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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홉 원작 ‘갈매기’를 마이클 메이어 영화로 만나다
마이클 메이어 감독의 영화 ‘갈매기’
마이클 메이어 감독의 영화 ‘갈매기’ⓒ영화 ‘갈매기’ 스틸컷

안톤 체홉의 4대 장막 중 하나인 ‘갈매기’가 영화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일각에선 ‘영화인데 너무 연극 같다’는 말이 들렸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연극에서 보여줄 수 있는 특색과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특색에 크게 차이가 없었다는 말일까. 영화라는 장르의 장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의미인가.

마이클 메이어 감독의 영화 ‘갈매기’는 일각의 평가대로 정말 연극 무대를 스크린 위로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이 영화가 체홉 희곡을 스크린에 단순히 재현했다고만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마이클 메이어 감독은 연극 무대에서 절대 보여줄 수 없는 영화적 강점을 최대치로 끌어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영화는 시공간을 대담하게 재구성했다. 사실적으로 흘러가는 서사적 흐름을 살짝 비틀어 영화적 재미를 주고 있다. 콘스탄틴이 비극을 맞이하는 전후 순간을 맨 앞에 제시하고, 그간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꾸로 추적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안톤 체홉의 팬으로 알려져 있는 스티븐 카람은 영화의 각본을 맡았는데, 그는 원안을 각색할 때 기품이 있으면서도 익살맞은 측면을 잘 담아내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정말 그렇게 했다. 영화 ‘갈매기’는 원작이 가지고 있는 이리나, 니나, 콘스탄틴, 마샤 등 특유의 성향을 영화적으로 포착하고 이를 유머있게 표현했다. 객석은 연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극중 인물들이 시끄럽게 카드로 로토 게임을 하고 있을 때, 울려 퍼지는 한 발의 총성 소리로 한 영혼의 죽음을 암시했던 희곡의 미학은 영화 ‘갈매기’에서 좀 다른 형식으로 표현된다. 이 장면이야 말로 영화적이다. 영화는 타오르는 예술혼에 스스로 타들어 가버린 젊은 작가가 작은 방에서 혼자 무엇을 했을지 그려낸다. 관객의 상상력을 감독에게 빼앗긴 느낌이라 좀 아쉽지만 극중 흐름상 무리는 없었다.

또한 영화는 연극이 담아내지 못했던 러시아 전원 풍경과 아름다운 호수, 그리고 차갑고 습한 러시아 밤에 펼쳐지는 콘스탄틴의 연극 장면도 담아낸다. 원작의 세상이 스크린으로 부활한 느낌이었다. 황홀하고 아름다웠다. 영화 ‘갈매기’는 연극이 가진 아름다움과 영화가 가진 영리함을 잘 조화시켰다.

영화는 12월 13일에 개봉된다. 시얼샤 로넌, 아네트 베닝, 빌리 하울, 코리 스톨, 엘리자베스 모스 등이 출연한다.

한편, 마이클 메이어 감독은 2007년 자신이 연출을 맡은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제61회 토니상에서 최우수연출상, 베스트 작품상 등을 포함해 8개 부분을 수상한 브로드웨이 대표 연출가다. 프랑크 베데킨트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당시 대중으로부터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는 칭찬과 평가를 받았다.

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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