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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철지난 위성사진으로 또 ‘북한 미사일 공포’ 조장하는 美 언론
구글어스로 살펴본 북한 '영저리 미사일기지' 일대의 위성 촬영 모습. (2014년 10월 촬영된 위성사진)
구글어스로 살펴본 북한 '영저리 미사일기지' 일대의 위성 촬영 모습. (2014년 10월 촬영된 위성사진)ⓒ구글어스 캡처

미 CNN 방송이 5일(현지 시간), 관련 위성사진을 입수했다며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기지에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계속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해당 위성사진 등을 검토한 결과,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상투적인 ‘북한 악마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CNN 방송은 이날 자신들이 독점 입수했다며, 위성사진 11장을 공개하면서 북한이 ‘영저동(Yeongjeo-dong)’ 미사일 기지에서 여전히 관련 활동을 하고 있고 기지 확장공사까지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CNN은 특히, 올해 8월에 촬영된 위성사진도 공개하며, “올해 8월 현재도 여전히 건설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을 인용해 “건설 작업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의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계속돼왔다”고 주장했다.

CNN은 루이스 소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면서도, 북한은 계속 핵미사일 생산과 배치를 해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이들 전문가에 따르면 “이 기지는 핵무기 탑재는 물론 미국까지 타격할 수 있는 신형 장거리미사일을 수용할 수 있는 강력한 후보 기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CNN이 보도한 이 미사일 기지는 이미 1999년 7월부터 그 존재가 언론에 보도된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 영저리 일대의 이른바 ‘영저리 미사일기지’이다. 당시에도 ‘대포동 1, 2호’를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 기지로 언론에도 보도될 정도로 공개된 미사일기지이다.

CNN 방송은 이러한 알려진 사실에 더하고자 해당 연구원들이 주장했다며, “이번 위성사진은 기존 시설에서 약 7마일(11㎞) 떨어진 곳에 새로운 시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CNN 방송이 5일(현지 시간) 미사일기지의 추가 터널 장소라고 내놓은 위성사진은 무려 2004년에 촬영된 것이다.
미 CNN 방송이 5일(현지 시간) 미사일기지의 추가 터널 장소라고 내놓은 위성사진은 무려 2004년에 촬영된 것이다.ⓒ미 CNN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CNN 방송이 해당 추가 터널공사 장소라고 내놓은 위성사진은 무려 2004년에 촬영된 것이다. 또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해당 추가 터널 공사 등 관련 활동 위성사진 4장을 제시해 비교했지만, 별다른 차이점이 없음을 알 수 있다.

또 별다른 차이점도 없는 2018년에 촬영된 사진 하나를 맨 마지막에 제시하면서, 북한이 북미정상회담(6월) 개최 이후에도 해당 미사일 기지에서 확장공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미 CNN 방송은 5일(현지 시간)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추가 공사 등 관련 활동 위성사진 4장을 제시해 비교했지만, 별다른 차이점이 없음을 알 수 있다.
미 CNN 방송은 5일(현지 시간)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추가 공사 등 관련 활동 위성사진 4장을 제시해 비교했지만, 별다른 차이점이 없음을 알 수 있다.ⓒCNN 방송화면 캡처

사실 확인과 검증 없이 확대해 보도하는 언론도 문제

CNN 방송은 또 해당 연구원들의 주장을 인용하며, 이 미사일 기지가 미 본토도 타격할 수 있는 즉,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유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CNN이 제시한 11장의 사진 어디에서도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찾을 수 없다.

본지는 제프리 루이스 소장에게 CNN 보도와 관련해 ‘11장의 사진 중 어느 사진이 가장 해당 주장을 증명하는지’, ‘왜 2004년 등 철지난 사진을 사용했는지’, ‘비교 제시한 사진 4장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등에 관해 질의했지만, 아직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도 지난 11월 12일, 이미 알려진 북한의 ‘삭간몰 미사일기지’에 관해 철지난 위성사진을 사용해 ‘숨겨진 미사일기지’라고 보도해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이미 알려진 군사기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일부 공사 장면만 나오면 이를 확대해 보도했다. (관련 기사)

미 언론들의 이러한 보도 행태는 북미협상이 추진되려고 하면 연구단체를 인용하면서, 근거도 희박한 위성사진을 내놓고 ‘북한 불신’ 조장을 확산해 북미협상의 판을 깨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지적이다.

또 장·단거리를 불문하고 북미 간에는 아직 미사일 감축이나 폐쇄 여부에 관한 논의조차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당 내용이 협상이나 합의에 이르지도 않았는데, 합의를 위반했다는 기만 논리를 내세워 오히려 북미협상 자체를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근거 없는 주장과 내용들을 주로 미국 보수 언론이 보도하면, 확인 과정도 없이 마치 사실인 듯 여러 언론에 확대돼 보도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끝없는 ‘북한 악마화’를 통해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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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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