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사설] 전직 대법관 영장 청구는 당연,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엄벌하라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 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으로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상관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특정인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업무상 상하관계에 의한 지휘감독에 따른 범죄행위”라며 “이어 “재판 독립이나 사법부 정치적 중립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헌법가치이며, 이를 훼손한 이 사건 범행들은 한 건 한 건이 중대한 구속사유”라고 밝혔다.

박병대 전 대법관의 주요 혐의로는 일제 징용 재판 개입 의혹이 있다. 그는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을 김기춘 비서실장 공관에서 만나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방안과 처리 방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당시 강제징용 재판의 피고인 일본 기업의 변호인 측을 수차례 따로 만난 정황도 최근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 2015년 2월에는 원세훈 국정원장 댓글 사건 항소심 판결 선고 예상 시나리오를 만들고 대응 전략을 짰다. 그해 7월께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판결문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이 밖에도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 개입, 법관 사찰과 소모임 와해 시도,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에 대한 인사 불이익 문건에 서명한 사실도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으로 따낸 예산 3억5천만 원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각급 법원 법원장들에게 배부한 것으로 드러나 국고손실, 허위공문서작성 혐의 등이 기재됐다.

고영한 전 대법관은 2016년 당시 부산고법판사가 부산 지역 건설업자 정모씨에게 향응·접대를 받은 뒤 정씨의 뇌물 사건 항소심 재판 정보를 정씨 측에 유출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서도 오히려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헌법재판소 내부 사건 정보 수집, 정운호 게이트 수사 상황 입수와 수사 대응 방안 마련 지시, 집행관사무소 사무원 비리 수사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수사정보 수집 지시, 영장청구서 사본유출 지시, 국제인권법 연구회 인사모(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 와해를 위한 대응 방안 검토, 판사 사찰 지시,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선출 개입, 영장 재판 가이드라인 전달 지시 등 각종 사법권 남용혐의가 있다.

또한 검찰이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 문건은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은 물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권력에 아부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법관의 권력으로 법을 유린하고 훼손했다. 사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땅바닥에 내팽개친 것이며 국가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들었다.

그런데 박병대, 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은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하급자 진술과 상당 부분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조직보다 권위를 앞세우는 사법부 내에서 소위 ‘윗선’의 개입 없이 이렇듯 광범위한 사법농단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는 없는 일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들의 직속 상관이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신병을 반드시 확보해서 처벌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이미 드러난 정황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전직 대법관의 윗선이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물론 참담하게도 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 김기춘 전 비서실장까지 사법농단의 뿌리는 깊고도 질기다. 이들과 같은 고질적인 ‘법비’들을 청산하지 않고서는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바로 세울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