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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법농단 윗선’ 고영한·박병대 구속영장 청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고영한 전 대법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br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고영한 전 대법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과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비자금으로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과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비자금으로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법관 사찰 등 광범위한 ‘사법농단’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핵심 윗선인 고영한, 박병대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3일 오전 고, 박 전 대법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특정인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업무상 상하관계에 의한 지휘감독에 따른 범죄행위”라며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두 분 몰래 자기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범행한 것이 아니라 두 전직 대법관이 상급자로서 더 큰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 임 전 차장 이상의 책임을 묻는 것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 독립이나 사법부 정치적 중립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헌법가치이며, 이를 훼손한 이 사건 범행들은 한 건 한 건이 중대한 구속사유”라면서 “두 사람 모두 혐의내용 부인하고 일부 하급자 진술과 상당히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A4 용지 기준 각각 158쪽, 108쪽에 달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구속기소 당시 공소장에 적시됐던 박 전 대법관과 관련한 혐의 28개도 그대로 적용됐다. 구속영장 속 혐의 상당 부분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공모한 것으로 적시됐다.

고 전 대법관은 이른바 ‘부산 판사 비리’ 의혹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2016년 문모 당시 부산고법판사가 부산 지역 건설업자 정모씨에게 향응·접대를 받은 뒤 정씨의 뇌물 사건 항소심 재판 정보를 정씨 측에 유출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무마시키려 했다.

박 전 대법관의 경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형사재판,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상고법원 반대 판사 뒷조사 지시 등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에 그동안 수사단계에서 새롭게 드러난 증거들을 토대로 임 전 차장 기소 당시 공모한 것으로 적시된 혐의보다 더 많은 혐의를 두 사람에 적용했다.

우선 최근 압수수색에서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을 사찰하고 실제 불이익을 가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관련 증거를 확보해 이와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를 두 사람에 공통적으로 적용했다.

고 전 대법관의 경우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사건의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한 혐의가 추가됐다.

박 전 대법관의 경우 당시 법원행정처가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청와대, 외교부, 피고 측 대리인과 수시로 접촉하는 데 관여한 혐의가 적용됐다. 기존 원고 승소 판결을 뒤집기 위해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겠다고 은밀히 협의하는 데도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지난 2014년 옛 통합진보당 잔여 재산 가압류 사건 재판에 개입하는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로부터 “통진당 잔여재산 환수를 위해 가압류와 가처분 중 어떤 것이 적정한지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대법원 재판연구관들로부터 검토 의견을 모아 소송을 수행한 선거관리위원회에 전달하는 데 개입했다는 것이다.

향후 두 사람의 신병이 확보되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도 당연히 필요하고, 점점 수사가 진행되면서 그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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