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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이 꼽은 올해 최고·최악의 판결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법 관련 선고에서 판결을 내리기 위해 자리해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법 관련 선고에서 판결을 내리기 위해 자리해 있다.ⓒ김슬찬 기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이 올해 각급 법원 및 헌법재판소에서 선고된 판결, 결정을 대상으로 최고의 디딤돌 판결, 최악의 걸림돌 판결을 선정했다.

민변은 3일 ‘2018 인권보고서’를 통해 최고의 디딤돌 판결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한 헌재 결정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원 만장일치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 6월 28일 병역법상 현역종류조항이 헌법에 불합치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가리키는 것일 뿐 병역거부가 ‘도덕적이고 정당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정의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하여 병역의무이행은 ‘비양심적’이 된다거나, 병역을 이행하는 병역의무자들과 병역의무이행이 국민의 숭고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판시했다.

특히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안으로 논의되어 온 대체복무제는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것에 비하여 양심의 자유를 덜 제한하는 수단임이 명백”하다며 대체복무제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는 지난 11월 1일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법상의 ‘정당한 이유’로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자신의 내면에 형성된 양심을 이유로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라며 “현재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거나 향후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에게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반면 최악의 ‘걸림돌 판결’로는 민변은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 무죄 선고 판결과 이재용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준 항소심 판결 등 두 건의 판결을 꼽았다.

서울서부지방법원(조병구 재판장)은 지난 8월 14일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을 이용한 성폭력 공소사실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개별 공소사실 판단에 있어, 피해자가 수사기관부터 법정까지 일관되게 공소사실에 부합하거나 부합하는 듯한 진술을 하였다”고 판시하면서도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 전과 다름없이 업무를 수행하거나 행동한 사실 등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보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민변 등은 “직장 내 업무감독자가 업무상 위력을 이용하여 성폭력 행위를 하는 경우 피해자가 처하게 되는 전후 상황과 맥락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성폭력에서 업무상 위력이 작동하는 관계에 대한 사회 관념이나 일반인의 경험칙과 동떨어진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삼성 이 부회장 집행유예 판결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1심이 유죄로 본 최순실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관련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원심이 선고한 징역 5년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판결이다.

이 판결에서 가장 크게 바뀐 점은 1심에서 인정되었던 제3자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을 부정하면서, 그 근거가 되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개별 현안들이 성공할 경우 이재용의 삼성그룹 지배력 확보에 유리한 효과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각 계열사들에게 경영상 필요나 합목적성 또한 존재하므로 뇌물공여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이 부회장 개인에게만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실에서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재벌기업 경영에 있어 일맥상통하는 총수 일가의 사적 이익과 그룹 전체의 이익을 형식 논리로 분리해 이 부회장에 면죄부를 준 판결이었다.

이에 대해 민변은 “사실오인을 넘어서 명백한 사실왜곡”이라고 지적하면서 “국민들은 이런 행태를 두고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호소하는 것인바, 이 재판이야말로 그런 호소에 걸 맞는 ‘전형’적 재판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특히 그 판결 이유가 2018년 현재 우리 사회에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적폐를 보여주는 대표적 판결이라는 것에 위원들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변은 “최근 대법원이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배상청구에 대해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한 판결이 디딤돌 판결 후보로 추천되었으나, ‘사법농단’에 의해 원고 중 단 한명만 생존해 있는 현 시점에 판결이 이루어진, 현저히 ‘지연된 정의’라는 점 때문에 디딤돌 판결로 선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밖에 올해의 최고 ‘디딤돌 판결’로 선정된 판결에는 △‘제주 4.3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배달대행업체 배달원들이 다른 배달 업체의 앱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전속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 △패킷감청 헌법불합치 결정 △기지촌 ‘미군 위안부’ 국가배상 판결 △국회 앞, 총리공관, 법원 앞 100m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헌법불합치 결정 △군형법 92조의 6항(상대방에 대한 강제력, 상대방의 의사,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항문성교 등의 추행을 한 경우에 모두 적용) 무죄판결 △우간다 출신 양성애자 여성의 난민신청을 허가한 파기환송심 판결 △성희롱·성폭력 사건 심리에 있어 성인지 감수성을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는 판결 △성희롱 이후 불이익조치에 대하여 회사의 책임을 인정한 르노삼성 성희롱 사건 판결 등이 있다.

반면 ‘걸림돌 판결’로는 △‘보호 외국인’ 장기구금 조항 합헌 결정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 △최저임금에 미달된 임금 등을 계산할 때, 주휴수당 관련 근로시간은 소정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관하여 수사기관 및 국립과학 수사연구원 관계자의 책임을 소멸시효를 이유로 부정한 항소심 판결 △25세 미만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제 16조 제2, 3항에 대한 합헌 결정 △종북, 주사파 등의 표현에 대한 명예훼손을 부정한 이정희 전 의원 관련 판결 △제2차 희망버스 집회주최자에 대한 괴롭히기 소송 항소심 판결 △백남기 농민 사망 책임자인 구은수 전 경찰청장 무죄 판결 등이 꼽혔다.

이와 관련해 민변 등은 “‘사법농단’ 사태의 관련자들에게 압수수색영장을 근거 없이 기각한 것을 걸림돌로 선정하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견이 있었으나, 결정문이 없고 추후 재판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어서 올해에는 따로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한편 올해 10대 디딤돌, 걸림돌 판결 선정은 민변과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 경향신문이 공동으로 발표한 것으로 앞서 선정을 위해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위원장은 조숙현 민변 부회장이 맡았다.

또한 위원으로는 인권운동더하기에서 추천한 3명의 위원 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채윤 활동가, 반올림 이상수 활동가, 인권교육센터 들 이수정 활동가, 그리고 참여연대 박정은 사무처장, 새사회연대 신수경 대표 등 각 시민사회단체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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