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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물꼬 튼 제주도..시민단체 “전국으로 확대될 것”

“결국, 제주도가 영리병원 물꼬를 튼 것입니다. 이제 제주도를 따라 국내 모든 경제자유구역에서 영리병원을 도입하려고 할 것이고, 처음엔 외국인 진료로 시작해서 경제논리 등을 들며 내국인 진료까지 확대할 게 뻔합니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

5일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 개원에 대해 ‘조건부 허가’ 결정을 내렸다. 원희룡 도지사가 제주도민들이 참여하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불허 권고를 무시하고, 영리병원 물꼬를 튼 것이다.

이에 노동·시민사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같은 날 성명을 발표하며, 원 지사의 결정은 “문재인 정부의 의료공공성 강화 기조에 반할 뿐더러 녹지국제병원 관련 그간의 논의와 민심을 짓밟은 만행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어 “도지사는 독단적인 영리병원 승인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라며, “영리병원인 제주도 녹지국제병원 개원결정을 철회시키기 위해 모든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은 오는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제주도의 조건부 허가 결정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지난 9월 통과된 규제프리존법과 앞으로 추진될 의료법 개정을 막아내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첫 영리병원 도입 철회를 촉구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 자료사진
국내 첫 영리병원 도입 철회를 촉구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 자료사진ⓒ김슬찬 인턴기자

“정부 차원서 영리병원 확대 추진하는 듯”

지난 10월 제주도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도민참여단 200명 가운데 180명을 대상으로, 영리병원(녹지국제병원) 개원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106명(58.9%)이 반대하고, 70명(38.9%)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가 20%나 높게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공론조사위는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 개원 불허를 권고했다.

하지만, 원희룡 지사는 공론조사위 권고를 무시하고, 이날 결국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한다”는 내용의 ‘조건부 허가’ 결정을 발표했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일단 영리병원에 대한 물꼬를 틀자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건부라도 일단 허가를 해주고 나면,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에 영리병원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허가가 났으니, 송도 등 다른 경제자유구역에서도 형평성 등의 이유를 들어 추진할 것”이라며 “일단 외국인 진료만 허가해 놓고, 나중에 좀 지나면 경제논리를 들어 내국인까지 확대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정부가 물밑에서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제주 영리병원 공론조사 때도,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사실상 녹지국제병원을 대리해 참여했다. 녹지병원 편에서 여러 가지 논리를 들어 허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면서 “정부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영리병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때도 통과되지 않은) 규제프리존법이 통과된 것은 물론, 국회에 올라와 있는 원격의료 또한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추진된다고 한다. 각종 규제완화 법안이 국회에 올라와 있는 상황”이라며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의료 영리화 방안이 포함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강력히 추진하고 싶다고 대놓고 말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케어는 대한의사협회와 협상하느라, 거의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각종 규제완화 법안들이 당장 통과 안 되겠지만, 2월 국회에서 다시 추진 될 것”이라며, “단지 영리병원 뿐만 아니라, 이런 부분들까지 포함해 어떻게 대응할지 (시민사회와) 논의해봐야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한편,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금지한다고 했지만, 이를 적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과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경제자유구역특별법)’ 에는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금지 조항이 없다. 원래 경제자유구역특별법에는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금지 조항이 있었지만 2005년 법을 개정하면서 이 조항을 삭제했다.

실질적으로 영리병원이 내국인 환자를 진료해도 막을 기준이 없는 셈이다. 이에 보건의료단체들은 녹지국제병원 개설이 건강보험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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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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