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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퇴한 ‘여성폭력방지법’ 법사위 통과…여성들 “누구를 위한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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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 기자

여성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제정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해당 법안이 원안에 비해 후퇴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전 생애에 걸쳐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 범죄를 사각지대 없이 처벌하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제정됐다. 데이트폭력·스토킹 범죄·불법촬영 등 다양한 폭력이 발생함에 따라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등 폭력 유형에 따라 구분된 개별 법률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었다.

해당 법안은 ‘여성 폭력’을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으로 규정했다. 또 수사·재판 과정에서 겪는 사후 피해, 집단 따돌림, 사용자로부터의 불이익 조치 등을 ‘2차 피해’로 정의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처를 하도록 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은 5년마다 여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고, 여가부 안에 ‘여성폭력 방지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이와 함께 여가부 장관은 3년마다 여성폭력 실태 조사를 해 그 결과를 발표하도록 했다.

문제는 피해자 지원에 대한 의무조항을 임의조항으로 바꾸고, 피해자의 범위를 축소했다는 것이다. 여성폭력 피해자의 지원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한다’고 명시한 15조 3항은 법사위 법안심사 제2소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후퇴했다. 또 국가와 지자체가 여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명시한 19조 2항은 ‘성 평등 관점에서 실시한다’를 ‘양성평등 관점에서 실시한다’로 바뀌었다.

이에 같은 날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시민단체들과 민중당, 노동당 등 진보정당들은 공동입장을 내 “폭력이 ‘왜 발생하는가’,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하는가’의 문제에 주목하지 않고, ‘누구에게 일어났는가’, ‘누구를 지원해야 하는가’로 초점이 맞춰지는 것을 반대한다”며 “그렇게 되면 불평등한 젠더 구조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을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문을 좁히고 선별하는 방식을 방치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누구나 젠더에 기반한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그 누구도 피해자 지원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며 “국회는 누더기가 된 여성폭력방지법을 이대로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탄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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