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조선일보 방상훈의 손주는 나중에 크게 성공할 것이다

자칭 국내 1위 신문을 이끄는 방 씨 가문 10살짜리 아이의 갑질이 이 사회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미성년자의 육성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논란은 남아있지만, 10살짜리 아이가 환갑을 바라보는 운전노동자에게 퍼부은 폭언은 실로 끔직했다.

그 아이의 아버지인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는 사건 초기 별로 잘못한 것이 없다는 태도로 버티다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아이의 태도는 부모 행실의 거울과도 같은 것이다. 이 사회의 지도층이라는 자들이 도대체 자식을 어떻게 교육시켰기에 이런 일이 끊이지 않는지 슬프기조차 하다.

하지만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그리 간단치 않다. 조선일보 방 씨 일가의 그릇된 자식 교육관도 이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 이 사건이 실로 슬픈 대목은 따로 있다. 그 버릇없는 10살짜리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그는 분명 매우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노력과 인내가 우리를 성공으로 안내한다고?

어떤 사람이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둘까? 이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유명한 연구 중 하나는 1966년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월터 미셸(Walter Mischel)이 실시한 ‘마시멜로 테스트’라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책으로도 엮어져 국내에서도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바 있다.

연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심리학에서는 만족지연 능력이라는 용어가 있다. 더 큰 결과를 얻기 위해 지금 뭔가 하고 싶은 욕구를 참는 능력을 말한다. 즉 당장 누릴 만족을 뒤로 지연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가 만족지연 능력의 핵심이다.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 전무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 전무ⓒ사진 = TV조선

이 능력은 훈련에 의해서 발달된다. 만족지연 훈련을 받지 못한 서너 살 아이들은 마트에서 사고 싶은 장난감을 보면 그 자리에서 뒹굴어 버린다. “이번에 참으면 어린이날에 두 배 큰 걸로 사줄게”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아이들은 설득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당장의 만족을 어린이날까지 지연시킬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미셸의 연구는 유아의 만족지연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미셸은 자신의 딸이 다니던 스탠퍼드 대학교 부설 유치원 소속 원아 90여 명을 모은 뒤 이들을 한 명 씩 고립된 방으로 불렀다.

그 방에는 달콤한 마시멜로가 놓여있었다. 선생님은 아이에게 “저거 먹어도 되는데, 15분만 참으면 선생님이 마시멜로를 하나 더 줄게”라고 약속한다. 성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건 너무 쉬운 테스트다. 당연히 우리는 15분을 참는다. 그러면 마시멜로가 두 개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 살짜리 아이들은 이것을 참지 못한다. 머리로는 15분만 참으면 마시멜로가 두 개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지만 감정이 조절이 안 된다.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 중 15분을 참은 아이들도 있지만, 많은 아이들이 15분을 견디지 못했다. 미셸의 연구에 따르면 네 살 아이들이 보여준 만족지연 능력의 평균은 512.8초, 약 9분 정도였다.

이 연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셸은 실험에 참가한 딸로부터 당시 친구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들을 수 있었다. 15년 뒤 미셸은 이 실험에 참여한 이들을 수소문해 성인으로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이 실험이 세계적 실험으로 각광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지 네 살짜리 아이들을 상대로 한 테스트에서 그치지 않고, 만족지연 능력이 성인의 성공 여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끈질기게 조사한 것이다.

그 결과, 네 살 때 15분을 끝까지 참은 아이들은 못 참았던 아이들에 비해 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서 평균 210점을 높게 받았다. 이들의 비만율과 범죄율은 만족지연 능력이 부족한 이들보다 훨씬 낮았고, 대인관계도 좋았다. 그래서 이 실험은 “만족지연 능력이 발달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사회적으로 훨씬 성공한다”는 결론을 남긴다.

이 연구결과가 알려진 이후 국내에서도 만족지연 훈련의 열풍이 불었다. 특히 상류층 부모들이 자녀의 성공을 위해 만족지연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참아야 성공한다는데, 참는 훈련을 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뒤집어진 마시멜로 테스트의 결론

마시멜로 테스트는 결국 잘 인내하면 성공한다, 혹은 인내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하면 성공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결론은 빈곤을 연구하는 경제학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부당하다.

빈곤과 결핍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센딜 멀레이너선(Sendhil Mullainathan) 교수에 따르면 인내력은 노력이나 훈련보다 경제적 풍요나 빈곤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훈련을 못 받아서 인내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가난한 사람일수록 인내심이 약하다는 이야기다.

눈앞에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1시간 동안 참으면 10만 원을 준다”고 했을 때, 누가 더 잘 참을까? 당연히 평소 배고픔을 몰랐던 부유층이 더 잘 참는다. 이들은 언제든지 내 돈 내고 음식을 사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며칠 쫄쫄 굶은 빈곤층은 그 인내력을 발휘하기 훨씬 어렵다. 이성적으로는 1시간 참고 10만 원 받는 게 이익이라는 것을 알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또 한 가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마시멜로 테스트의 결론처럼 과연 노력을 통해 인내심을 기르면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실험 결과를 뒤집는 새로운 연구가 올해 6월에 등장했다.

영국의 사회과학 학술지 <세이지 저널(SAGE journals)>에 실린 뉴욕 대학교와 UC어바인 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의 공동 연구가 그것이다. 이들은 기존의 마시멜로 테스트가 정확한 결론이 아니라고 추정했다.

왜냐하면 일단 표본 숫자가 너무 작았고(90여 명) 그 표본 또한 모두 유명 대학교 부설유치원에 소속된 부유한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표본 숫자를 900명으로 늘렸고, 표본 대상도 인종, 민족, 부모의 교육수준 등을 고려해 골고루 배치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마시멜로 테스트를 실시한 뒤 같은 방식으로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성공 여부를 조사했다. 그런데 결과가 놀라웠다. 기존의 마시멜로 테스트와 달리 아이들의 성공 여부는 네 살 때 나타난 만족지연 능력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의 사회적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까? 그 답은 바로 부모의 사회적, 경제적 능력이었다.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력이고, 인내고, 만족지연이고 다 필요 없고, 그냥 부모를 잘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노력과 인내가 인생을 바꾸지 못한다

지금부터는 아주 슬픈 우리의 현실 이야기로 돌아오자. 환갑이 다 된 운전 노동자에게 반말로 훈계를 하고, “죽어라”는 처참한 말까지 뱉었다는 조선일보 사주 집안 열 살짜리 아이의 이야기 말이다.

이 아이는 만족지연 훈련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인내심이 극도로 부족해서 할아버지뻘 어른에게 막말을 해댄다. 전통적 마시멜로 테스트에 따르면 이런 아이들은 성인이 됐을 때 성적도 안 좋고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두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 아이는 커서 사회적으로 성공할 것이다. 대학도 꽤 좋은 곳을 나올 것이다. 공부를 못 하면 방 씨 일가가 외국에 유학을 보내서라도 꽤 그럴싸한 학벌을 만들 것이다? 왜냐고? 이유는 단 하나다. 부모를 잘 만났기 때문이다. 이게 새로운 마시멜로 테스트의 실증적 결론이다.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은 ‘욱해’ 선생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한국 재벌 폭행계에 한 획을 그은 사람이다. 이 사람은 운전 도중에 운전기사에게 폭행을 가한다. 운전기사가 잘못되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데, 이 사람은 순간의 분을 참지 못한다. 역시 만족지연 훈련이 지독히도 안 된 경우다.

하지만 이해욱은 이미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심지어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응용통계학 석사라는 그럴싸한 학벌도 갖고 있다. 이해욱 씨가 공부를 잘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존의 마시멜로 테스트에 의하면 이런 사람은 성적도 매우 낮아야 한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제공 : 뉴시스

하지만 이해욱 씨는 유학을 다녀와 꽤 그럴싸한 학벌을 얻었다. 그리고 지금은 대림산업 부회장으로 엄청 잘 나가고 있다. 그가 얻은 사회적 지위가 과연 만족지연 훈련이나 인내, 혹은 노오력을 통해 얻은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거 성공한 이유는 단 하나, 부모를 잘 만났기 때문이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아들 조원태 씨는 인하대학교를 졸업했다. 이 사람은 기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20대 후반에 운전을 하다 시비가 붙어 아기를 안고 있던 70대 노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역시 만족지연 훈련이 전혀 안 돼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조원태는 인하대를 졸업했다. 공부를 잘 해서? 천만의 말씀이다. 이 역시 아버지를 잘 만났기 때문이다. 그걸 어떻게 단언하냐고? 조원태기 인하대학교에 부정입학을 한 사실이 이미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게 왜 가능했냐고? 당연히 아버지 조양호가 인하대학교의 실질적 소유주였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조원태의 성공은 오로지 부모를 잘 만난 덕분이었다.

그래서 현실을 직시해야 된다. 민중들에게 “너희들이 못 사는 이유는 인내심이 없고 노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마시멜로 테스트 연구에 의하며 우리가 아무리 만족지연 능력을 길러도, 아무리 인내심을 높여도, 아무리 노오오오력을 해도, 성공은 결국 금수저의 몫이다.

조선일보 사주 가문의 10살짜리 아이가 보여준 갑질은 그래서 슬프다. 저 아이가 저런 성격으로 성인이 돼도,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현실이 우리를 더 슬프게 만든다.

민중들에게 “노오오오력을 더 하라”, 혹은 “더 인내하라”고 말하기 전에 이 구조를 바꿔야 한다. 폭행과 갑질을 일삼는 성격파탄자들이 금수저를 물었다는 이유로 성공을 독식하는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노오오오력이 아니라, 이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꾸는 일이라는 이야기다.

이완배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