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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기독교를 향한 도발적 질문… 신약이 구약을 왜곡했다고?
책 ‘신의 변명- 기독교와 유대교, 메시아를 둘러싼 왜곡의 역사’
책 ‘신의 변명- 기독교와 유대교, 메시아를 둘러싼 왜곡의 역사’ⓒ파람북

지난 11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들이 ‘성경적 창조론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창세기 1~3장을 비유적이거나 풍유적으로 해석하는 유신 진화론을 배격한다. 창세기 1~3장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기록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학교와 교회는 성경이 문자적으로 말씀하는 창조의 교리를 소중히 간직하여 지금 세대는 물론, 특별히 다음 세대에 이 교리를 충실히 가르칠 책임이 있음을 엄숙히 확인한다”고 선언했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들의 ‘성경적 창조론 선언문’은 성경에는 일점일획도 오류가 없다는 이른바 ‘성경무오설’과 성경의 모든 기록, 글자 하나하나는 하나님의 영감으로 이루어졌기에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축자영감설’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신학계의 주된 흐름은 근본주의적인 ‘성경무오설’과 ‘축자영감설’을 넘어 과학과 역사, 철학과 문학 등 다양한 비평을 통해 성경을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기독교계, 특히 개신교계에선 ‘성경무오설’과 ‘축자영감설’을 부인하고는 것 자체를 이단시하는 주장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성경과 기독교에 대한 의문은 허용되지 않고, 어떠한 회의나 의심도 허용하지 않은채 오로지 “믿습니다”만을 강조한다. 지난 4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개신교인 가운데 50.9%가 ‘성경무오설’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경에 오류가 있다’는 주장에 동의한 개신교인은 20.1%에 불과했다.

이런 개신교의 현실을 감안할 때 얼마 전 출간된 옥성호의 책 ‘신의 변명’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히브리 성경(구약)을 ‘신약’이 특히 바울의 여러 서신과 여러 복음서가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저자는 “궤변과 왜곡으로 가득 찬 신약성경이 기독교의 ‘경전’으로 지난 2,000년을 버텨온 것은 한마디로 기적이다. 히브리 성경과 수많은 지점에서 철저하게 모순됨에도, 신약성경이 아직까지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기적이다. 성경을 연구하는 신학박사가 수만, 아니 수십만 명이 넘는데도, 아직까지 히브리 성경과 신약성경을 함께 묶어서 ‘성경’이라고 부르는 것은 기적”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신약을 구약의 연속이 아닌 단절로 보며, 기독교와 유대교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듯하지만, 전혀 다른 종교라고 한다. 신약이 성립하면서 구약에 대한 오역과 의도적 왜곡이 발생하고, 그런 과정에서 같은 신을 섬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전혀 다른 신을 섬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사탄, 구원, 죄, 의로움, 유일신, 율법, 내세 그리고 메시아까지, 모든 주제에 걸쳐 유대교와 기독교는 공통점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히브리 성경에서 사탄은 단순히 하나님의 심부름을 하는 천사의 역할, 직책을 묘사하는 단어일 뿐인데, 신약에서는 ‘감히’ 신인 예수를 시험하려는 누구도 상대할 수 없는 엄청난 존재로 탈바꿈한다. 또 유대교에서 구원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죄’로부터 구원이 아니다. 기독교의 구원이 영적 의미라면, 유대교에서 구원은 언제나 ‘당면한 현실의 위기’로부터 구원이다. 그 위기는 정치적 또는 경제적 위기일 수도 있다. 극심한 육체적 고통일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기독교가 내세 지향적이었다면 유대교는 현세 지향적이다. 저자는 이처럼 유대교와 기독교가 믿는 하나님이 전혀 같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문헌비평을 통해 신약성경에 드러나는 히브리 성경의 왜곡된 인용을 확인하면서, 신약의 저자들이 예수를 신으로 메시아로 만들어갔던 과정을 추적한다. 바울을 비롯한 신약성경의 저자들이 예수의를 메시아로 만들기위해 히브리 성경에 등장하는 메시아와 관련된 구절 혹은 아무런 관련 없는 구절들을 ‘아전인수’로 인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예수는 히브리 성경이 말하는 ‘메시아상’에 어긋나고, 예수를 완전한 인간이면서 동시에 하나님이라고 고백하는 기독교의 주장은 히브리 성경과 유대교의 입장에서 볼 때 유일신 사상에 어긋나는 다신교적인 종교로 비춰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메시아로 오신 예수를 유대인이 죽였다는 논리가 퍼지면서 히브리 성경이 왜곡되는 과정에서 반유대주의가 형성됐고, 이후 마르틴 루터에 의해 증폭됐으며 나치에 의해 유대인 학살로 이어지는 등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독교는 특히 개신교는 그동안 바울의 신학 등이 강조해온 믿음으로 인한 구원에만 집중해왔다. 예수가 인간의 원죄를 대속해 십자가에 못 박혔고, 이를 믿으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기독교의 신앙 때문에 어려운 문제일수록 현실에서 답을 찾는 대신 미래로, 천국으로 미루고, 이로 인해 현실적 모순에 눈감거나 심지어 은폐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기독교에서는 모든 인간적 한계의 책임을 사탄에게 돌리며, 오로지 믿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식으로 회피한다. 하지만 이는 히브리 성경에서 말하는 인간관에 위배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히브리 성경에서 인간은 사탄에게 없는 자유의지를 가졌으며 자신이 저지른 죄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존재이며, 뼛속까지 부패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하나님 스스로 보기에도 ‘좋을 정도로’ 아주 잘 만들어진, 창조주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간직한 위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기독교의 본질, 예수 사상의 본질은 무엇인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많은 신학자들이 바울이 예수의 사상을 왜곡했다는 과감한 주장을 펼치고, 역사적 예수를 복원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 왔지만, 저자의 주장처럼 ‘신약성경 폐기론’에 가까울 정도로 파격적인 주장은 신학계에서 나오지 않았다. 기독교 내부에서 이런 주장은 논쟁의 대상이기 보다는 중세라면 ‘이단’의 낙인이 찍혀 화형에 처해졌을 것이고, 요즘에도 ‘신학’의 장에선 논의되기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여러 주장과 추론은 기독교를 위해서도 충분히 의미있는 문제 제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주장과 고민이 기독교의 지평을 더욱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책엔 그동안 국내에 잘 소개되지 못했던 유대교 신학의 주장들과 유대교의 기독교를 향한 비판과 논쟁도 담겨 있어 더욱 흥미롭다.

저자는 잘 알려진 대로 사랑의교회 창립자인 고 옥한흠 목사의 장남이다. 신학을 정식으로 공부하진 않았지만 신학과 성경을 오랜 시간 공부하고 고민해왔다. 이 책엔 신학을 정식으로 공부하지 않았기에 더욱 자유로운 상상이 가능한 신학 이야기와 기독교 신자로서 그가 느낀 신앙적 고민과 여정이 담겨있다. 신자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의문과 고민이 어우러져 있어 읽는 독자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고민으로 다가온다. 읽으면서 고개가 가웃거려지고, 이런 주장을 해도 되는 걸까 싶은 대목을 만날 수 있고, 때론 아픈 부분도 만날 수 있지만 충분히 아픔과 혼란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의 가치를 이 책은 지니고 있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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