통신 장비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받아 정확도를 높이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제로셔틀이 신호등을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고속도로에는 없는 신호등 정보를 제로셔틀은 통신을 통해 미리미리 확보합니다. 제로셔틀이 시험운행 중인 구간에는 모두 12개의 신호제어기가 있습니다. 경기도와 경찰청은 이 신호제어기에 통신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제어기는 신호등이 언제 파란불에서 빨간불로 바뀔지, 직진 신호에서 좌회전 신호로 바뀔 때까지 몇 초가 남았는지 등의 정보를 제로셔틀에게 전송합니다. 제로셔틀은 이 정보를 받아 신호 변화를 예측하고 운행속도를 조절합니다.

경기도에서 시험운행 중인 자율주행차 제로셔틀, 운행노선
경기도에서 시험운행 중인 자율주행차 제로셔틀, 운행노선ⓒ제공 : 경기도

KT판교국사에 화재가 발생해 제로셔틀과 관제센터의 통신이 끊긴다고 해도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내지는 않습니다. 제로셔틀의 신호등 인식 체계는 이미 이중화가 돼 있습니다. 통신 두절로 신호등 정보를 받지 못해도 차량에 달린 카메라가 신호를 인식하는 겁니다. 카메라에 빨간불이 포착되면 차량은 자동으로 멈춥니다.

제로셔틀 개발 책임자는 주행상황에 대한 인식과 판단, 제어 권한은 차량 내부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추가적인 정보를 통신으로 받는 것이지 통신으로 차량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 책임자는 “통신사에서 자율주행 사업을 많이 하다 보니 통신이 있어야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통신이 없어도 자율주행은 가능하고 안전장치도 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자율주행차, 통신보다 중요한 변수
센서와 제어장치, 해외에선 보행자 사망 사고도

자율주행차의 안전에 통신보다 더 중요한 변수는 각종 센서와 제어장치입니다. 차량에 부착된 거리 측정 센서가 고장이라도 난다면, 센서가 오작동을 일으킨다면 안전운행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컴퓨터 화면에 갑자기 블루스크린이 뜰 때처럼 자율주행차의 처리 장치가 멈춰버리면 사고 위험은 매우 높을 겁니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발생한 테슬라의 자율주행차량 사고 원인이 바로 이 센서 문제였습니다. 고속도로를 자율주행하던 테슬라 시험차량이 콘크리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뒤따라오던 두 대의 차량과 충돌했습니다. 차량엔 불이 났고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아직 사고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선 센서에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차량 센서에 역광이 비치면서 흰색 차량을 하늘로 오인했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자율주행의 눈과 귀가 되는 센서의 기술 수준이 아직 눈이나 비, 햇빛, 안개 등 자연변수에 대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에서 발생한 우버 자율주행차량 사고는 센서보다는 제어장치 문제로 추정됩니다. 보행자가 자율주행차에 치여 숨지는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된 이 사건의 원인은 처리 장치 같은 소프트웨어 오류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버에 탑재된 제어장치는 비닐봉지나 종이 등 도로 위에서 날아다닐 수 있는 물체를 감지해 위험도를 판단하고 정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차량 진행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오탐지(false positives)’라고 보고 그대로 진행하는데 소프트웨어가 도로 위에 나온 보행자를 ‘오탐지’라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지난 3월 23일 캘리포니아의 고속도로에서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고 운전자가 죽는 사고를 낸 테슬라 자율주행차.
지난 3월 23일 캘리포니아의 고속도로에서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고 운전자가 죽는 사고를 낸 테슬라 자율주행차.ⓒ제공 : 뉴시스, AP
우버(Uber)사의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치기 직전 카메라에 잡힌 모습
우버(Uber)사의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치기 직전 카메라에 잡힌 모습ⓒ제공 : 뉴시스

통신 두절과 같은 재난 상황보다 센서 오작동과 제어장치 고장이 더 무서운 문제일 수 있습니다. 비슷비슷한 센서를 달고, 규격화된 제어장치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에 한 가지 문제가 발견되면 같은 문제가 수십 수만 대에서 동시에 발견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BMW 부품 하나에 문제가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대를 리콜한 것이 불과 석 달 전입니다.

자율주행 통신 vs 자체제어 승자는 누구?
우려, 대책수립 좋지만 근거 없는 공포도 지양해야

자율주행차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의 처리장치와 센서, 통신 장비 모두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상호보완적인 두 분야가 발전해야 진정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업계는 미묘한 알력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완성차 업체는 통신과 무관한 주행처리장치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을 완성하고 싶어 합니다. 반대로 통신 등 IT 업체는 차량사물통신기술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을 실현하려고 하죠.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자율주행차가 나올 텐데, 어떤 방식이 업계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게 될지, 흥미롭게 지켜볼 대목입니다.

다만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있습니다. 경제적 측면을 고려해봐야 하는 것이죠.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됐을 경우 한국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면 시장이 너무 좁지 않을까요? 미국이나 유럽 등 수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5G가 완비되어 있어야 자율주행차를 수출할 수 있다면 곤란할 겁니다. 미국은 지금도 교외로 나가면 4G는 물론 3G도 잘 안 되는 곳들이 많죠. 통신 의존도가 높은 자율주행차라면 판매하기 힘들어집니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차의 통신의존도를 되도록 낮추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지금처럼 통신은 부가적인 정보를 취합해 정확도를 높이는 데에만 쓰고, 차량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하는 처리 장치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라 예상하는 이유입니다.

통신이든, 센서든, 제어장치든 자율주행차 안전에 대한 우려와 검증, 대책 수립은 많으면 많을수록, 깊으면 깊을수록 좋습니다. 그만큼 더 안전한 자율주행차가 탄생할 밑거름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통신 두절은 곧 죽음의 질주다’와 같은 근거 없는 공포는 기술 발전에도, 운전자들의 정신건강에도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다만 규제 당국은 법과 제도개선에 좀 더 속도를 내야겠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상용화 안전기준을 빠르게 수립해 우려와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미 제네럴 모터스(GM)가 자율주행차. 핸들과 패탈이 없다.
미 제네럴 모터스(GM)가 자율주행차. 핸들과 패탈이 없다.ⓒ뉴시스


지금까지 살펴본 자율주행 사례는 모두 현재진행형입니다. 경인고속도로를 지나거나 판교 시내를 주행하는 운전자라면 한 번쯤 현대차의 자율주행 트럭과 제로셔틀을 마주칠 수 있을 겁니다. 12월 2일 현재 시험 중인 자율주행차는 전국에 모두 40여 대입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를 마주칠 때마다 내심 두려움에 떨 필요는 없습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말이죠. 자율주행단계에 따라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차는 모두 6단계로 구분합니다. 0단계는 자율주행 기능이 전혀 없는 차입니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완전한 자율주행에 가깝습니다. 1단계는 운전 보조시스템으로 생각하면 쉽습니다.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차량이 운전자를 대신해 주차하거나, 고속도로 주행 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주는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을 감지해 경보를 울리는 보조 기능이 바로 자율주행 1단계 차량입니다.

2단계는 부분적인 자율주행 차량입니다. 1단계 자율주행 차량은 차선을 변경하면 경보를 울려 운전자에게 변경을 요청하지만 2단계 자율주행 차량은 핸들을 스스로 움직여 차선을 유지하도록 합니다. 2단계 자율주행차는 앞차와의 간격을 측정해 스스로 속도를 줄이거나 높일 수 있습니다.

정부와 자동차 업계의 목표는 오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를 상용화를 하는 것입니다. 불과 2년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자율주행차가 바로 3단계 혹은 4단계 자율주행차입니다. 3단계가 되면 자율주행차는 정해진 구역 내에서 속도를 변경하고 차로를 바꿔 좌회전과 우회전을 할 수 있게 됩니다. 4단계가 되면 그 범위가 더 넓어지죠. 더욱 복잡한 도심과 골목, 커브 등 변수가 많은 도로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은 진화합니다.

3, 4단계와 마지막 5단계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운전자의 모니터링 여부입니다. 3, 4단계는 운전자가 반드시 탑승해 주행상황을 살펴야 합니다. 자율주행차가 대응하지 못하는, 혹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가 재빨리 수동모드로 전환해 차를 운전해야 합니다. 정부는 자율주행차 실험을 위해 임시면허를 내주는데, 이때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규정이 바로 운전자 탑승과 수동모드 전환입니다. 앞서 살펴본 제로셔틀에는 운전대도 브레이크 페달도 없는데요, 그렇다고 제어장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버튼식으로 된 조종대가 있고, 이를 조작하는 안전요원도 반드시 탑승합니다.

5단계는 이마저도 필요가 없는 수준입니다. 꿈의 자율주행이죠. 운전자가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아도 꽉 막힌 서울 도심을 지나 경부고속도를 타고 충남 오지의 산길을 스스로 오르는 5단계 자율주행자동차. 정부와 업계는 2030년이 돼야 5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홍민철,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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